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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자현 Aug 02. 2021

나를 오해하고 있는 시선들에게

1월 1일은 빨간 날. 휴일이다. 바쁜 연말을 보내고 오랜만에 편히 쉴 수 있는 휴일. 아침부터 싸한 느낌적인 느낌의 전화가 걸려온다. 세상의 모든 잔소리들이 터져 나올 것만 같은 느낌. ‘받지 말까?’ 고민 끝에 받지 않는다. 조금만 있다 통화하자. 바로 걸려오는 다른 전화. 이번엔 내 사랑 춘희 씨다! 39년생 춘희 씨는 신여성이다.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오랜 사회활동으로 만들어진 여장부 같은 성격과 사고방식은 나이 차이를 잊게 할 만큼 나와 잘 맞는다. 우리 춘희 씨 기다리지 말라고 얼른 통화버튼을 누른다.


“외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에도 건강하고 함께 즐겁게 보내자~”

“수미야. 오늘은 회사에 안 나가지? 아침에 떡국 먹고 푹 쉬어.”

“응~ 할머니. 아픈 곳은 없지? 주말에 외가에 한번 내려갈게.”

“오지 마. 주말에 좋은 사람 만나서 데이트해. 이제는 시집가. 내가 다른 손주들은 몰라도 너 시집가는 건 보고 가야지.”


충격이다. 춘희 씨가 나에게 결혼을 하라고 하다니… 하고 싶은 일 다 해보고 일찍 결혼하지 말라고, 언제나 잔소리들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던 든든한 춘희 씨였다. 그런 나의 편이 결혼을 하라고 한다. 믿기지가 않는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걸려오는 전화. 엄마다.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박장대소한다. 춘희 씨를 방패 삼아 본인의 잔소리를 비켜나갔던 얄미운 큰딸의 충격이 재밌다는 듯 말한다. 


“전화를 하도 안 받길래 누구랑 통화하나 했네. 우리 엄마가 오랜만에 맘에 드는 말씀을 하셨어.

이봐 내 딸아. 서른 하고도 세 살이야. 결혼 안 한다고 고집부리지 말고 주위에 좋은 사람 찾아서 연애해. 결혼도 하고.”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제가 결혼을 안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고요? 춘희 씨 큰딸 미영 씨. 오해입니다. 저는 결혼을 할 것입니다. 저는 독신 주의자가 아닙니다. 앞으로의 인생을 재밌게 함께 보낼 의리 있는 사람을 찾고 있지만 아직 못 만났을 뿐입니다. 결혼을 하면 당연히 저... 는 아니고 배우자를 닮은 아기도 낳고 싶습니다. 그래서 일도 가정생활도 잘하는 멋진 어른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도. 대. 체 누가 제가 결혼을 안 한다 하였는가요.


서른셋. 남들이 하라는 대로 잘 따라 살아왔다. 대학도 취업도 사회활동도 취미도 튀지 않는 그럭저럭 한 인생.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적당히 살아온 것이 아니다. 답답하지 않았다. 나의 세계를 조금씩 넓히고 색을 더하는 지금. 내 맘대로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아니 맘대로 안 되는 것이 있다. 결혼. 결혼만큼은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 앞으로의 나의 세계를 같이 넓힐 아주 중요한 사람을 찾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나를 사람들이 아주 크게 오해하고 있다. 나를 결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 사람처럼 생각한다. 결혼, 남들이 다 하는데 이유가 있다는데 그 이유 명확하게 말해줄 수 있는 분 있으신가요? 앞으로의 나의 인생을 책임져 주실 분은요? 없다.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다. 



결혼, 저도 진짜 하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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