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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네바 Jun 22. 2023

처음으로 받은 카지노 딜러 잡오퍼

한국보다 더한 캐나다의 인맥사회


캐나다에 온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던 때였다. 몇 번의 인터뷰 기회에도 한 번도 합격을 하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던 찰나에 카지노 딜러라는 로컬잡에 최종 합격을 하게 되었다.


카지노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게임을 해본 경험도 없었던 내가 카지노 딜러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친구 H 덕분이다.



일은 구하지 못했지만 영어 실력이라도 늘리자는 생각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고 그러던 찰나에 카지노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 H를 만나게 되었다.


본인의 일에 만족도가 높았던 H는 일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나의 얘기에 자신의 회사에 지원을 해보라고 넌지시 얘기를 꺼냈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한 귀로 듣고 흘렸는데 그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다시 한번 진지하게 권유를 하는 H를 보며 본격적으로 카지노 딜러라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시간과 급여 모두 생각보다 괜찮았고 캐내디언과 일할 수 있다는 게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근무 환경이었기에 바로 지원하고 싶었지만 출퇴근이 4시간 이상이 걸리며 밤이나 새벽 시간에 위험 지역을 지나야 한다는 게 걱정이 되어서 지원을 하는 게 굉장히 망설여졌다.


이런 내 고민을 들은 H는 그런 고민은 합격을 한 후에 하라고 조언을 해주었고 심지어 리퍼를 써주겠다는 제안까지 해줬다. 리퍼가 오히려 더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흔치 않은 기회를 그냥 보내고 싶지는 않았기에 긴 고민 끝에 어플라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이 리퍼의 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어플라이를 한 지 하루 만에 H에게 얘기를 들었다며 인터뷰 참석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가 왔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바로 참석을 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인터뷰는 일주일 뒤에 있었는데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영어 인터뷰에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준비를 했다. H에게 물어보면 어떤 인터뷰일지 상세히 알려줬을 텐데 리퍼까지 받을 와중에 더 도움을 받기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뷰는 혼자가 준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굳이 먼 길을 돌아갔는지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는다. 어쨌든 구글링과 챗지피티를 통해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하여 끊임없이 암기를 했다.



인터뷰 당일이었다. 인터뷰는 1시쯤 진행되었는데 환승을 세 번이나 했어야 했기에 오전 일찍부터 나와서 버스를 타고 카지노로 향했다. 위험 지역을 지나야 해서 잔뜩 걱정을 하고 탔는데 자신의 옆자리가 비었다고 앉으라고 알려주는 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조금은 경계를 풀게 되었다. 그렇게 환승의 환승 끝에 카지노에 도착했는데 카지노로 향하면 향할수록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다시 잔뜩 긴장한 채로 인터뷰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우아한 사람들이 가득할 거라고 기대한 것과는 달리 눈에서 빛을 찾아볼 수 없는 희망이라고는 한 줄기도 없는 것 같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오는 것을 보며 카지노에 대한 로망이 완전히 사라지고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인터뷰는 참석해야 했기에 직원들에게 물어물어서 인터뷰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H에게 인터뷰에 대해 물어보지 않은 걸 엄청나게 후회했다. 일대일 인터뷰가 진행될 거라고 예상한 것과는 다대다 인터뷰로 진행되었고 심지어 시뮬레이션 인터뷰도 진행되었다.


인원수가 많아서 총 두 그룹으로 나누어져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첫 번째는 기본적인 인터뷰로 한 명씩 순서대로 질문지에 있는 질문을 받으면 그에 대한 대답을 하는 형식이었다. 특이한 점은 인터뷰어가 질문지에 사람들의 대답을 요약해서 수기로 받아 적는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걸 알아듣고 다 적어내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


내가 속한 그룹은 총 7명으로 내가 부여받은 번호는 4번이었는데 어찌 보면 운이 좋았던 거 같다. 질문은 총 2가지였는데 3번 사람이 받은 2가지 질문 모두가 이해가 되지 않는 질문이었다. 다른 질문들은 단어라도 캐치를 해서 이해를 했는데 이 질문은 문장 자체가 아예 해석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3번 인터뷰이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결국 두 가지 질문 모두에 답변을 하지 못한 채로 인터뷰가 끝이 났다. 처음에는 3번 인터뷰이가 대답을 하지 못했을 때 내가 3번 사람의 질문을 이어받을까 봐 엄청나게 식은땀을 흘렸다. 다행히 새로운 질문을 받았도 첫 번째 질문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는데 내가 준비한 예상 질문과 정확히 일치하는 질문이어서 문제없이 답변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질문은 팀워크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준비를 하지 않아서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 여러 경험이 있었기에 기억을 살려서 잘 넘길 수 있었다.


두 번째 인터뷰는 시뮬레이션 인터뷰로 인터뷰어가 알려주는 걸 익히고 이를 직접 시뮬레이션하는 것이었다. 정확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새로우면서도 약간의 사고능력을 요구하는지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수를 해서 창피를 당할까 봐 굉장히 떨렸었다. 그리고 인터뷰 도중에 H가 지나가는 말로 했던 것들이 인터뷰에 나오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대놓고 물어볼걸 아주 많이 후회했다.


어쨌든 리퍼 덕분에 인터뷰도 무사히 통과를 해서 당일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게 되었다. 6시가 다 되어가는데 연락이 오지 않아 떨어진 줄 알고 미리 울려고 감정을 잡던 찰나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아서 굉장히 얼떨떨했다. 이 때는 해냈다는 생각보다는 캐나다가 엄청난 인맥사회구나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던 거 같다. 그렇게 인터뷰를 봐도 붙지 못했는데 리퍼를 받자마자 바로 붙다니 참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기분이 오묘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카지노 딜러를 하지 않았다. 합격 통보를 받고 계약을 하기 전까지 2주 간의 기간이 있었는데 일주일을 앞두고 있던 찰나에 한 달 전에 지원했던 일에 대한 오퍼를 받게 되었고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던지라 결국 카지노 딜러를 포기하고 이 일을 하게 되었다.


카지노 딜러 일을 경험해보지 못한 게 약간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인터뷰를 합격 결과를 얻었기에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만큼의 경험을 한 것 같다. 얻는 것보다 포기할게 더 많았을 것이기에 포기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고 앞으로 어떤 다른 일들을 하게 될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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