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가을 Jun 04. 2023

[Review] 인생의 찬란함을 그린 기쁨의 화가

더 현대 서울-라울 뒤피  

라울 뒤피는 1877년 프랑스 한 항구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었고, 총 8명의 동생들을 보살펴야 했다. 어릴 적부터 종업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미술 공부를 병행했다. 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고향이 폐허가 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늙어서는 손가락도 제대로 펴지 못할 만큼 심한 관절염으로 고통받았다.

더 현대 서울에서 20세기 거장 라울 뒤피의 70주기 회고전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에서 엄선해 보낸 유화와 수채화, 판화 등 130여 점을 볼 수 있다. 또 그의 역작이자 대표작인 ‘전기의 요정’도 만나볼 수 있어 더 특별한 전시다.


햇살이 은은하게 퍼지는 듯한 라울 뒤피의 파스텔톤 작품은 따뜻한 봄을 연상케 한다. 굵고 명료한 선을 채우는 강인한 빛은 틀림없이 인생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라울 뒤피는 사랑이 넘치는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색감의 인생을 살아냈다.



라울 뒤피는 1877년 프랑스 한 항구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었고, 총 8명의 동생들을 보살펴야 했다. 어릴 적부터 종업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미술 공부를 병행했다. 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고향이 폐허가 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늙어서는 손가락도 제대로 펴지 못할 만큼 심한 관절염으로 고통받았다.

“나의 눈은 태어날 때부터 추한 것을 지우도록 되어 있다.”


삶의 풍파 속에서도 그의 눈은 인생의 찬란함 만을 좇았다. 그의 고향인 항구와 해변, 산책길 등 일상에서 쉽게 누릴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해 삶의 기쁨을 표현했다. 그의 작품들을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즐거움이 퍼져나간다. 뒤피는 도화지에 꿋꿋하고 꾸준히 삶의 화사함을 경쾌한 색채로 그려냈다. 그가 ‘기쁨의 화가’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한 순간도 놓지 않았다.


모네와 마티스 등 예술가의 작품을 보며 영향을 받았으며, 이 덕분에 인상주의와 야수파, 입체파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화파의 그림들이 탄생했다. 작품을 보며 “어, 이거…” 비슷한 화법의 유명 작가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소재는 어찌나 다양한지, 그는 유달리 좋아했던 말부터 오케스트라, 인물, 바다 등 일상의 다양한 것들을 그렸다.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 모든 순간이 그에게는 기쁨이자 환희로 다가왔나 보다. 그의 사소한 소재를 그린 작품들을 보자면 “뒤피의 작품은 쾌락이다.”라는 거트루드 스타인의 설명이 떠오르며 자동으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경쾌한 듯 거침없는 그의 붓 선도 한 몫 했다.


그는 단순 그림 그리기에만 열중하지 않았다. 작물 패턴과 드레스 디자인 등 패션 업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으며, 도자기 같은 장식예술에도 관심을 가졌다.


주로 행복과 기쁨을 그렸음에도 결코 작품들은 가볍지 않다. 밝은 색감을 주로 사용했지만, 검은색의 쓰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한 것 같다. 뒤피는 어두움이 빛을 더 강조해 준다고 생각했으며, 태양을 볼 때 순간적으로 눈이 안 보이는 현상도 검은색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푸른 배경의 검은 화물선(Cargo noir sur fond bleu)’을 보고 난 후 느꼈던 감정의 여운은 오래도록 남아있다. 고향인 노르망디 해안에서 보았던 변화무쌍한 날씨를 표현한 작품은 검은색이 화면 전체를 감싸고 있다. 하지만 하늘의 오른편에는 밝은 빛과 무지개가 공존해 있어 끝까지 놓지 않은 기쁨을 연상케 한다.


“삶은 항상 내게 미소 짓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 지었다.”


웃음은 전염이 된다고 한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전시장 안에 따뜻한 에너지가 맴도는 듯했고, 그의 작품은 내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라울 뒤피에 대한 사전 정보를 자세하게 파악하지 않고 가더라도 분명 행복한 기분으로 출구를 나서게 될 것이다. 심오한 해석 대신 마음을 툭 놓고 그저 작품을 있는 그대로 즐겨 보길 바란다. 뒤피의 미소가 느껴지는 듯할 테니.






작가의 이전글 편지에 꾹꾹 눌러 담았던 그 '사랑'은 진짜였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