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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콩 Nov 04. 2022

육아와 같은 아이 글쓰기 지도

 저는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면서 참, 육아와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어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자’입니다. 이 아이가 태어난 모습 그대로, 이 아이의 고유성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키우려 합니다. 어른은 더 많이 살아봤기 때문에 무엇이 더 좋은지, 안 좋은지 잘 압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내 자식에게 좋은 것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이것은 옳다’, ‘이것은 그르다’, ‘이것은 해라’, ‘이것은 하지 마라’라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자칫 그 행동이 ‘아이가 틀리고, 어른은 옳다’라는 잘못된 기준을 만들까 봐 걱정입니다. 그런 기준이 생겨버리면 아이는 항상 가르침을 받아야 하고 어른은 항상 답을 줘야 합니다. 서로가 얼마나 부담될까요? 얼마나 답답하고 경직된 관계가 될까요? 사실 부모인 내게 좋고 옳았던 행동이 반드시 내 아이에게도 좋고 옳은 일이 되지는 않더라고요. 좋고 나쁨은 소위 말해 ‘개취’입니다. 개인의 취향, 가치관, 사고방식 등 많은 것의 영향을 받아 달라집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무언가를 제안할 때는 한번 더 고민해봐야 돼요, 정말 아이 입장에서 그게 좋은 게 맞을까.


출처:픽사베이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쓰기를 가르칠 때는 자꾸 아이의 부족한 점만 보게 됩니다. 종합적 사고가 필요한 글쓰기인데, 아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삶의 경험이 그만큼 부족하고, 머리가 아직 다 여물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뇌가 커가고 있어요. 가르치고 교정할 것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러니 아이에게 ‘이것은 틀렸다’, ‘그것은 그렇게 하지 마라’ 등의 부정적 피드백을 많이 주게 됩니다. 큰 그림은 아이의 글쓰기를 잘 지도하기 위함인데, 그 속으로 들어가면 소위 말해 지적질만 해대게 됩니다. 그런 방식으로 글을 가르치는데 아이가 당연히 글쓰기가 싫다고 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먼저 부모님들께 위로의 말을 하고 싶어요. 자녀의 글쓰기로 답답함을 느끼고 불안감을 느끼는 많은 부모님들께 괜찮다고, 원래 그런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불안한 그 마음에는 ‘아이가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에 대한 걱정이 있으신 거잖아요. 그런데 뒤처지지 않아요. 아이는 제대로 잘 크고 있습니다. 글씨가 엉망진창이고 글의 순서도 엉망이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게 쓴다고 답답해하시지만 그게 정상입니다. 원래 아이는 그렇게 글을 씁니다. 그럼 그대로 두란 말이냐, 아니요. 그 뜻이 아닙니다. 아이는 원래 그렇다는 이해를 바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그대로 받아들이면 부모의 불안감이 줄어듭니다. 불안감이 줄어들면 ‘이렇게 해’, ‘저렇게 해’ 소리가 줄어듭니다. 아이를 대할 때 목소리 톤이 달라집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되지!’가 아니라 ‘이렇게 해보면 어때?’가 되는 것입니다. 옆에 앉은 부모가 잘했다 못했다를 따지는 평가자가 아니라 나를 돕는 조력자로 느껴질 때, 아이는 조금 더 편안함을 느끼고 조금 더 머리가 굴러갑니다. 그러면 한 줄이라도 더 써지게 되겠지요. 육아도 아이를 이해해야 방향이 잡히듯이 글쓰기도 그 아이의 고유성을 파악해야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독서록이나 일기 쓰기 과제를 내줄 때 선생님들께서는 몇 줄 이상이라는 기준을 내세우시는데요. 아마 보통의 아이들이 그만큼의 양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셨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쓰고 싶은 글을 쓰게 하면, 아이는 노트 한 바닥을 다 채웁니다. 자기가 생각한 것, 자기가 쓰고자 하는 말을 그대로 적으면 아이는 글쓰기를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그때는 얼마 만큼이라는 양이 아니라, 무엇을 쓰라는 주제가 명시되겠지요. 보다 이상적인 모습이 될 것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맘껏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부모와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소리를 하더라도 그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가장 안전한 종이 위에서,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말이죠. 그러면 여덟 살 아이가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열 살 아이는 어떤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지, 열두 살의 삶에 중심엔 무엇이 있는지 보실 수 있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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