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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다임 May 16. 2023

싱그러운 반쪽짜리 상상

그와의 만남 : 연애 시작


하나둘 떠나는 친구 따라
나도 연애한다.



#20대 후반

한동안 연애는 무슨~ 일이나 열심히 하면서 살자 주의에 빠져 워커홀릭 흉내 내던 시절이다.

사실 하나둘 결혼하며 행복해 보이는 친구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내 옆에 있던 남자들은 그저 결혼상대라기엔 내 성에 차지 않았기에 조금만 삐걱대도 이별을 고하곤 했다. 아마 그들은 날 나쁜 여자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열정도 넘쳤고 꿈이 커서 눈이 높았다. 



20대 후반이라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소개팅을 할 정도로 한동안 소개팅을 엄청 했다. 

하지만 소개팅을 나가도 그저 취재하는 느낌으로 형식적인 질문만 하다 집에 가곤 했다.

대화가 핑퐁핑퐁 주고받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 찾는 게 이렇게도 어려운 일인지 소개팅을 하면서 점점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운명을 기다리는 낭만적인 20대였다고 치자. 



2015년 10월 1일

퇴근 후 인사동에서 소개팅을 했다.

필리핀에서 여행을 하며 만났던 언니의 갑작스러운 소개팅으로 미루고 미뤄 몇 달 만에 성사된 만남이었다.

사실 이전 소개팅의 실망으로 인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는 참 까다롭게 상대가 시간약속을 지키는지, 매너는 있는지, 대화는 잘 통하는지 등 여러 가지를 체크했다. 그러니 당연히 그 기준을 넘는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웠을게 뻔하다.


나는 소개팅 약속시간 20분 전에 인사동에 도착했다.

하지만 소개팅남에게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약속장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슬렁 거리며 기다렸다.

약속시간을 지켜 나타나는지 체크하기 위함이었다. 

(방송국에서 일하던 시절이라 시간에 예민할 시절.. 직업병이 이렇게 나타났다.)


그는 약속시간 전에 도착해 나에게 문자를 했다. 

" 어디쯤이세요? "

" 거의 다 왔어요~ "


약속장소에 다다랐을 때쯤 속으로 생각했다. 

' 어? 저 사람인가? 저 사람이면 좋겠다 '

시골에서 올라온 나의 외향적 이상형은 깔끔한 슈트를 입은 직장인이었다.

약속장소에 서있던 여럿 중에 딱 한 사람이 내 상상 속 모습과 흡사해 살짝 기대를 품었다.






하늘이시여!

내가 바라던 대로 깔끔한 슈트에 우산을 들고 있던 그가 맞았다.

그는 인사동의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매너까지 지난 매너남이었다.

꽤 호감이 많이 가는 첫 만남이었다. 

그는 나와 성향이 비슷했다.

더군다나 형식적인 질문도 나와 같은 점이 많다 보니 대화가 술술 잘 풀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랬지만 그는 아니었을 수도 있다. 

만남 이후 일주일 동안 그의 애프터 신청이 없었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주고받지만 에프터가 없어서 더 애간장이 탔달까..

내가 먼저 말을 꺼낼까 말까 여자의 자존심을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

그 당시에는 꽤 고민되어 회사 남자동료에게 상담을 했다.

연락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남자가 먼저 다가오도록.

그 '밀당'이라는 걸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애매한 거 딱 질색하는 나에게 밀당은 진짜 어려운 숙제였다.

머리 굴려가며 연애하면 너무 피곤하잖아 마인드인데 그 소개팅의 결실을 맺으려면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손가락은 참지 못하고 메시지 오면 즉각 답장하는 중이었다. 


결국 일주일 만에 애프터 신청을 받고 우리는 2번째 만남을 가졌다.

소개팅에서 맘에 들지 않으면 2번째 만남은 절대 없던 나였지만 이번엔 특별했다.

마치 결혼까지 쭈욱 갈 것만 같은 싱그러운 느낌이랄까.



싱그러운 연애 시작



그렇게 우리는 3번째 만남에서 연애를 시작했다.

그만큼 대화가 아주 잘 통했다. 고작 3번 만나고 연애라니.


가을에 시작된 연애에 솔솔 부는 바람처럼 우리 연애는 아주 싱그러웠다.

우리의 연애 2년의 기간은 그렇게 싱그럽기만 했다.

싸울 일이 손으로 꼽을 만큼 거의 없었고, 아주 잘 맞아 천생연분이라 착각했다.




나의 연애는 마냥 행복할 것만 같은 상상,

반쪽짜리 상상을 쉴 새 없이 반복했다.





다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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