전통적 소프트웨어 모듈화에서 시스템 중심 모듈화로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듈’은 단순한 코드 블록이나 부품이 아니다.
명확한 책임과 인터페이스를 가진 기능 단위로, 독립적으로 개발되고, 테스트되며, 변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설계상의 최소 운영 단위다. 이러한 모듈은 시스템의 복잡성을 낮추고, 병렬 개발과 기능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모듈화(Modularization)란, 시스템을 작고 독립적인 단위로 나누어 개발, 유지보수, 테스트를 용이하게 만드는 기법이다. 이는 다음의 원칙들에 기반한다:
단일 책임 원칙(Single Responsibility Principle): 하나의 모듈은 하나의 책임만을 가져야 한다.
정보 은닉(Information Hiding): 모듈 내부 구현은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
명확한 인터페이스: 정의된 입력과 출력만을 통해 다른 모듈과 상호 작용한다.
재사용성과 테스트 용이성: 잘 정의된 모듈은 다양한 상황에서 재활용되고, 독립적인 테스트가 가능하다.
이러한 전통적 모듈화는 절차형 언어에서는 함수 단위, 객체지향 언어에서는 클래스나 컴포넌트 단위로 구현되었으며, 계층형 아키텍처에서는 프레젠테이션, 비즈니스 로직, 데이터 계층으로 분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3계층 웹 애플리케이션에서는 화면 표시(UI), 비즈니스 로직 처리, 데이터 접근 계층이 분리되어 있고, ERP 시스템은 구매, 생산, 회계 등 기능별로 독립된 모듈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모듈화 방식은 주로 단일 애플리케이션 내부의 복잡성 관리에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복잡한 제품과 시스템 환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드러낸다:
하드웨어 및 기구 설계와의 연계 부족
시스템 전체 기능 구조와의 불일치
조직 간 협업과 책임 분담의 단절
오늘날의 시스템은 더 이상 소프트웨어 내부 구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모듈화는 이제 제품 구조, 기능 흐름, 조직 운영을 포괄하는 전략적 설계 방식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기존 시스템 설계에서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 위에 위치한 보조 계층으로 간주되었고, 두 요소는 상호 독립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인 설계로 여겨졌다. 하드웨어가 주도하고, 소프트웨어는 이를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제품은 “사이버-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물리적 장치와 디지털 소프트웨어가 실시간 상호작용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소프트웨어가 물리 세계를 제어하고 학습을 통해 스스로 진화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Bosch의 자율주행 플랫폼은 센서, 제어기(ECU), 인공지능이 통합된 시스템으로, 소프트웨어는 실시간 판단을 수행하는 핵심 엔진이다.
또한 자동차 회사의 OTA(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시스템 역시, 소프트웨어가 차량 제어를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사용자의 주행 데이터를 학습해 기능을 개선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제 소프트웨어는 자신의 목적을 구현하기 위해 하드웨어를 도구처럼 활용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보조 계층이 아닌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변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를 단지 하나의 모듈로 취급하거나 내부 최적화만을 목표로 하는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소프트웨어는 시스템 아키텍처의 중심이며, 그 모듈화 또한 시스템 수준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과거의 소프트웨어 모듈화는 주로 기술 계층이나 코드 구조를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프론트엔드, 비즈니스 로직, 데이터 계층 등 계층 중심 분할
클래스, 함수, 컴포넌트 등 구현 구조 중심 분리
재사용성과 테스트 효율성에 기반한 구조 설계
이는 개발 효율성과 유지보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접근이었지만, 시스템 단위의 설계나 조직 간 협업 관점에서는 한계가 있다.
반면 현대의 모듈화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따른다:
기능 흐름 중심 분할: 사용자 행동, 서비스 흐름, 목적 기반 설계
계층 간 통합 모듈: 하드웨어부터 UX까지를 포괄
시스템 책임 기반 경계 정의: 장애 대응, 변경 주기, 운영 책임 반영
조직 연계 고려: 팀 책임과 기능 간 정렬을 고려한 설계
예를 들어, 전기차의 배터리 관리 기능은 센서(하드웨어), 펌웨어, 고수준 소프트웨어, 사용자 인터페이스까지 포함된 모듈로 설계된다.
기능 단위가 기술 경계를 초월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과 차별된다.
즉, 과거에는 ‘기술 구현의 효율성’이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시스템 실행력과 협업 구조의 정렬’이 핵심 기준이 된다.
기능 중심 모듈화란 '무엇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분할 방식이다. 이는 사용자 행동, 시스템 목적, 서비스 흐름 등을 기준으로 모듈을 나누는 것으로, 단순한 코드 묶음이 아닌 시스템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 단위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공기청정기의 '자동 운전 기능'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구성된다: ① 센서가 PM2.5 농도를 측정 → ② 알고리즘이 공기 질 판단 → ③ 팬 속도 자동 조정 → ④ 상태 표시 및 사용자 알림.
