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과 치킨과 개

우당탕탕

by 오늘

바둥이를 처음 데려왔을 때 사실 우린 바둥이와 함께하는 삶에 대한 아무 계획이 없던 상태였고, 그때만 해도 반려견에 대한 상식을 알려주는 매체가 별로 없었고, 나는 중학생이었고...

여튼 바둥이가 자라면서 우리가 능숙한 애견인이 되기까지는 부끄럽고 미안하지만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바둥이를 데려온 지 며칠 안 된 어느 날 바둥이가 자고 있는데 코가 건조해 보이는 거다. 개들은 코가 촉촉해야 건강하다던 얘기가 생각나 조심스럽게 코를 만져봤는데 정말 말라 있었고,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가 대야에 물을 떠다 놓고 울면서 한참 동안 바둥이 코에 물을 바르고 있었다.

알고 보니 개들 코가 촉촉한 건 냄새를 잘 맡기 위해 자기 침으로 적셔서 그런 거라고 한다. 때는 안 촉촉한 게 정상.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바둥이의 바둥 기질과 어리숙한 주인의 콜라보로 일어난 것이다.

지금 개를 막 키우기 시작한 사람들도 강아지가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초콜릿(뭔가를 분해하는 성분이 없어서 많이 먹을 시 죽을 수도 있다고), 치킨뼈(뼈가 잘린 날카로운 단면이 내장을 뚫어 죽을 수 있다고), 오징어(이것도 장을 꼬이게 하여 죽을 수 있다고)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바둥이는 치킨뼈도 먹고, 초콜릿도 먹었다. 물론 우리가 준건 아니다. 다행히 잘 살아남아 장수견이 되었으니 얘기해 본다.


어느 날 가족들 다 같이 치킨을 먹다가 바둥이에게 습격을 당했다. 6개월도 안 된 그 어린 강아지에게 그렇게 훌륭한 사냥 실력이 잠재되어 있을 줄이야. 우리는 당연히 당장 빼앗으려고 달려들었지만... 난생처음 맛본 치킨에 눈이 돈 이 강아지는 날카로운 뼈를 와작와작 겨우 몇 번 씹어 충분히 조각내지도 않은 채로 순식간에 삼켜버렸고, 치킨을 나눠먹으며 화목하던 가정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바둥이가 이상하리만치 멀쩡해 보였지만(심지어 잘못한 걸 알았는지 우리 눈치를 살살 보고 있었다) 병원에 데려갔다. 응가로 잘 나올 수도 있으니 우선 기다려보자는 얘기에(지금 같으면 엑스레이를 찍어볼 것이지만 그때는 2003년이었다) 산책을 오래 하고 집에서 쥐 죽은 듯 기다렸는데 한잠 자고 일어난 바둥이가 화장실에 가더니 낑낑대며 엄마한테 다가왔다고 한다. 아파하면 바로 병원에 데려가려고 보니 바둥이 똥꼬에 뾰족한 닭뼈가 빼꼼 나와있었다고...ㅋㅋ... 엄마는 비닐장갑을 끼고선 조심스레 얇고 날카로운 닭뼈들을 제거했고, 바둥이는 아무 일 없던 듯 다시 잠을 잤다.


초콜릿 에피소드는 나의 시험 기간에 있었다.

엄마는 내 시험기간마다 응원의 의미로 ABC초콜릿 큰 봉지를 사다 식탁 위에 올려두시곤 했다. 그리고 그때까지 우린 바둥이가 식탁 위까지 점프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 시험 둘째 날인가.. 여튼 초콜릿이 아주 많이 남아있던 낮에 바둥이는 빼꼼 나와있던 식탁 의자 모서리로 도약해서 식탁으로 올라가는 고난도 점프기술을 펼친 뒤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검은 물체를 뭔지 살피지도 않고 와구와구 먹었으려나. 내가 집에 와서 본 풍경은 집안에 나뒹구는 초콜릿 봉지들과 입 주변 및 털 일부를 초콜릿색으로 물들이고선 달달한 냄새를 풍기는 강아지 한 마리였다. 토를 하게 하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봤는데 다 실패했었고 때마침 무릎 위에서 잠에 들어가던 강아지를 죽어가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엉엉 울면서 네이버 지식인에 대처법을 계속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바둥이는 죽지 않고 새근새근 잠을 잘 잤고 잠시 뒤 멀쩡하게 깨어나 산책을 가자고 보챘고, 나는 황당하지만 행복하게 산책길에 나서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카카오 함량이 낮은 우리나라 초콜릿에 처음으로 감사한 순간이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