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다임 Dec 04. 2023

지나가라 생각아

웅덩이에 빠진 주저리주저리

으쌰으쌰 잘 지내다가 문득 웅덩이에 빠지곤 한다.

내 몸이 빨려 들어가는 뻘도 아닌데 조그마한 웅덩이에서 벗어나질 못 하는 시기가 있다.

지금이 딱 그 시기이다.


번아웃과 좌절이 한 번에 오면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고쳐야 할지 생각에 휩싸였다.

자신도 없거니와 뻔뻔하게 공수표를 날릴 양심도 없다.


사실 지금 마음은 며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그럴 수 없는 상황이기에 너무 답답하다.

'할 수 있어~ 천천히 해보자'라고 굳게 마음먹었지만 이놈의 급한 성격은 역시나 결과만 찾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혼자 도전을 하다 지치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와 함께 의지를 하며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예를 들어 미라클모닝을 도전할 때도 혼자는 의지가 약하니 금방 멈출 것이란 생각에 미라클모닝을 함께하기 위한 모임에 가입했다. 자의가 안되면 타의에 의해서라도 결과를 만들고자 하는 나의 마음이다.

그런데 이를 본 남편이 한마디 한다.

"마음을 먹었으면 혼자서 해야지 왜 남들이랑 같이 하려고 해?"

혼자 척척 잘 일어나고 누군가에게 의지라곤 하지 않는 T성향의 남자사람이라 참 부럽기도 하다.


내 성향을 바꾸는 건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나를 인정하고 그에 맞게 살려고 노력한다. 

결혼 후에 내가 참 많이 바뀌었다는 걸 그는 아는지 모르는지.. 눈치가 없는 건지 그 속을 모르겠다.

가끔은 시간을 꽤 많이 되돌려 20대로 가고 싶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지나가는 생각을 본인이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이란 말을 들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인 것처럼 

걱정도, 불안도, 좌절도 계속 이어진다.


한참 고민이 많을 때 점쟁이를 찾아간 적이 있다.

무엇이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보며 자꾸 무엇이 보인다고 했다.

컴퓨터로 자르고 붙이고, 스튜디오, 플라스틱 등등 이해가 어려운 말들을 늘어놓았지만 1시간쯤 지나고 다 정리하고 보니 얼추 나의 상황과 비슷한 부분들도 있었다. (100% 믿진 않아서 사기꾼 같기도..)


그 점쟁이가 나를 보고 소리쳤다.

"왜 못 빠져나와. 거기서 나와야 뭘 하지. 혼자 웅덩이 파고 못 나오면 어떻게 해~"

나이 먹어 선생님한테 혼나듯 폭풍 잔소리를 듣고 보니 뭔가 띵~ 정신 차려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좌절할 것을 미리 예상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참 어렵다.


누군가 나를 이끌어주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나를 토닥이며 위로해 주는 것도 아니다.

모든 건 오로지 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행해야 한다.

참 외로운 길이다.


살다보면 좋은 일만 있을 순 없지만 이상하게 나쁜 일은 꼭 한꺼번에 오더라?

22년, 23년 참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남편이 아프고 딸도 검사를 앞두고 나도 몸이 성칠않으니 생각이 더 많아진 듯 하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건 건강인데 잠시 이를 망각했다.


2024년은 건강운이 제일 좋았으면 좋겠다.

건강해야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30대 중반, 뒤늦은 진로고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