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왓유원트 Jan 30. 2023

저를 기억하지 마세요.

어제는 토요일이었다. 저녁 5,6시쯤되어 음식을 픽업하러 나갔다. 주차를 하고보니 픽업하기로 한 시간까지 한 10분이 남았다. 남는 시간에 그냥 음료수를 하나 살 생각으로 주변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갔다. 음료수를 고르고, 복권도 하나 할까? 하는 생각이 갑작기 들어 복권도 하나 집었다. 열심히 숫자를 마킹하고 점원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너무 불친절했다. 큰 소리로 이거 잘못됐어! 라고 냉랭하고 말했다. 뭐가 잘못됐는데? 라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아무 설명없이, 그냥 이거 잘못됐다니까!!! 이거였다. 이때부터 좀 살짝 맘이 상했다. 뭐지?? 라는 생각에 다시 살펴보니, 번호를 5개만 마킹해야 하는데 7개나 마킹한 것이 문제였다. 자세히 보니 'SELECT 5'라는 글이 써있었다. 보지도 않고 아무생각 없이 7개 줄로 나뉜 한줄마다 한 숫자씩 마킹한것이었다... 뭐 언제 사봤어야 알지...어쨌든 다시 새로 복권종이를 꺼내와 5개만 마킹해서 다시 그녀에게 내밀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도 계속 찝찝하면서 기분 나쁜 여운이 남았다. 내가 인종차별을 당한건가? 그냥 그녀가 불친절한 사람인건가? 내가 뭘 기분상하게 했나? 마지막 이건 솔직히 아니다.


민감한게 굴고 싶진 않지만, 솔직히 이 짧은 만남이 남은 하루의 기분을 모두 짢게  만들어버렸다. 문득 예전에 느꼈던 비슷한 불쾌한 경험들도 덤으로 줄줄이 생각이 났다. 별거 아닌 일이 나비효과처럼 예전의 비슷한 불쾌함의 기억들로 이어졌다.


 예전에 한국에서 대출을 상담하러 어리버리 갔다가 은행직원의 불친절함에 기분 상했던 기억, 이것도 모르면서 니가 무슨 대출이냐 라는 말을 짜증섞인 존어법으로 내게 말하던 그 직원. 그러나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냥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생략하고 그 자리를 떠났던 기억. 한창 텔레마케팅이 성행하던 때, '관심이 없습니다'라고 하고 끊자 다시 똑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어와 무슨 얘기인지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전화를 끊느냐며 엄청나게 화를 내던 그 텔레마케터. 내 개인정보,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아무말도 대꾸를 못하고 그 화난 목소리를 모두 견뎌야 했던 기억. 그리고 어제 편의점의 그녀. 가끔 이런 사람들을 만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디나 살기가 퍽퍽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그런 사람들이라고. 삶이 버겁고 여유가 없으니 남에게 건네는 작은 친절마저 귀찮다. 그리고 불필요하다. 그리고 나의 짜증을 나도 모르게 남에게 푼다. 어느정도는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나도 충분히 그리고 가끔은 이런 사람이 될 수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려고 노력한다. 저런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아 저렇게 하면 안되겠구나'를 깨닫고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로 한다. 나의 사소한 한 마디나 행동이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하루에 조그만 부정적인 임팩트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이건 다른 사람들, 특히 오늘 생전 처음 만난 사람들을 위한, 단지 배려 차원에서 그러는 것이 절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니다. 순전히 이기적인 이유로, 오로지 나를 위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시는 보지않을 수도 있는 그 찰나의 인연으로 생전 모르는 사람의 기억속에 내가 그렇게 각인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스쳐갈 인연에 불필요하게 나에 대한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는 기억되고 싶지 않다. 거기다 그런 식으로 부정적으로는 더더욱이다. 나는 그저 내 삶을 잘 살아가고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고싶다.


그러니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부디 저를 기억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의 기억 속에서는 불필요한 존재랍니다. 저는 다만 오늘의 기분이 제 행동이 되지 않도록 그저 노력하겠습니다.


--------------------------------

이 글은 순전히 어제의 불쾌함 그리고 오늘까지 이어진 그 연속의 기분 나쁨에 대한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글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2022년 기억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