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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다임 Jun 09. 2023

나는 일을 하는 것인가?



누군가는 나를 보고 "출근하시나 봐요~"

누군가는 나를 보고 "일 안 하시죠? 그럼 커피 한잔 해요~"




지금 나의 상황은 그렇다.


경력단절로 인해 1년 정도 일을 쉬었다.

워커홀릭이었던 나는 점점 시들 거리는 파대가리가 되어갔다.

그러다 보니 한껏 예민해진 나와 부딪히는 건 집안에서 유일하게 말하는 어른, 

바로 남편과의 싸움으로 번졌다. 

덕분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면 나의 자유시간이 생기고 그럼 다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새 학기 3월이 되었다.

아이는 어린이집 적응기간이라 처음에는 1시간, 그다음 주는 2시간, 그다음 주는 점심까지...

이렇게 한 달 동안 울지 않고 잘 적응하고 나니 이제 진짜 설레었다.

마치 내가 뭐든 시작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4월 1일 나는 무턱대고 사무실을 계약했다.

작은 공유오피스지만 집을 나와 집중하기 위해 나를 위한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집에 있으면 눈에 보이는 빨래, 장난감 정리 등등 집안일을 쉴 수가 없었기 때문에 충동적으로 결정했다.

(그렇다고 집이 모델하우스처럼 깨끗한 건 아니다. 치우고 뒤돌아서면 집은 개판이 되어있다.)


그래서 4월부터 난 아이 등원을 시키고 사무실로 향했다.

아침마다 가방을 메고 사무실로 향하는 나를 본 지인은 물었다.



"출근하시나 봐요~?" 

"아~ 사무실 계약해서 그냥 혼자 일하러 가요"



' 이제 다시 일을 해볼까 싶지만 당장 월급 받고 일하는 것도 아닌데 일을 하는 게 맞나? '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 



일을 멈춘 1년은 정말 많은 게 변해있었다. 

부업으로 하던 온라인몰 역시 왜 이렇게 많이 변했으며, 마케팅 수법은 또 왜 이렇게 많아졌으며,

경쟁자들은 왜 이렇게 잘하고 있는 것인지...

다시 회사를 들어가기엔 무리고 당연히 온라인 사업을 이어가려 했으나 자신이 없어졌다.

뒤떨어진 감각을 채워야 했고 무언가 배움이 절실했다.



그래서 사무실에 출근하면 매일 하는 루틴이 있다.

K-스타트업 사이트 확인, 김포시청 사이트 확인, 그리고 클래스 101 강의를 듣는다.


작년 생활발명코리아에서 수상을 하면서 상품화를 위해 다른 지원사업을 찾고 있는데 쉽지 않다.

아이디어 디벨롭을 혼자서 하다 보니 꽉 막혀있다고나 할까.. 

전문가의 도움이나 제3자의 의견을 듣고 수렴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큰데 이 또한 굉장히 어렵다.

지금은 단순히 나 혼자 고군분투한다.

어찌 됐든 사업 준비를 하고 배움을 통해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건 맞다.


이걸 '출근'이라고 하는 게 맞나? 

흔히 말하는 출퇴근시간이 고정된 것도 아니고 자유로우며, 돈을 벌지 않는데 말이다.

무언가 돈을 꼭 벌어야 일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린이집 앞에서 아이 친구의 엄마가 나를 보며 "일 안 하시죠 언제 한번 커피 마셔요~"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등원시간이 9시 반으로 늦고 하원도 4시에 꼬박꼬박 하니 당연히 일을 안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선뜻 일을 한다고 말하기도 그래서 그냥 "네, 좋아요~"라고 티타임 제안에만 긍정의 답변을 했다.



어린이집만 보내면 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막상 보내고 나니..

아이는 온갖 바이러스에 걸려 병원 가는 날이 많아졌다.

전염병에 걸렸다 치면 가정보육을 해야 하는 날이 점점 늘었다.

그래서 5월은 2주나 가정보육을 했다.

그 말은 곧 내가 사무실에 나간 날이 고작 2주.. 10일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뭘 하려 해도 일이 자꾸 멈춰지니 진행이 되질 않는다.

내 성격은 뼛속부터 한국인이라 빨리빨리 체질인데, 이렇게 제대로 하지 못 하니 속이 탄다.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 속에 답답함을 느낀다.



혼자서 일하다 보니 누군가에게 고민을 나눌 수 없고 

누군가 동기부여를 해주지도 않고 칭찬이나 격려를 해주지도 않는다. 

오로지 혼자 이겨내고 고민하며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이럴 땐 그냥 회사 다니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립기만 하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만 하면 끝이니까 말이다. 

월급도 매월 정해진 날에 입금되니까 얼마나 좋나 몰라~


어쨌든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일 뿐이니 나는 앞으로 내 일을 할 것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보고 포기하려 한다.

포기하더라도 뭐든 일단 해봐야 포기가 되니까 이렇게 투덜투덜 대면서도 한걸음 나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비록 오늘 사무실에서 무역 강의 2시간 들은 거 말고는 뭐 없는데도 노력했음에 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본다.



나 아니면 누가 칭찬해줄 거야~

그 어떤 것이 되었든 간에 오늘 하루도 노력한 자신을 위해 칭찬해 주길.. 



아직 돈을 벌고 있진 않지만 이렇게 준비하는 과정이 쌓여 언젠가는(?) 대박이 터질 것이다.

오늘도 자기 암시를 해본다. 


일단 무엇이든 시작해 보자!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여지든 스스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기로 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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