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화제작,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모두 보셨나요?
<글래스 어니언>은 2019년 개봉한 라이언 존슨 감독의 <나이브스 아웃>에 이어, 후속편으로 2022년 12월 23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아직은 따끈따끈한 영화입니다. 그리스 섬의 호화로운 사유지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리극인 만큼, 개봉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는데요.
억만장자 마일스 브론(에드워드 노튼)의 초대를 받은 친구들의 모임에 끼게 된 브누아 블랑 탐정(다니엘 크레이그). 마일스 브론의 호화로운 사유지,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양파 모양의 유리 돔이 바로 영화의 제목인 '글래스 어니언(Glass Onio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틀즈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글래스 어니언'은 영화의 전반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오브제이기도 하죠.
마일스 브론의 호화로운 저택에는 그의 취향을 말해주듯 수많은 예술작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의 경박한 모습을 드러내기라도 하는 듯, 여기저기 자랑처럼 널려있기는 했지만요. 오늘은 저택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또 그래서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 하셨을 작품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극 중 브누아 블랑이 글래스 어니언의 내부에 방문하면서 감탄을 마지 않았던 작품. '별이 가득하다'는 그의 찬사와 함께, 꽤 오래 카메라에 비추어지는데요. 기하학적으로 빛나는 이 작품, 어떤 작가의 것일까요?
ANTHONY JAMES, 80" Icosahedron (Solar Black), 2019 Stainless steel, specialised glass, LED lights 203 x 203 x 203 cm | 80 x 80 x 80 in (출처 오페라갤러리)
바로 영국계 미국인 작가 '앤서니 제임스(Anthony James)'가 그 주인입니다. 그는 빛을 창조적 매체로 활용하여 압도적이고 몰입감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기로 유명합니다. 국내에서도 단독 개인전과 아트페어 등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는데요.
그의 작품은 브누아 블랑의 감탄처럼, 마치 무한대로 확장하는 우주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대칭적이고 질서정연한 기하학적 다면체 속에 자리한 빛의 향연은 내부의 한정된 공간 그 너머로 우리를 이끌어 냅니다.
앤서니 제임스는 1974년 영국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 디자인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 시대가 불어닥친 세계.1970-1980년대의 혼란 속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는 '질서'에 관심을 갖고 형식주의와 미니멀리즘 예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는 강철과 유리 같은 묵직한 산업 재료와 LED를 함께 다루며 빛과 공간을 표현했습니다. 그는 미니멀리즘과 함께, 과학적이지만 우리에게 와닿지 않는 '무한대' 그리고 '우주'라는 개념을 물리적인 존재로 끌어내고자 했습니다. 그는 과학과 영성, 철학을 자신이 아는 가장 순수하고 정직한 방법, 즉 예술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거대하고도 또 무한하게 작은 것, 우주와 자신 속의 영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앤서니 제임스. 그는 수많은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왕립원예협회의 플라워 쇼를 비롯하여 포시즌스 두바이, 옥스포드 스트리트 등 미술관 외의 다양한 공간에서 공공미술 작업을 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자면 수없이 뻗어나가는 빛의 확장에 그만 압도되고는 합니다. 저 초월적인 공간의 끝은 어디일까 하염 없는 생각에 빠져들기도 하는데요. 양파처럼 수수께끼 같은 글래스 어니언과, 더 알 수 없는 마일스 브론을 드러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오브제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번 주말, 앤서니 제임스의 작품이 등장하는 <나이브스 아웃 : 글래스 어니언>을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글 | 아트맵 에디터 이지민
자료 | 네이버 영화, 다음 영화, 오페라 갤러리, 앤서니 제임스 스튜디오(http://www.anthonyjamesstud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