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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달리기! 그리고 러닝!

런린이 다이어리 56

by 견뚜기 Feb 13. 2025

※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인 '록키 발보아(실베스타 스탤론)'가 아침 러닝 마지막 코스인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을 올라 표효하는 장면.


달리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그렇다! 나는 달리기에 미쳐 있다. 달리기에 미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까? 스스로 진단해 봤다.


첫 번째로 어딜 가든 달리기 좋은 코스에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2월 6일(금) 오전 KTX를 타고 부산행 163편을 타고 있다. 창가에 비친 눈 쌓인 풍경을 바라보며 '저 길은 길게 나있어 달리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지간하다 정말.


여행이나 출장을 가게 되면 우선 러닝코스를 검색해 본다. 1월에 싱가포르로 출장을 가기에 앞서 달리기 코스를 검색했다. 하루 전에 구글맵으로 숙소 위치를 확인하고 주변에 달리기 좋은 공원이나 강이 있는지 본다. 그리고 구글맵으로 호텔에서 목적지까지 거리를 재 본다. 구글맵에서 목적지와 도착지를 찍으면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차이나타운 인근 호텔에서 멀라이온(Merlion) 동상까지의 거리를 쟀다. 약 2.4km. 달릴만한 거리였다. 그래서 새벽에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작년 10월 프랑크푸르트 출장 때, 호텔에 도착해서 구글맵을 확인했더니 호텔옆에 마인강이 있었다. 거리뷰 기능으로 보니 온통 차도만 보였다. 그래도 강을 따라 난 길이 있겠지 싶어 무작정 구글맵을 켜고 나섰다. 그렇게 달린 싱가포르나 프랑크푸르트 풍경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구글맵에서 지도로만 보면 블록이 여러 개 있거나 블록 크기가 커서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 거리를 재보면 2km~3km 정도일 때가 많다. 그 정도 거리면 달릴만하다.


특별히 내가 달려보고 싶은 곳은 일본 오사카성 러닝코스다. 일본 러닝코스를 검색하다 보니 오사카성 주변에 산책로를 달린다는 블로그를 보았다. 밤에 찍은 사진이라 오사카상이 조명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는 사진이 매혹적이었다. 게다가 강이나 바다가 아닌 성 주변을 달린다니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서 언젠가는 가서 달려보고 싶은 곳이다.


이 같은 증상은 달리기에 국한되는 증상이 아니다. 예전에 수상스키에 빠졌을 때는 물만 보였다. 수상스키는 잔 파도 없이 물이 잔잔해야 타기 좋다. 파도가 있으면 자세가 망가지고 타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도 한강을 지나가며 물 상태를 보는 것아 습관이 됐다. 가끔은 강변북로에서 바라본 한강 위를 달리는 보트를 보며 수상스키인지 웨이크보드인지 어떻게 타는지 지연스럽게 눈이 간다.


또 다른 증상으로는 다른 사람 달리는 자세에 눈길이 간다. 알산호수공원을 달릴 때도 그렇지만, 영화나 드라마에 달리는 장면이 나오면 더 집중하게 된다.


기억에 남는 것이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이다. TV에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방영해 준 적이 있다. 무심코 틀어놓은 전작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 내 눈길을 잡아 끈 것은 오토바이 추격전이 아니다. 주인공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영국 런던에서 CIA 요원 '어거스트 워커(헨리 카빌)'의 배신을 깨닫고, 블랙프라이어스 역의 지붕 위를 달려서 워커를 쫓는 장면이었다.


주인공 에단 헌트가 런던에서 건물 지붕 위로 전력질주하는 장면으로 런던의 풍경이 나오지만, 내 눈에는 오로지 에단 헌트가 달리는 자세만 보였다. 가슴은 펴고 무릎은 90도로 복근까지 들어 올리고, 팔은 ㄴ자로 힘차게 흔든다. 그렇다. 전력질주 자세다. 스토리상 전력질주 해야 하니깐.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2018)'에서 주인공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달리는 모습

영화 줄거리 상으로 보면 최소 20~30분은 달리는 것 같다. 진짜, 전력질주 자세로 저 정도 거리 달리는 것이 가능할까? 진짜면 대체 톰 크루즈의 심폐 능력과 운동 능력은 어느 정도인거지? 1962년생이면 60대인데 저런 달리기가 가능하다고?라는 생각을 하며 달리는 자세에 집중한다.


그다음 기억나는 장면은 영화 록키(1977)에서 주인공 '록키 발보아(실베스타 스탤론)'가 새벽 시장을 지나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을 뛰어오르는 장면이다. 시장을 달리는 록키의 자세를 보면 동작이 상당히 크다. 앞에 톰 크루즈처럼 전력질주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폭이 상당히 넓다. 성큼성큼 뛰는 느낌이다. 록키가 새벽 필라델피아를 달리는 장면을 다시 보면 도시 곳곳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을 뛰어 올라간 후 양손을 하늘 위로 뻗는 모습에서, 참고 참고 참아서 마지막 목표 지점에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과 쾌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은 실베스타 스탤론도 나처럼 '회색 성애자'였다!