이 모든 구성 요소는 서로 다른 기술 계층에 속하지만, 하나의 기능 흐름 안에 포함되어야 한다.
또 다른 예로, 스마트워치의 '운동 기록 기능'은 센서(가속도계, 심박 측정), 로직(운동 판별), 데이터 처리(칼로리 계산), 사용자 인터페이스(알림, 결과 표시)를 포함한다. 이 모든 요소는 하나의 사용자 중심 기능 흐름 안에서 통합된다.
기능 중심 분할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단일 기능은 다양한 기술 요소(센서, 펌웨어, 알고리즘, UI 등)를 포함한다
기능의 단위는 유스케이스, 사용자 여정, 이벤트 흐름을 기준으로 정의된다
기능이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모듈의 목적, 경계, 인터페이스가 명확해진다
기능은 독립적일 수 있지만, 시스템은 결국 데이터 흐름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모듈 간 인터페이스와 책임은 바로 이 데이터의 흐름과 경계를 기준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조 장비의 온도 제어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흐름을 따른다:
센서 → 데이터 필터링 → 판단 로직 → 제어 명령 → 사용자 알림
이처럼 데이터가 생성되고, 전달되며, 소비되는 일련의 흐름은 곧 모듈의 경계이자 역할 분담의 기준이 된다. 특히 분산 시스템, 실시간 제어 시스템, IoT 환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중요하다:
지연 허용 범위: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지, 비동기로 처리 가능한지
데이터 일관성 수준: 센서처럼 정확성이 중요한 데이터인지, 로그처럼 유연성이 허용되는 데이터인지
병목 가능성: 데이터 흐름 상의 병목 구간이 존재하는지 여부
� 반대로, 데이터 흐름이 불명확한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모듈 간 책임과 인터페이스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데이터 공유를 위해 비공식적이고 취약한 연결이 생긴다
장애 발생 시 원인 추적과 디버깅이 어렵다
예를 들어, 하나의 데이터 소스를 여러 모듈이 직접 참조하거나, 동기 호출 체계가 중첩될 경우 시스템 전체의 유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메시지 기반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토픽(topic) 단위의 설계가 이루어진다.
생산자(Producer)-소비자(Consumer) 간의 연결 구조 자체가 곧 모듈화의 경계가 되며, 명확한 데이터 흐름이 곧 시스템의 신뢰성과 유연성을 결정짓는다.
기능과 데이터 흐름만 잘 나눠도 설계는 절반 이상 성공이다. 그러나 실제 운영에서는 조직의 구조와 일치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모듈은 조직의 책임과 정렬되어야 한다. 이는 Conway’s Law의 핵심으로, “조직이 설계하는 시스템은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닮는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연계가 필요하다:
플랫폼팀: 공통 라이브러리, API 게이트웨이, 인증 모듈
제품팀: 제품별 기능, 사용자 맞춤 인터페이스
운영팀: 배포, 로깅, 장애 대응 모듈
아마존은 팀 단위로 마이크로서비스를 정의하고, API 인터페이스를 팀 책임으로 명확히 설정해 빠른 배포와 독립 개선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반대로, 조직 구조와 모듈 경계가 불일치한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릴리스 병목
장애 대응 지연
책임 회피에 따른 운영 신뢰도 저하
한 글로벌 전자회사는 하드웨어 설계팀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팀이 기능 중심으로 모듈을 공동 담당하고 있었지만, 운영 책임이 불분명해 장애 발생 시 책임 공방과 대응 지연이 빈번했다. 이는 설계 구조보다 운영 구조가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모듈은 단순한 코드 단위가 아니라, 기능 단위, 데이터 흐름, 조직 책임의 교차점이다.
계층 중심의 분할을 넘어, 기능 흐름과 실행 책임을 기준으로 나누어야 한다.
모듈 구조는 시스템 구조, 조직 구조와 반드시 병행 설계되어야 한다.
기능 단위로 설계해야 시스템 목표에 맞는 실행 구조가 가능하다.
데이터 흐름이 모듈 간 경계를 결정하며, 이는 장애 복원성과 확장성을 좌우한다.
조직 책임과 모듈 구조를 정렬하지 않으면 협업 효율과 시스템 신뢰성이 떨어진다.
결국 모듈화는 개발 효율을 위한 기술 전략이 아니라, 시장에서 빠르게 대응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이다. 모듈화는 더 이상 기술자의 도구가 아니라, 제품 경쟁력과 조직 민첩성을 동시에 설계하는 프레임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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