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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끽 Oct 23. 2021

숙제, 고해성사, 재택 2주차


퇴사 대신 재택근무 2주 차, 글을 안 쓴 지도 한 달이 넘은 것 같다.

최근에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지난달 글쓰기 모임에서 제출한 글을 책으로 엮는데 혹시 오타가 있는지 검토해달라는 이야기였다. 덕분에 내 글을 다시 보게 되었다. 퇴사 전의 고민과 날마다 생생하게 느끼고 기록하는 하루가 거기 있었다. 지금은 왠지… 정신이 없다.

출근은 하지 않지만, 메일과 전화로 회사 일은 하고 있고, 안녕망원으로 벌려놓은 일도 하면서 수습하지 못한 일도 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정신이 없을까? 집이 지저분해서? 출퇴근을 하지 않으니 일의 구분이 없어서? 당최 잘 모르겠다. 그래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뭔가 글을 쓰면 뚜렷해지곤 하니까.

왜 이렇게 찜찜한지는 하지 않은 일들이 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분명히 해야 하는 일인데 또 하기 싫지만, 또 해야 하는 그런 일. 나열하자면 이렇다.



1. 인터뷰 녹취 풀어서 정리 : 5월에 했던 인터뷰고 무려 돈 받고 했는데, 다들 착하게 기다려주셔서 방치하고 있었다. 양이 많다는 게 방치의 이유인데, 돈도 받았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번 달에는 꼭 완료해야 한다. 그리고 돈은 돌려드리자.



2. 자원활동가 일 : 이건 오늘 그런대로 완료했다. 요 며칠을 뭉개고 있었다. 변명하자면, 말은 자원활동가인데 실제로 하는 일은 사무보조이며, 그것이 지시가 언제/어디서/무엇을 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시는 분은 나에게 권한을 많이 주셨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담당자님의 정보는 하늘과 땅 차이… 나는 그의 긴급함이 없다. 이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체 그림도 안 보이니까. 무튼 오늘은 통화해서 얼추 마무리했는데… 이번 주는 계속 이 일을 팔로업해야할 것 같다. 이건 원래 돈을 안 준다고 했었는데, 내가 그건 말이 안 된다며 돈을 요구했고, 실제로 이미 입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받았으면 일을 해야지. 아니, 어떤 세계에서든 통하는 Give and Take는 지켜야 하니까.



3. 회사 일 : 솔직히 얘기해서 재택을 하니까 회사 일이 더 하기가 싫다. 당장에 급한 것만 메일을 쳐내고, 조금 시간이 걸리는, 가령 오래된 메일을 찾는 거라던지 담당자가 급하게 요청하는 자료가 아닌 경우에는 지금 미뤄두고 있다. 바로바로 마음먹고 바로바로 하면 또 할 수 있는 일인데, 그 자료 찾는 거나 조금의 수고로움을 알고 급하지 않으니까 방치하고 있다. 그래도 마음속에 남아있다. 얼른 해야지…



이렇게 방치한 일을 적고 보니까 그래도 마음이 좀 편하다. 역시 우리에게 제일 무서운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니까. 아마도 금요글방의 글을 적는 것도 이 발목을 잡는 일 중의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적었지 않나. 뭐라도 했으면 됐다.

이 글은 나의 숙제이자 고해성사. 이제라도 찬찬히 다시 해나가자. 아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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