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이라 레터링 케이크를 주문했다.
케이크에 이름이 적혀 있는 것만으로 레터링 케이크는 참 특별해진다.
오로지 그 사람만을 위한 유일무이한 케이크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 케이크를 주문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1시간씩 검색하면서 디자인을 살펴보고 후기를 찾아보면서 즐거웠다.
사실 이 케이크를 받을 친구의 마음보다는 이 상황의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 친구는 고등학교 때 만나 3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매일 아침을 같이 먹은 내 식구다.
방어기제가 단단한 나의 성격과 2년간의 잠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나를 기다려준 정말
소중한 친구이며 내 모든 것을 말해도 괜찮은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한명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는 많아봐야 한달에 한 번 정도밖에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나마 이것도
둘 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어서지 나중에 직장에 다니면 보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
그래서 이 관계에 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나는 관계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그어놓은 선이 있고 그 선을 아무나 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사람 마음이란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인데 바꿀 수 없는 것에 감정소모를 하는 건
비효율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늘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지만
최대한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자 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내 사람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아낌없이 퍼준다.
올해 내 친구의 생일은 더 특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이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들인 시간과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냥 이제는 시간적 금전적 심리적 여유가 생겨서 이렇게 챙겨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았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았다.
사실 친구의 반응이나 리액션과는 관계없이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레터링 케이크에 뭐 이렇게 의미부여를 하나 싶지만 그냥 올해 뿌듯했던 일 중 하나라 기록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