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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chterin 여자시인 Jul 11. 2022

웬만한 책 읽기보다 나을 때도 많더라

자기 계발로써 <브런치>


브런치에 매 시간당 엄청난 양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로 실시간 들어오는 구독 중인 작가님들의   알람만 해도 휴대폰 액정은 금세 뒤덮이곤 한다. 하나하나 따라 읽기가 벅찰 만큼 어떨 때에는 엄청난 스피드를  가독성이 따라잡지 못하면서도 다소 강박증 적으로 올라오는 글들을 까먹기 전에 그때그때  읽어야겠다는 이상한 사명감을 부리고 싶어 진다. 물론 브런치야 이미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고, 그중에 많은 수는 출간 경험이 있는 전문작가들이거나 브런치를 기회의 발판 삼아 전문 작가의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농후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많은 글들을 양산해 내는데 올라오는 글들은 죄다 섭렵해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든다. 이제는 브런치도 약간 알고리즘이 형성되는 것인지 제법 큐레이팅  카테고리의 글들이 정리되어서 디스플레이되고 있다. 나는 그냥 손가락으로 터치만 하면서 그런 글들을 정독한다. 솔직히 말해서, 더러는 속독도하고 부분적으로 읽고 넘어가기도 한다.  부분은 어쩌면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같다(라고 믿고 싶다..^^;).


브런치에서 모인 글들이 책이 된다면, 반대로 생각해보면 언젠가 책으로 나올 글들을 브런치라는 공간을 통해서 먼저 읽어보는 기회를 얻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그러하다. 내가 실제로 목격한 몇몇 작가님들의 경우에도 이제 곧 출간 예정이니 브런치에서는 더 이상 공개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글들을 추려내어 비공개로 돌리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브런치 활동에서 얻는 부가적인 경험이 있다면 바로 이런 ‘최초의 원고’를 먼저 읽는 호사를 누리는 것이지 않을까? 물론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검색을 통해서 이미 발행된 브런치 글을 읽을 수 있겠다지만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브런치 앱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알림을 받으며 다양한 글들의 생생한 그 첫 버전을 읽으면서 글 안목을 키워내다가 왠지 이 글들은 될성부르다 싶었는데 그런 글들이 실제 발간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역시 내 글 안목도 왠지 좀 성장을 하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기분을 느낀다는 것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갈수록 모든 것에서 사용자 경험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플랫폼을 이용하는데 거기에서 얻은 어떤 구체적인 서비스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소하게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역시 그 경험을 이루는 큰 요소이다.





여기에 올라오는 많은 글들이 다루는 주제들도 매우 다양하고 해당 글들을 쓰는 작가님들의 분야별 지식이나 일가견들이 상당하기에 읽는 내내 품질보증 면에서도 시중에 책의 형태로 엮어져 나오는 글들과 비교해서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책을 한 권 두권 이렇게 단행본으로 읽자니 시간적 부담이 생기고 두께에 의한 압박감마저 드는 상태라면 브런치에서 해당 주제를 검색해서 여러 가지 글들을 읽어보는 것도 나는 대안적 독서로 꽤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앞서 언급했듯이, 브런치의 글들이 모여 언젠가 책으로 나오기도 한다면, 먼저 그전에 올라와있다가 마치 영화 <관상>에서 나오던 ‘왕이 될 상’이라는 말처럼 ‘책이 될 상’의 글들을 읽으며 독서욕구를 충족해보는 것이다.  


아직 브런치 활동 1년 미만의 신생 사용자로서 브런치에서 여러 주제의 생생한 체험이 바탕이 된 글들을 읽을 기회에 전적으로 노출된 것은 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직 너무 나이브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 이미 종종 브런치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을 피력하신 작가님들의 글들도 제법 읽은 터라 — 이런 점에서 체험하지 못한 것을 읽기를 통해 간접 경험하는 것이 주는 자기 계발적 효과가 분명 있다고 본다. 자기 계발이라는 것이 꼭 어느 강연에 참석하고 워크숍을 가고 강좌에 등록하는 행위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이나마 경험치를 넓혀서 시야를 넓혀나가는 일도 포함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더불어 원작자와 댓글을 통해서 소통할 수 있는 구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지난 1월 초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브런치 활동을 하며 반년을 조금 넘기는 시간 동안 그 이전에는 몰랐을 많은 삶의 방식들, 많은 직업군들, 많은 세계관에 글을 통해 접근할 수 있었다. 하여, 그 이전보다는 확실히 다른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뭔가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벌써 이 정도인데 앞으로 또 더 많은 브런치 글을 읽으며 이 대안적 독서활동을 통해서 만나게 될 다양한 삶을 간접 체험하며 내 상상력과 인식의 폭을 넓히고 싶다. 날이 너무 덥고 습하여 도서관이나 서점에 갈 엄두조차 나지 않을 때에 더더욱이,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은 곳에서 방구석에 앉아서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여러 편씩 접할 수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서 아직 국내에서는 브런치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브런치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이 좋은 글들을 읽는 데에 심지어 무료다. 이 점은, 양질의 글을 마음껏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메리트이지만 창작자로서, 또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약간의 금전적인 보상이 주어진다면, 아니면 현금은 아니더라도 현금화가 가능할 포인트 같은 것을 적립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더욱더 의욕적으로 많은 양질의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업데이트될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나는 감히 브런치에 독서하러 온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러는 웬만한 책 읽기보다 여기 올라오는 글들을 읽는 것이 즐겁고 유익하기까지 하다. 또 더러는 여기서 읽은 글들이 모여 진짜 책으로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다양한 업계에 종사 중이며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작가님들의 순도 100프로 체험이 들어간 글들을 읽을 가능성도 높고 다양한 노하우와 전문성을 갖춘 글들도 많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그 전보다 조금씩 더 똑똑해지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도 나는 브런치에 독서하러 매일 N번씩 발걸음을 할 예정이다. 하루 N번 N개의 글들을 읽으며 글 세상에서 여름에는 피서를 하고 겨울에는 난롯불을 쬐며 내 나름 자기 계발을 해 나갈 생각이다.


그런데 쓰고보니 약간 <브런치 어천가> 같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내게 이만한 곳이 없어서인가? 아직 브런치에서 쓴맛을 못봐서 일까? 그마저도 브린이라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 깔끔한 결론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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