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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rant lulu Jan 14. 2024

행복의 값

feat. 카페 오픈

평일 오전 6시 30분


새벽같이 일어나서 누군가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은 녹록하지 않다.

눈을 비비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쌀쌀한 공기를 가로질러 운전을 한다.

돌아오는 길,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갓 구운 크루아상 하나면 몸은 말랑해질 것 같다.

얼마 전에 검색해서 찾은 카페가 있기는 한데...

정말 새벽 여섯 시 반에 문을 여는 카페가 있을까? 드라이브 스루도 아니고.

하여 기대 반, 의심 반으로 들어갔다.

정말 불이 켜져 있네. 직원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세트1. 아메리카노와 크루아상

세트2. 아메리카노와 크루아상 샌드위치

1번은 지금 빵을 굽고 있으니까 한참 기다리라고 한다.

2번은 어제 나온 빵으로 만드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한다.

괜찮으니 천천히 해 달라고 한다.


평일 이 시간에 오피스가 밀집한 공간이면 회사원들과 일렬의 사람들이 새벽을 여는 소리가 달그락거릴 줄 알았다. 그런데 조용하고 잠잠하다. 창문 밖의 어둠은 아직 깨어날 채비를 갖추지 못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한 켠에 시간을 지나 덩그러니 놓여 있다. 활기를 찾지 못한, 비몽의 시간이다.


샌드위치는 차가웠다. 콜드 햄과 콜드 치즈와 콜드 양상추와 콜드 토마토가 식은 크루아상과 함께 있었다.

커피는 따뜻했다. 기다란 좁은 두터운 머그잔에 연기와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시고 적절히 쓴맛이 좋았다.

방금 나온 크루아상은 뜨거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촉촉함이 좋았다. 버터리한 질감은 조금 지나쳤다.


눈이 떠지고 몸은 펴진다. 세상은 조금씩 기지개를 켠다. 동이 터 온다.

행복하다. 이른 새벽부터 맛보는 행복의 값은 크다. 모닝 메뉴의 할인보다도 훨씬 더.




일요일 오전 6시 30분


오늘도 새벽에 이 길을 지난다.

그날의 커피와 빵이 생각난다.

주말은 아홉 시에 문을 연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고,

시계를 앞당길 수도 없다.

행복은 그때가 되어야 주어지는 것을.

언제고 행복을 맛볼 수는 없구나.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누구보다 이른 시간에 나와 행복을 준비하는 누군가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른 새벽, 카페의 오픈 시간은 그곳의 문을 여는 누군가에게 행복이 값이 제일 높을 때이다.




cafe at da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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