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건물과 문화예술의 힘
부여군의 규암면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문화예술 공동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볼 것, 먹을 것, 즐길 것 많은 마을로 성장하고 있는 규암을 방문한 이들이라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그 포텐을 터뜨리려고 부단히 움직이는 장계성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추진위원장을 만나봤다.
Q. 작은마을 규암에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최근 몇 년간 ‘규암근대화거리’ 바람이 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규암은 옛것 그대로 보존된 건물이 많았어요. 상가들도 리모델링을 거의 하지 않고 몇 십년간 한곳에서 처음 모습을 유지하며 장사를 이어왔습니다. 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비교적 큰 규모의 동네였지만 사람들이 점차 빠져나가면서 손님이 줄으니 자연스레 고칠 필요가 없게 된 거죠. 하지만 이 레트로한 분위기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면서 자연스레 관광객이 늘었고 카페와 공예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Q. 규암은 원래 어떤 동네였나요?
규암을 이해하려면 지리적 요건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부여는 백마강을 사이에 두고 읍내 권과 면 소재지로 나뉘는데 ‘백제대교’를 건너 제일 처음 만나는 동네가 규암면이에요.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두 땅을 이어주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배는 현재 관광객을 위한 체험용으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지금이야 읍내에 행정기관이 새롭게 들어서고 터미널이 있지만 본래 서울 가는 직행버스는 규암면에서 탈 수 있었지요. 논산의 강경포구와 더불어 매우 큰 규모의 나루터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과 물자가 몰렸던 이곳은 영화관과 많은 상가, 유흥시설이 밀집된 시가지였습니다. 그 후, 터미널도 옮겨지며 사람이 하나둘씩 떠났고 규암은 그렇게 번영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한적한 면 소재지로 남았습니다.
Q. 규암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농림축산식품부의 보조금을 바탕으로 읍·면 단위의 마을에 교육·복지·문화·경제 서비스 공급 기능 확충과 마을주민의 삶의 질을 함께 향상 시키기 위한 사업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정해진 기준과 기본 인프라에 따라 심사에 선정되고 보통 마을 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게 돼요. 현재 규암면은 기본계획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Q. 규암면에서 기획하는 구체적인 공동체 사업은 무엇인가요?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규암 사람들이 생산해내는 모든 것들을 함께 유통하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들이 생산해내는 작물을 ‘공동장터’라는 포맷을 활용해 온, 오프라인으로 판매 하는거죠. 물론 상근직원도 마을사람들로 구성해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함께 일하고 돈을 버는 시스템인데 개인이 역량이 되는 만큼 생산하고 공동포맷을 이용해 수입이 생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마을주민 모두가 혜택을 받게 됩니다. 판매품목은 농작물이 될 수도 있고 기타 생활용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종목에 제한은 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Q. 그렇다면 문화예술 방면도 계획이 있나요?
최근 몇년동안, 규암에 공예를 업으로 삼는 청년층이 많이 유입됐습니다. 각기 다른 예술적인 장르를 통해 상업활동을 하고 소규모의 모임을 만들어 철학적 가치와 기술들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규암 토박이 어르신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광경이기도 하지만 이 청년들은 고맙게도 어르신들에게서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서로 상생이 되는 부분이죠. 이들의 문화적 감성이 곧 앞으로 규암을 이끌어갈 세대들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선한 영향력이 규암의 성장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공유의 장을 넓히려고 합니다. 외부 관광객들의 방문보다 규암면을 비롯해 부여군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개최할 계획입니다. 유례없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함께 어울리고 가치를 나누고 느끼면서 공동체 역량을 키워가려고 합니다.
Q. 결국 공동체성을 키워나가는게 마을 발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많은 지자체가 농촌개발이나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성공이 유지되는 도시들은 극히 드뭅니다. 반짝이는 성과가 아닌 장기간 흥행하고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선진지를 견학하곤 해요. 다녀온 어떤 지역은 지자체 조례 발의를 통해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돕기도 해요. 보통 사업이 승인되면 경제적인 이유로 유지가 힘들어 기본적인 공과금이나 행정직원인 사무장 인건비를 지원해 주는 곳도 있지만, 결국 유지가 되려면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한 자생력이 관건입니다.
그가 지난해 규암면민들과 자발적으로 개최한 '규암 엿 바 위 축제'도 공동체성을 도모하기 위한 시작이었다. 작은 동네잔치를 성공적으로 치루며 지역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규암엔 부여 예술인들이 80~90%가 거주하고 있어 모든 공연은 자원봉사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외지인들의 방문에 표적을 맞히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특징으로, 작은 관광 소도시인 부여군이 외지인을 끌어들일 만한 큰 축제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번영했던 규암면의 과거와 사람들로 북적였던 고향의 모습을 다시 찾아 모두가 살기 좋은 규암면이 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 일하며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