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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마언니 Apr 16. 2024

나 결국 엄마처럼 살고 있었네

나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나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내 나이 41살

친정엄마는 30년이나 더 된 이야기를 아직도 꺼내곤 한다.


초등학교 때 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학교에서도, 지역에서도 미술(그림)상을 받았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엄마에게 그림 그리기에 재능이 있으니 미술 쪽으로 진로를 잡아보는 것에 대해 권유했다고 한다. 그리고 주변 어른들도 엄마에게 말했다고 한다.

얘는 미술에 소질이 있어 보이니 꼭 미술학원 보내서 재능을 키우라고.


근데 엄마는 사람들에게 나의 미술실력은 그저 남들 다 그리는 정도라고 했다.

특별하게 소질이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래서 결국 미술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그림을 더 이상 그리지 않았다.


-


세월이 흘러,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던 어느 날

첫째 아이가 미술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말을 듣고는

친청엄마께서 그러셨다.

아이들이(손자, 손녀) 배우고 싶다고 하면 학원 보내주라고 하셨다.



엄마는 나를 키우면서 내가 미술에 재능이 있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도 미술 시켜보라고 권유했을 때 손사래 치면서

우리 아이 특별하지 않다고 누구다 다 그릴 수 있는 정도라고 하며

학원을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고 했다.


예체능을 가르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미술학원 보냈다가 혹시라도 내가 미술 쪽으로 진로를 잡을까 봐...

예체능 하겠다고 할까 봐...

겁나서 미술학원조차 보내지 않았다고 하셨다.

이미 30년이나 흘렀지만 나를 미술학원에 보내지 못했던 게

아직도 마음에 응어리가 남아있다고 한다.


-



그 얘기를 듣고서

나는 너무 놀랐다...

내가 또 우리 아이에게 그렇고 있다는 사실을 문뜩 깨달았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친구들과 축구 학원 가고 싶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축구학원에 보냈다.

유치원 때 재미로 다니고 학교 입학하면 끊어버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보냈다.


근데 둘째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축구를 훨씬 더 좋아하고

축구를 너무너무 잘했다.


그리고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아이에게 통보했다. 축구는 그만 다니고 태권도 다녀야 한다고...

축구를 더 하고 싶다는 아이말을 무시하고 축구를 끊어버렸다.


주변 지인들도 축구 잘하는데 그만두지 말라고 말렸다.  

축구코치님도 둘째 아이가 축구에 소질 있고 잘하고 있다고,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셨다.


나는 축구코치님께도, 주변지인들에게도 말했다.

둘째 아이의 축구실력은 그저 남들 다 하는 정도라고...

특별하게 소질이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래서 둘째 아이는 태권도를 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아이가 축구를 정말 좋아하고

축구를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혹시나 둘째 아이가 축구학원을 계속 다녀서

예체능을 하겠다고 할까 봐 두려웠다.

사실 예체능을 밀어줄정도로 우리 집이 여유 있는 건 아니니까...



이런 생각을 친정엄마도 했었다니....



나는 결혼을 하면서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엄마처럼은 안 살 거라고 늘 다짐했는데

결국 나는 친정엄마처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고 있었다.




힘들게 살아온 친정엄마의 삶...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둘째아이가 원하는 축구학원을 다시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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