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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몽실 Dec 06. 2021

너 보여주려고 운동하는 게 아니라서

일상

혼자 집에서 운동을 한 지 2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 따라 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근육의 쓰임이 느껴지고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게 자세를 잡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상체와 하체를 구분해 루틴을 세워 운동을 하고 있다. 식단은 하지 않고 있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무작정 아주 적은 양만 먹으면서 운동을 했다. 그러다 보니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몸이 망가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를 깊이 생각해봤고 그 이유는 단지 건강이었기 때문에 닭가슴살만 먹는 다이어트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사실 먹는 게 제일 좋기 때문에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있었다.


운동을 하기 전, 비실한 다리에 비해 팔뚝과 배에 살이 몰려있던 내 몸은 현재, 하체에는 근육이 생겨 탄탄해졌고 상체는 허리 라인이 생겼으며 상복근이 보인다. 팔뚝과 겨드랑이, 등 살이 눈에 띄게 빠졌으며 근육도 살짝 느껴지기 시작했다. 난 그간의 운동으로 확실히 몸의 변화를 느꼈다. 하지만 흔히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생각나는 몸은 아니다. 식단을 하거나 무거운 무게를 들고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운동을 배우면서 관리하는 사람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난 몸을 예쁘게 조각하고 싶어서 운동하는 게 아니다. 운동을 하면서 늘어나는 내 체력과 바뀌는 몸을 보면서 엄청난 뿌듯함과 자존감을 얻고 있으며 이것이 지금 내 삶의 원동력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한단 소리는 남자 친구를 제외하고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고있. 언제 한번 운동한다고 말했다가 너가 하는 운동은 운동도 아니라며 호되게 지적받고  이후부터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친구들 사이에서 운동을 하는 애들이 많아졌고 폴댄스나 필라테스를 하는 친구들에게 운동 자세를 묻거나 효과를 물으면서 자연스레 "나도 집에서 운동해!"라고 말하게 되었다. 어떤 친구들은  허벅지를 만져보고 나의 노력을 인정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 전, 한 친구에게 참 많은 소리를 들었다. 인바디 검사를 받고 근육량이 생각한 것보다 적어 속상했는데 여러 정보를 찾아보니 뼈가 얇은 사람들은 근육이 잘 붙지 않는다는 글을 봤다고 말하던 상황이었다.


"쟤는 운동 한 번도 배운 적 없잖아."

"그래서 너 운동을 몇 시간 하는데? 1시간은 해?"

"루틴을 말해봐. 근데 너 그렇게 똑같은 루틴만 반복하면 안 돼."

"여자는 상체보다 하체에 더 신경 써야 한댔어"

"무게를 들면서 하긴 해?"


여러 질문 세례를 받았지만 그 질문들은 정작 하고 싶은 말을 삥 돌려 말하기 위한 연막같았다.


'네가 한다고 해서 뭘 얼마나 했겠니.'


내가 먼저 운동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면 3개월 정도 헬스장을 다닌 친구 이야기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번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건 '얘네들이 내가 대회를 나간다고 생각하나?'였다. 묵묵히 질문들을 들으면서 '나 그렇게 안 해!'라고 반박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될 때가 왔을 때 한마디만 떠올랐다.


"너 보여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니라서. 내가 알아서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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