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다임 May 30. 2023

결혼 후 의도치 않은 인맥 정리 팩트

내가 원한 건 아닌데...

결혼 5년 차
제 인맥은 점점...안드로메다로...


흔히들 큰일을 치러보면 주변의 인맥이 정리된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

나는 아빠의 장례식 그리고 내 결혼식을 통해 넓고 얕게 많았던 인맥을 정리한 이력이 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또 한 번의 정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청첩장

옛 회사 동료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다. 

엄청 절친은 아니었지만 회사에서 함께 일하며 매일 얼굴을 보던 사이였다.

몇 년 만에 연락을 했기에 어색함이 감도는 그 정도의 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결혼식에 와준 지인이라 축의는 물론 직접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얼마뒤

남편이 청첩장을 보여주며 후배의 결혼식에 가야 한다고 했다. 

하필 나의 옛 동료와 같은 날이었다. 시간대도 어쩜 똑같이 점심시간일까.

운전을 하지 않는 내가 애를 데리고 결혼식장에 혼자 가기엔 무리였다.

남편은 본인 후배의 결혼식에 간다고 할터인데 어쩌지 고민하던 중...


남편친구의 부부가 제안을 하나 했다.

" 결혼식 끝내고 우리는 남대문시장 구경하면서 oo이 옷도 사자! "


참 달콤한 유혹이었다.

평소라면 바로 "콜!" 외쳤을 나인데 사실 고민됐다.


내 지인의 결혼식이 있다고 말을 했지만 친한지부터 물어보았다.

물론 친하지 않았지만 그래도...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들은 남편 지인의 결혼식은 당연히 가는 걸 전제로 대화하고 있었다.


내가 여기서 '그래~ 축의만 부탁해서 보내지 뭐'라고 한다면 나의 인맥은 또 이렇게 점점 멀어진단 생각에 굉장히 씁쓸한 마음이 크다. 

결혼을 해본 사람의 입장에서 결혼식에 직접 와주는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지 잘 알고 있다.

내 결혼식에 와준 동료에게 잠시라도 인사를 하고 오고 싶었는데 말이다. 

아이가 없었다면 각자 따로 갔을 텐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 내가 운전만 했더라면.. 1시간 거리라도 아이 데리고 어떻게 갈 수 있지 않았을까 '

' 내 결혼식에 와준 동료인데 내가 안 가면 너무 미안해지는데 어쩌지.. '


여기서 포인트는 결혼을 하고 나니 남편 중심으로 흘러가는 만남들로 내 인맥들이 점점 사라져 간다는 것이다.

누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인맥을 유지하는 것이 참 어려운 게 현실이다.

솔로일 때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겪어보니 선배들의 토로가 맞다는 걸 다시금 깨닫고 있는 중이다.

남편 따라 신혼집이 전국에 흩어지고, 애를 낳고 나니 만나는 게 더 어렵고,

눈앞에 닥친 현실에 매여 사느라 여유를 즐기기 어려운 시기가 되니 더 그렇다.


이렇게 나의 주변이 정리되고 나면 남는 건 오직 가족뿐이겠지?

그래서 점점 더 외로워지는 것일까? 


또 다른 새로운 인맥을 채워 넣지 않는 이상 어쩜 항상 2% 부족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 또한 쉽지 않겠지만... 




미안합니다. 

전 멀어지고 싶지 않아요. 정말이에요ㅠㅠ

옛날처럼 웃고 떠들며 수다쟁이로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요.


매거진의 이전글 내 손 꽉 잡아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