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에 내려온 최동혁 친환경 청년농부
부여 읍내에서 30분가량 차로 달리면 사랑나무로 유명한 임천면을 만난다. 그 임천면에서도 구석구석 들어가야 만나는 옥곡리의 넓은 논은 35세 젊은 농부 최동혁씨의 일터가 있다. 시골에서 보기 드문 젊은 청년으로, 올해 10년째 친환경 유기농 쌀 농사를 짓는 그는 얼마 전 청년 농부 몇 명과 규암면으로 건너와 사무실을 냈다. 이들이 규암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최동혁씨는 도시에서 생활하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나고 자란 고향으로 이사 왔다. 학창시절부터 주말마다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을 따라 일을 도왔고 어린 나이에 강도 높은 노동을 해서인지 한때는 때려죽여도 ‘농사는 안 짓겠다’ 마음먹었지만, 지금은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어엿한 ‘농부’가 됐다. 농사는 그의 천직이었을까.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적성에 맞는 업을 찾긴 쉽지 않아 방황하던 중,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새로운 장르에서 비전을 이뤄보기로 결심한다. 현재 3만평의 논에서 주종목 ‘유기농쌀’을 생산하고 5천평의 하우스에서는 대추, 애호박등을 재배해 학교급식 공급을 하고 있다.
고생한다고 사람들이 당장 알아주진 못해도
친환경의 가치를 확산하는 새로운 바람을 함께 만들어보려해요
이런 그가 충남 8개 시군에서 모인 젊은 농부들과 함께 조직을 꾸렸다. 그들이 아지트로 삼은 곳은 규암면의 한 빌딩. 작년에 새로 들어선 최신 아파트를 예외로 둔다면 유일한 고층 건물이다. 이곳에서 젊은 농부들은 충남도에서 실시하는 ‘친환경 청년 농부 육성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청년 농부들이 자발적으로 뭉쳐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꾸린다. 너무 시골스럽지도 번화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이 동네에서 각양각색의 분야에서 일하는 다른 청년들과의 협업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공유해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서로 자기 욕심만 차린다면 결국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농부들의 테크닉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네트워킹 시스템을 만드는게 중요해요”
부여에는 17명의 친환경 농부가 있다고 한다. 인증절차나 농법이 까다로운 이유로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바듯이 다섯명을 채운 지역도 있다고 하니 많은 편에 속할지도 모른다.
충남청년농부연합회는 요즘 새로운 유통앱을 테스트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해 내년초에 정식오픈 예정인 ‘라이브커슈머’는 일반 유통앱과는 확연한 차이를 둔다. 기본적으로 이 앱은 전국의 친환경 농부들만의 소통공간을 베이스로 삼고 매일 각자 작성한 영농일지를 공유한다. 친환경 농사에서 이들이 중요시하는 것이 영농일지다. 일반 관행농법에 비해 여러 변수가 많은 친환경 농법은 정형화된 메뉴얼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 데이터를 얻어 서로 배우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
최동혁씨는 농부의 정직한 하루의 일기를 소비자에게 그대로 노출 시켜 신뢰를 쌓는것이야말로 진정한 유통의 성공이라 믿는다.
“규암에서 활동하는 다른 분야의 플레이어들과 우리가 하는 일을 연계시켜 농업의 영역을 확장 시키려고 합니다”
바야흐로 지금은 융합의 시대라고들 한다. 하나의 아이템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하는 일은 구체적인 상상력과 연대의식에서 출발한다.
최동혁씨가 계획하는 또 다른 일은 바로 규암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플레이어들과 농업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가 규암을 선택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다양한 섹션에서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농업에 대한 청년층의 보편적인 인식을 주목했다. 어쩌면 막연히 멀게만 느껴지는 농사에 대해 편하게 체험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고, 예술적으로 풀어낼 가능성도 무궁무진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하나의 집합체로 이어볼 수 있는 것. 각자의 영역을 훼손하지 않고 또 다른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그들의 방향성이다.
규암에서 펼쳐질 젊은 농부들의 작당모의가 새삼스럽게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