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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맵 매거진 Oct 25. 2022

유럽 최고의 가문, 합스부르크 왕가의 600년 걸작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유럽 최고의 가문, 합스부르크 왕가 Habsburg Haus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유럽의 전체적인 역사 뿐 아니라 미술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한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1273년부터 1918년까지 약 600년 간 유럽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합스부르크 왕가(Habsburg Haus)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합스부르크 왕가는 신성로마제국부터 30년 전쟁, 스페인과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 제1차 세계대전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특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후원해왔습니다. 이들이 예술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철학으로 모아온 예술품들은 현재의 빈미술사박물관에서 집대성되어 인류의 자산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리고 그 중 96점의 작품을, 국립중앙박물관과 빈미술사박물관이 함께 한 이번 전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기 대표적인 예술품들을 포함하여, 합스부르크 왕가가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수집한 걸작들을 전시 개막일인 오늘, 아트맵이 만나고 왔습니다.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1부 '황제의 취향을 담다, 프라하의 예술의 방' 


 이번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되었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유럽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인 15세기의 막시밀리안 1세를 시작으로 다양한 수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서양사를 바탕으로 구성된 전시이니 오디오가이드와 함께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1부에서는 갑옷의 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갑옷을 전투를 위해서만 입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갑옷은 단순한 전투용 의상이 아니었습니다. 갑옷에 들어간 부품이 몇 개인지, 장식이 어떤지에 따라 소유자의 지위와 명예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일반적인 옷처럼 화려하거나 주름진 모양이 반영되어 있기도 합니다.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1부에서는 프라하에 수도를 두고 활발한 수집 활동을 벌인 16세기의 루돌프 2세 황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유년 시절을 스페인의 펠리페 2세 아래에서, 즉 마드리드 왕궁에서 보냈습니다. 그가 정말로 관심을 가졌던 건 필리페 2세의 장대한 도서관과 미술관이었다고 합니다. 성격이 굉장히 내성적이고 남과 잘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을 지닌 탓에, 모든 수집품들을 탐독하며 지식적인 욕망을 채우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가 예술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수집한 수많은 공예품들은 현재 빈미술사박물관 공예관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2부 '최초의 박물관을 꾸미다, 티롤의 암브라스 성'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2부에서는 오스트리아 서쪽 지역인 티롤을 다스린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암브라스 성에 전용 건물을 지어 진열장 설계와 전시품 배치, 심지어는 벽의 색깔까지 모두 직접 정할 정도로 예술품에 열의를 보였습니다. 그의 유언에 따라, 지금까지도 그 모든 건물이 16세기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고 하죠. 미술관(Museum)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당시, 페르디난트 2세의 안브라스 성은 오스트리아 최초의 미술관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3부 '매혹의 명화를 모으다, 예술의 도시 빈'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촬영 아트맵


 빈미술사박물관은 특히 회화로 명성이 높습니다. 3부에서는 이 빈미술사박물관이 소장한 뛰어난 회화들에 대해 소개합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와 안토니 반 다이크가 그린 초상화 <야코모 데 카시오핀> 등 당대 최고의 걸작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회화의 연대에 따라 음악과 함께 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중세 음악과 바로크 음악까지, 각 부마다 연관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피터르 파울 루벤스의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펠레몬과 바우키스> 를 감상할 수 있는 관에서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가 흘러나옵니다. 



4부 '대중에게 선보이다, 궁전을 박물관으로'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 촬영 아트맵


 4부에서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위대한 왕으로 손꼽히는 마리아 테레지아의 시대를 살펴봅니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특이하게도 왕과 황제가 공존했습니다. 오스트리아가 다스리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여자가 될 수 없었기 때문에 마리아 테레지아는 왕으로, 그의 남편과 아들은 대를 이어 황제로 등극합니다. 그러나 남편은 정치에 큰 뜻이 없었기 때문에 마리아 테레지아가 실권을 모두 누렸다고 하는데요. 테레지아는 오스트리아 장군의 여름 별궁이었던 벨베데레 궁전을 매입하면서,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닌 소장품들을 모두 전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사후에 요제프 2세가 이 궁전을 대중들에게 무료로 개방합니다. 수집한 예술품들을 황가의 사람들만 감상하고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향유하기를 바랐던 가치관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 detail, 촬영 아트맵


 특히 이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에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약혼식에 검은 옷이라니, 의아하지 않나요?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은 마리아 테레지아 왕의 딸로, 당시 황제였던 프란츠 1세는 그녀의 결혼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프란츠 1세가 돌연 사망하고 마는데요. 사망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약혼식이 열렸기 때문에, 선황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담아 검은 의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그림 속에 등장하는 것입니다. 그림의 왼쪽 하단에서는 어린 마리 앙투아네트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시 궁정 행사에서는, 그림에서 볼 수 있듯 황실의 일원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공개했습니다. 아래 쪽에 모인 구름 같은 관중들은 그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이들입니다. 실제로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림 속에서 당시에 유행하던 음식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은 단순한 하인이 아니라 특별히 엄선된 귀족들이었습니다. 당시 황실의 가족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는 것은 특권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이들의 시중은 귀족들이 드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림의 숨겨진 이야기들은 전시관 내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부 '걸작을 집대성하다, 빈미술사박물관'


프란츠 요제프 1세와 엘리자베트 초상, 촬영 아트맵


 5부에서는 가장 오랜 기간 오스트리아 제국을 다스렸던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시대를 조명합니다. 그의 아내가 바로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엘리자베트입니다. 유럽 최고의 흥행 뮤지컬 '엘리사벳'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녀는 지금까지도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황후입니다. 본래 엘리자베트의 언니와 요제프 1세가 결혼할 예정이었으나, 엘리자베트를 보고 첫눈에 반한 요제프 1세로 인해 동생이 결혼하게 되었다고 하죠. 


 자유분방하게 컸던 엘리자베트에게 엄격한 오스트리아의 황실은 족쇄와도 같았으며, 고부 갈등도 심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녀는 오스트리아에 정착하지 못하고 해외로 여행을 다니다, 스위스에서 이탈리아인 무정부주의자에게 암살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림을 감상하며 19세기 합스부르크 왕가의 슬프고도 비극적인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조선, 투구와 갑옷, 1890-94년경 (촬영 아트맵)


이번 전시의 마지막 작품은 특별하게도 조선의 갑옷과 투구입니다. 이는 고종이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선물한 것으로, 600년에 달하는 합스부르크의 역사와 우리나라의 역사가 만나는 접점이기도 합니다. 조선과 오스트리아의 수교 기념으로 주고받은 마음의 증표인 만큼, 한국-오스트리아의 수교 130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의 의미를 더욱 뜻깊게 하는 수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예술이 곧 힘이자 지식이고 권력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코 순탄하지 못한 역사 속에서도 예술품 수집을 이어왔습니다. 문화와 예술 역량이 드높게 평가되는 오늘날, 이들의 유산이 더욱 뜻깊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와 오스트리아 제국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소장품은 빈미술사박물관에 남아 여전히 역사를 빛내고 있습니다. 


예술이 가지는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이번 전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내년 3월 1일까지 지속되니 꼭 한 번 관람해보시기 바랍니다! 




글 | 아트맵 에디터 이지민

자료 | 국립중앙박물관, 아트맵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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