영화 '록키(1977)'에서 주인공 록키 발보아(실베스타 스텔론)가 필라델피아 거리를 달리는 모습


에단 헌트의 달리기는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록키의 달리기는 몸은 다소 무거운 느낌이지만 시원시원하고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래도 나에게는 록키의 달리기 자세도 힘이 많이 들어 금방 지칠 것 같았다.


이제는 마라톤 대회 중계가 재미있다. 어렸을 적에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마라톤 경기를 보며 손에 땀을 쥐던 어머니가 이해가 안 됐다. '아니, 주구장창 달리기만 하는데, 대체 어떤 포인트가 긴박감이 넘치며,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것일까?' 심지어 1992년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보고도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달리기에 미치고 나니 정말 재미있다.


지난 2024 파리올람픽 마라톤 대회 때 카메라에 비친 파리 풍경을 보며 저기서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자 마라톤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시판 하산 선수의 마지막 역전극을 보며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시판 하산 선수가 마지막 역주를 하며 1등으로 나선 순간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잘렀다.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시판 하산 선수가 누군지도 몰랐다. 40km 넘게 달린 상태에서 마지막 역전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에 쏟기 위해 얼마나 이를 악물고 힘을 냈는지 상상이 되니 더 짜릿했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마라톤 대회 금메달 리스트인 시판 하산 선수가 결승점을 들어오는 모습. (출처 뉴스 1)


그리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겁다. 아마도 동호회, 러닝 크루 등의 모임과 비슷한 성격일 것이다. 가끔 사내에 달리기를 좋아하는 후배들과 점심을 한다. 마음은 자주 하고 싶지만 그러면 후배들이 싫어한다. 점심을 먹으면서 공통의 이야기인 달리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이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유용한 팁도 많이 얻는다. 다들 달리면서 힘을 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친한 후배 JH 과장은 달리면서 수시로 시간을 보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힘을 낸다고 한다. 반면 나는 달리면서 시간을 보지 않는다. 시간을 인지한 순간 왠지 달리기가 지루할 것 같아서다.


그리고 서로 달리기 좋은 코스를 공유한다던지, JS 과장은 케이던스에 빠져 항상 케이던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지금도 머릿속에는 달리기를 좋아하는 회사 후배들이 리스트업 되어 있다.


또한 달리기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달리기에 대한 책을 읽는다.

책장에 있는 달리기에 관한 책들.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울트라 마라토너들의 이야기를 담은 '크리스토퍼 맥두걸'의 '본 투 런(Born to Run)', 마라토너의 자서전인 '빌 로저스'의 '마라톤맨(Marathon Man)', 트레일 러닝 경험담을 풀은 '막시 에세이' 님의 '산을 달리는 러너', 천천히 달리는 법에 대해 풀어쓴 '이슬기' 님의 '백 년 체력을 위한 달리기 처방전' 등 달리기에 대한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달리기의 맛을 알아 버린 지금, 저자들이 쓴 달리기에 대한 즐거움, 괴로움, 성취감 등을 그대로 전해져 온다. 심지어 어떤 장면에서는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달리기가 단순 마라톤이 아닌 울트라 마라톤, 트레일 러닝 등 다양한 종류가 있음을 알게 되니 흥미진진하다. 이제는 서점에 가서 또는 알라딘 홈페이지에서 달리기에 대한 책이 뭐가 나왔나 슬쩍 보는 것이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브런치에서도 달리기를 주제로 글 쓰는 작가들을 구독해서 달리기에 관한 글을 읽는다. '존버헨리'님의 '내일도 달릴까', '아이언파파'님의 '새벽 달리기 생각', '띵선생'님의 '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기', 'Mindful Clara'님의 '클라라의 매일 글 쓰기', '철봉조사 이상은'님의 '적당히 달리니 인생이 달라진다', '준헤어'님의 '지금 이어 달리기', 'Starry Garden'님의 '서향일기', '난이'님의 '달리기 이야기' 등이다. 또 다른 달리기 글을 발견하면 구독을 할 것이다. 위에 트레일 러닝에 대해 쓴 막시 에세이 님도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쓴다. 제목은 말 그대로 '무슨 생각을 하며 달리십니까?'다. 사실 달리기 기술과 방법에 대한 책들은 많다. 하지만 초기에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정신적인 부분이었다. 초반 달리기의 지루함과 괴로움을 이기기 위해 남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그래서 먼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 넘게 매주 글을 써오고 있다. 소재가 떨어져 가는데, 막상 달리면 또 쓸 거리가 떠오른다. 


온통 머릿속이 달리기 생각뿐이다. 그런데 생각만으로도 마냥 재미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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