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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nction Sep 10. 2021

청년 팽창? (youth bulge?)

전시준비노트1

이번 전시에 넣지는 못했지만, 준비 과정에서 읽은 책 중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있긴 했다(폴 몰런드, "인구의 힘"). 'youth bulge'란 개념인데, 논란의 여지도 있고, 이론적으로 정립된 것도 아니어서 흥밋거리로만 남겨 놓았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청년 팽창' 정도가 되겠는데, 쉽게 말해 젊은 층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단기적으로 영아사망률이 줄어들지만 출산율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보통 인구 증가 이론에서 흔히 일어나는 상황이지만, 이 개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것은 해당 국가의 경제적 상황이 이 늘어난 젊은층 인구를 흡수할만한 상황이면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과 같은  소위 '경제적 배당' 이 발생하나, 그렇지 않으면 실업률 증가와 같은 문제로 국가의 상황이 불안정해지는 '인구 폭탄'이 된다는 것이다. 


2001년 9/11 이후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대두된 이야기이긴 한데, 자칫 잘못하면 권위주의 정부의 근대화를 정당화시켜주기 딱 좋은 것이라 굳이 전시에 반영하지는 않았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2007년에 cfr에서 나온 "The Effects of ‘Youth Bulge’ on Civil Conflicts"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https://www.cfr.org/backgrounder/effects-youth-bulge-civil-conflicts). 요약하자면 개도국의 청년실업 비중이 크거나 청년 팽창이 있다면 내부 폭력 발생(internal violence)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적용해 본다면 어쨌든 전쟁 후 경제적으로 계속 성장하면서 일자리가 생겨난 상황 덕을 많이 보고, 이로 인한 일종의 선순환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50년대 이후 소위 자유진영의 제3세계 인구폭발을 공산화의 주요 요인으로 보면서 가족계획을 오만데서 다 시행한 것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일 수도 있고.


잠깐 곁길로 새서, 유럽에서 전쟁이 많이 줄어든 이유가 2차대전의 참화를 통해 반성하면서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뭐 등등 좋은 말을 붙일 수도 있겠지만, 고령화도 그중 하나의 요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어쨌든 전쟁을 입만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 싸울 수 있는 power가 필요할 텐데, 징병/모병할 수 있는 젊은층 인구가 줄어들면 무슨 수로 전력을 구성하겠나. 남북간 전쟁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둘 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것도 한 가지 요인으로 헤아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역으로 여전히 불안정한 지역의 인구 구성을 확인해 보면, 직접적인 독립변수는 아니더라도 매개변수나 촉매, 혹은 상황적 요인 정도로는 작용하지 않을까. 폴 몰런드가 이야기한 게 어떤 면에서는 모순적으로도 보인 것이, 청년 인구 증가가 국내 정치 불안정성 증가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민주화를 촉진시키기도 한다고 하니, 결국 youth bulge는 독립변수로서 작용한다기보다, 어떤 상황을 가져다주는 촉매로서 작용한다고 보는 게 맞지 않겠나 싶다. 


하도 사람 숫자 이야기만 들여다보니 세상만사가 다 이런 걸로만 보이게 되어 걱정이다. 다음 거 준비하다 보면 또 그쪽만 들입다 파면서 그 주제 이야기만 하게 되겠지. 어쨌든 9월까지는 뭐라도 좀 끄적거리면서 전시 준비하며 봤던 이야기들도 좀 정리해보고 해야겠다. 뭐라도 남기면 뭐라도 되겠지... 누가 본다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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