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는 쉼을
엄마에게는 힐링을
아이에게 세상모험이 되길
선착순 가족 10팀,
30명이 순식간에 모집되었다.
일 벌이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대던 알 수 없는 이끌림은 본능적으로 찰나의 전율을 느끼며 단조로운 일상을 뒤집었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그 도전을 지지해 주는 든든한 육아동지들 덕분이다. 일사천리로 풀옵션 산막텐트를 예약하고 나니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뇌로 인해 당장 국립공원 소백산 삼가야영캠핑장으로 뛰어갈 태세다
며칠 후 사전답사를 갔다.
우리나라 12대 명산 중 하나인 소백산 자락 아래 푸르름으로 켭켭이 둘러싸여 있는 동그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맑은 계곡 물소리와 새소리가 잔잔하게 들리고 캠핑장 안 아담한 수로가 어린아이들이 자연을 느끼며 발 담그고 놀기에 그만이다. 야영캠핑장 옆으로 비로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마침 보이길래 산책 삼아 올라가 보았다.이른 육퇴를 위하여 저녁 먹은 후 가볍게 산책도 하고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깊은 어둠속에서 엄마와 함께한 첫 캠핑의 기억을 오래 남기기에 안전한 데크길이다.
뛰어나고 훌륭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훌륭하기 위해서는 시작해야 한다. -지그 지글러-
캠핑 군단이 몰려온다.
더없이 소중한 디데이. 설레는 마음을 끌어안고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대로 서둘러한 팀 한 팀 도착했다. 아이들의 평균 연령은 3세부터 18세까지 다양했다. 아이의 안전과 엄마의 분주함을 덜고자 4인텐트와 6인텐트에 두 가족씩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캠핑 군단은 야영캠핑장을 점령한 채 텐트 앞 테이블마다 저녁 요리가 한창이다. 살림꾼 엄마들은 다 함께 나눠먹을 음식을 바리바리 준비해 오고 일하다가 분주하게 오기 바빴던 엄마들은 배달요리가 근사했다. 아이들은 마치 집인 양 이 텐트 저 텐트 오가며 자기들끼리 놀기 바쁘고 엄마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시원한 맥주 한 모금에 살포시 쌓인 먼지를 닦아내 듯 온 마음을 씻는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해 질 녘쯤 멀리서 바라본 텐트동은작은 마을처럼 평화롭고 모든 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따뜻한 저녁이었다. 뷔페처럼 맛있게 나눠먹은 저녁으로 노근 노곤 해진 다리를 이끌고 깊은 어둠 속으로 산책을 나왔다. 야광 팔찌를 한 아이는 엄마손을 꼭 잡아 플래시 하나씩 들고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천방지축 한 남자아이가 플래시 불을 끄자 그걸 지켜본 나머지 아이들도 키득키득 웃으며 플래시 불을 차례로 끄기 시작했다. 여린 여자아이들은 놀라 비명을 지르고 울음도 터졌다. 평소 같으면 굳어지는 얼굴로 냅다 소리부터 질렀을 엄마들도 그 순간은 모두 박장대소 웃음이 터졌다.
사라진 불빛 더 짙은 어둠 속에서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카타르시스였다.
희망은 밝고 환한 양초 불빛처럼 우리 인생의 행로를 장식하고 용기를 준다. 밤의 어둠이 짙을수록 그 빛은 더욱 밝다.
-올리버 골드스미스-
달빛에 비친 엄마와 아이들의 두 눈동자 속에 별이 밝게 빛나고 있다. 달빛 낭만으로 마무리가 되면 참 아름다웠을 테지만, 사내아이들이 어디 그런가. 다시 반전을 이끈다.플래시를 턱아래로 비춰 엄마의 얼굴 가까이 들이민다. 천진난만하고 무해한 표정으로 엄마 한 사람을 위한 이벤트이다. 엄마도할리우드 뺨치는 오버액션으로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와 엄마가 서로의 눈 안에 비친별을 보며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된다는 건 원하는 모습으로 조종하여 이끎이 아닌 존재로 이미 충만한 엄마이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쪽같은 내 새끼.
“그래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지만
너희도 자식이 처음이지.”
“엄마는 자식이었던 적이 있으니
너희들을 잘 키워볼게.”
1박의 일탈,
이 좋을 걸 안 할 이유가 있을까?
담대하고 거침없이 이제부터 두 아들과 함께 캠핑을 시작해 보기로 다짐했다.
photo by i-rangari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