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진 Jun 09. 2023

둥글둥글하고 너그러운 사람 되기


누군가의 마음을 읽고 맞춰준다는게 참 쉬운일은 아니다. MBTI에서 T성향이 유난히 짙은 나에게는 어려운 영역이다. 요즘 들어 특히 더 많은 어려움이 생기는 것 같다.


코로나 국경이 풀리면서 하나둘 본사에서 출장자들이 쏟아지듯 해외지사를 방문하고 있고, 우리지사도 예외는 아니다. 저번주부터 끈임없이 손님들이 찾아왔고, 다음주는 보스몹(?)이라고 할 수 있는 임원이 찾아온다.


사실 무슨 큰 뜻이 있어서 오시는 건 아닌거 같지만, 하나하나 스케줄 잡고 세세하게 챙기는게 참 어렵다. 그 분이 좋아하는 취향 하나하나를 맞춰서 준비를 해야하고, 무슨 사업에 관심이 있으신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 광범위한 업무를 잘 숙지하고 있어야한다. 업무 미팅이야 당연히 순조롭게 준비될거 같지만, 은근히 신경쓰이는게 식사 취향, 일정 외 돌발상황을 준비하는 것들이다. 본사 수행자에게 살짝 물어보고, 식당도 예약하고 사소한 부분까지 챙겨왔다.


“혹시 이사님께서 못드시는 음식이 있나요?”


”날 것의 음식은 안좋아하시고, 육류를 그닥 즐기지 않으세요. 음식은 정갈하고 깔끔하고 예쁜 것을 좋아하시는데요, 아침엔 커피한잔 오후엔 차류를 주로 마셔요. 주류는 소주, 맥주는 안드시고 복분자주, 청하, 와인 즐기세요.“


이 정도면 거의 드실 수 있는게 없는 것 아닌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위해서 하나하나 챙기다 보니, 이럴꺼면 외국오시면 안되는게 아닌가 싶었다. 비즈니스 출장이 여행은 아니지만, 그 나라의 환경을 이해하는데 음식만한게 없기 때문에 가리지 않고 접해보는게 당연히 기본 자세라고 생각했는데, 어른들은 참 쉽지 않다.


아직 공직사회엔 수직적인 문화가 어쩔수 없이 남아있다. 내가 저 나이가 되면 어떤 어른이 되어있을까 생각이 든다. 아직 내 업무만 처리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월급쟁이이기에, 업무보고 자료를 만지막 만지작거리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그래서 든 생각으로는 향후에 내가 진정한 어른이 되어도 둥근 성격에 무난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다.


—————————————————————

후속편

임원 분들의 취향과 입맛. 그 또한 그 분만의 그럴만한 사정과 상황이 있는것. 내 생각이 편협했구나 생각이 든다. 마치 상대방이 채식주의자라서 육식을 하지 않은게 이상한건 아니고, 그 사람의 철학과 신념이 있기에, 다르더라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더 큰 배려임을…

작가의 이전글 초여름과 늦봄 사이 밤공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