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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우 Sep 03. 2020

2회.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들의 공통점

출간 전 연재 [태도 수업]


짐 스톡데일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항공대의 조종장교로 임관한 미국의 파일럿이었다. 그는 베트남 전쟁 당시 임무를 받고 출격하다 대공포에 격추되어 북베트남의 한 마을에 추락했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현지 인들에게 즉시 체포되었고, 그 과정에서 추락으로 입은 척추 부상은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의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한쪽 다리가 부러지고 팔이 마비되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 가야 할 몸이 된 것은 그때의 일이다.

곧이어 스톡데일은 ‘하노이 힐튼’이라는 별명이 붙은 악명 높은 포로수용소 호아 로(Hoa Lo)에 갇혔는데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폭행, 채찍질을 비롯한 지독한 육체적 고문이 었다. 북베트남 정부에 협조만 하면 풀어주겠다는 회유를 거부하며 가로 90센티미터, 세로 275센티미터의 독방에서 견딘 시간은 무려 8년.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끝에 겨우 석방된 그는 미국의 전쟁 영웅이 되어 귀환했다.


베트남 전쟁 후 미국의 영웅이 된 해군제독 짐 스톡데일


돌아온 스톡데일은 인터뷰 중에 “수용소에서 살아남지 못한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스톡데일은 단박에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들’이라고 답했다. 무턱대고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석방될 거야”라고 말하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또 “부활절까지는 석방될 거야”라고 말했던 사람들. 그런 이들은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디데이가 지나도 바뀌는 것이 없자 급격하게 쇠약해지면서 죽어버리곤 했다. 스톡데일이 강조한 말이다. “반드시 이겨 내겠다는 믿음과, 지금 현실의 가장 가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훈련을 절대로 혼동해선 안 됩니다.”


반드시 이겨 내겠다는 믿음과, 지금 현실의 가장 가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훈련을 절대로 혼동해선 안 됩니다.



스톡데일의 증언은 평생 동안 긍정성을 연구한 독일의 심리학자 옌스 바이드너(Jens Weidner)의 조언과도 일치한다. 바이드너는 스톡데일이 지적한 이들을 두고 ‘순진한 낙관주의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아무 근거도 없고 특별한 노력을 기울 이지도 않으면서 인생을 장밋빛으로 낙관하는 마치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그들은 고급 음식점에서 굴을 주문한다. 껍질에서 진주가 발견되어 그 진주로 음식값을 계산할 수있기를 바라면서.”

그는 순진한 낙관주의는 실제로 위기를 이겨내거나, 성공에 도달하거나, 지속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태도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보다는 주어진 현실을 직시하고 확실히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가 된 사람들만이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현실을 '직시(直視)'한다는 것은 보아야 할 대상을 똑바로 바라본다는 뜻이다. 낙관적으로도 비관적으로도 보지 않고, 좋은 면만 보거나 나쁜 면만 보지 않고, 자신의 입장이나 현재의 바람에 치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똑바로 본다. 어디에도 치우치 않은 가운데에 머물면서 앞과 뒤, 위와 아래, 겉과 속을 빠짐없이 전체적으로 보는 것이 바로 현실 직시다.


마르틴 아가르드, 「망원경을 든 선원」, 연도 미상



이와 같은 현실 직시를 바탕으로 그다음에 취할 것이 긍정적 태도다. 이는 무턱대고 미래를 낙관하는 것이 아니라, 명료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긍정적 가능성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순진한 낙관주의자의 태도와는 다르다.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긍정적 태도를 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긍정에 관한 두루뭉술한 이미지 속에서 그것이 어떤 태도인지 정의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긍정적 태도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겠다.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면 자신이 긍정적 태도의 소유자라고 판단해도 좋다. “이미 일어난 모든 일은 잘된 일이다.”


이미 일어난 모든 일은 잘된 일이다.



법륜 스님의 강의에서 들었던 딱 맞는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굴렀다고 하자. 한쪽 다리가 부러졌다. 이 상황을 ‘이미 일어난 모든 일은 잘된 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그 순간 부러지지 않은 나머지 한쪽 다리를 보면서 ‘이 다리는 멀쩡해서 다행이다. 잘됐다. 감사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긍정적 태도라는 게 스님의 이야기다. 이 기준으로 보면 자신이 긍정적 태도를 가진 사람인지, 아니면 긍정적 태도가 중요하다고 머리로만 생각하는 사람인지 가려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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