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얘기
나의 첫직장.
11년 3개월째 다니고 있는.
두달 전부터 씨게 와서 가족들과도 충분히 협의해서 결정한지도 거의 한달이 되었다.
그동안 연휴도 있었지만 내 스스로 안에서 정리가 안되어서 말을 못하다가 오늘 했다. (그렇다고 아직 완벽하게 정리된건 아니다. )
사실 오늘도 고민 많이하고 화장실에서 한 30분 밍기적 거리다가 큰맘먹고 얘기했다.
생각보다 굉장히 평온한.
내가 11년 넘게 봐웠던 상무님. 역시나 이성적이고 조곤조곤하게 얘기했다. 직장인의 표본이라면 표본일까.
본인은 시기를 잘 타고나 대리급부터 20년간 팀장만 하고 있는데. 부지런하기도하고 디테일하기도하고. 무엇보다 개저씨 어거지 이런게 하나도 없어서 좋다.
물론 일할때는 내가 팽당한 경우도 있었기에 완전히 이분을 따르진 않지만, 상당히 논리적이고 상식이 통하 사람이라는 점 자체는 대단하고 내가 행운아인거 같다.
(나는 사원무렵부터 독립적으로 혼자 쭉 일해서, 회사안의 프리랜서랄까. 위도 딱히 없고 아래도 없는 특수 포지션)
말할때는 얼마나 떨리던지.
11년이나 생각했던 건데 막상 말로 뱉으니 순식간이었다. 떨려서 거의 한달을 눈치보다가 오늘에서야 얘기했다.
나를 충분히 존중해주는 분위기.
갑자기 한 얘기도 아니고, 내가 계속 여기저기 아팠던 걸 알기 때문에 쉽게 수용도 해주었다. 다만 아쉽다고 했다.
우리팀 일잘러였던 김과장님이 나갈때 이후로 또 큰 충격이었다고ㅎㅎ (그 뒤로 아마 4-5명은 더 왔다갔다했을텐데. 암튼 회사사람들이랑 두루 다 친한 영업맨이었던 그분의 퇴사는 나도 당시 충격적 - 베이커리 카페을 차리셨다. )
뭔가 새로운 일을 할꺼면 확실히 40 전에 해보는게 좋다고도 했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서 중국어를 쓰는 어찌보면 특수 포지션이기때문에 본사(중국)과 할 일이 많을거라고도 했다. 본사 요청이 많기 때문. 앞으로 할 일이 무궁무진. 대체할 인물도 없고. 그래서 남아주길 바랬으나 뭐 그렇다고 내 말을 아예 무시하지도 않았다.
출퇴근이야 재택으로 하더라도, 근본적인 대안은 안된다는 걸 본인도 알고있고, 나도 이유가 몸 아픈거 말고, 여기서 더이상 할 수 있는게 보이지가 않는다고 했으니.
솔직히 반반이지.
본사에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는 것도. 여기 업계, 회사 내에서 지사에서 본사로의 승진일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글쎄? 더 많은 스트레스. 그리고 이걸 또 어디에 쓸 것인가? 그냥 동종업계 이직을 위한 또다른 커리어가 되겠지.
(내가 사원 대리였으면 냉큼 물었을거 같긴하다)
무튼 팀장님은 최소한 연말까지는 있어달라고 하고, 좀 더 생각해 달라고 했다. 나보고 다른 보직을 원하냐고도 물어서 아니라고 했고.
이건 뭐 자기가 사장님께 혼날거 같다고 ㅋㅋㅋ
뭐 듣는중에 기분은 좋았다.
평소에는 매일매일 시달리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보람도 딱히 없고, 누구가 대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얘기해준다는 건 말이다.
무튼... 이번주 말이나 다시한번 얘기해야겠다.
그리고 퇴사하면 뭐할지,
내 계획표를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리자.
방향, 큰 틀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