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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밍 Jun 23. 2021

손발이 오그라들 듯한 사회생활

2.30대, 그 어정쩡함

30대에겐 사회생활이란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다.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우리에게 쌍 따봉을 받던 친구는 부서원들과 혈액형 이야기를 주고받는 자리에서 “그럼 팀장님은 미남형?”이라고 했다는 소리에 다 같이 소리를 질러 댔다.


나는 30대 중반을 지나는 지금도 사회생활이 힘들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요즘 표정관리를 하지 않아서 참 고맙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얼마 전 친구와 만나서 사람을 최대한 적게 만나는 직업이 뭐냐며 한참을 논의하였던 적이 있다. 왜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하고 관계를 맺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어려워지는지 모르겠다.




3번째 직장을 다니는 나는 여전히 상사의 욕을 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항상 무언가 통달한 듯한 동료가 하는 말이 있다.

“절대 안 변해요, 마~ 포기하세요! 포기하면 편안합니다”


맞다. 내가 욕하는 상사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그걸 알고도 나는 약이 오르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나의 동료는 립서비스가 뛰어나다.

같은 말 이어도 상사가 기분이 좋아지게 이야기한다.

“제가 특별히 신경 써서~”, “신경 써 주신 덕분에~”, 이런 추임새는 필수이고 반복적으로 묻는 것에도 항상 친절하게 대답한다. 그리고 돌려 말하는 질문에도 속 뜻을 알아차리고 상대가 원하는 말을 기분 좋게 해 준다.


에피소드를 들을 때마다 어찌그렇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을   있냐며 집에 손과  여분이   있어서 매일 갈아 끼우고 오는  아니냐며 기겁을 하곤 한다.


사실 나는 그런 말을 하면 상대가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절대 입 밖으로 내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 나의 입을 강력하게 통제한다.


아마도 나의 자존심도 절대 변하지 않는 철벽일 것이고 사회생활을 하는 내내 나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을 지킬 것이다.


나는 스페어 손발이 없으니깐!


아가시절 잘 오그라들었던 손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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