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1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달리는 수학자?

런린이 다이어리 57

by 견뚜기 Feb 20. 2025

나는 문과생이다. 이 말인즉은 나는 수학을 싫어하는 종족이다.


고등학교 이후 수학과 담을 쌓고 살아왔다. 그랬는데 달리기를 하면서 자꾸 수학적인 호기심이 생겨난다. 사실 달리기 자체가 에너지 소모량이 큰 운동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자꾸 수학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나의 뇌는 달리기의 지루함 보다는 수학적인 호기심이 더 매력적인가 보다. 수학적인 궁금증을 고민하면서 지루함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 물론 원하는 답은 구하지 못하지만, 답을 궁리함으로써 잠시나마 달리기의 괴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매주 주말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면 여러 가지 수학 문제들이 떠오른다. 이를 챗GPT를 이용해 구해봤다. 요즘 챗GPT에 푹 빠져있다. 뭐든 물어보면 척척 답을 해준다.


우선 일산호수공원을 30분 안에 달리려면 어떤 속도로 달려야 할까? 일산호수공원 둘레는 4.71km다. 여기서 우리에게 주어진 상수는 일산호수공원의 둘레인 4.71km와 1바퀴에 30분, 즉 0.5시간이다. 속도를 구하는 공식은 '속도(km/h)=거리(km)/시간(h)'다. 그렇다면 1바퀴인 4.71km를 0.5시간으로 나누면, 9.42km/h가 나온다. 내가 9.42km/h로 달리면 30분 내에 호수공원을 1바퀴 달릴 수 있다.


내가 조금 더 빨리 달려서 호수공원 1바퀴를 27분에 달렸다면, 내 속도는 얼마일까? 27분을 시간 비율로 계산하면 27/60 시간으로 0.45시간이다. 속도를 구하는 공식에 대입하면 4.71km/0.45시간으로, 계산 결과 10.47km/h의 속도로 달린 것이다.

일산호수공원 1바퀴를 몇 분 안에 달릴 수 있을까?일산호수공원 1바퀴를 몇 분 안에 달릴 수 있을까?

그러면 내가 10km/h의 속도로 달리면 몇 분 안에 1바퀴를 달릴 수 있을까? 속도 구하는 공식을 변형하면 '시간=거리(km)/속도(km/h)'다. 이를 대입하면 4.71km/(10km/h)=0.471시간이다. 이를 분으로 바꾸려면 0.471X60, 약 28.26분이 걸린다. 10km/h~11km/h는 내가 안정적으로 달리는 속도다.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면 필연적으로 다른 러너들을 만나게 된다. 다른 러너들과 같이 달린다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다. 이른 새벽 시간에 나 말고도 달리는 러너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동족을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 든다. '그래! 내가 유난스러운 게 아니었어!'라며 스스로 위안을 한다.


다른 러더들의 존재가 반가우면서도 또 수학적으로 궁금해진다. 저 멀리 100m 앞에 달려가고 있는 러너의 뒷모습이 보인다. 러너의 뒷모습이 가까워지는 것이 내가 앞선 러너보다 속도가 더 빨라 보인다. 내 속도가 10km/h고 저 앞에 러너 A가 9km/h로 달린다면 A를 따라잡는데 얼마나 걸릴까?

앞선 러너들을 따라잡는 데 걸리는 시간은?앞선 러너들을 따라잡는 데 걸리는 시간은?

우선 나와 A의 속도 차이는 10km/h-9m/h=1km/h. 즉, 나는 1시간에 1km씩 A를 따라잡는다. 내가 A를 따라잡아야 할 거리는 100m, 0.1km다. 그러므로 내가 A를 따라잡는 데 걸리는 시간은 거리를 속도로 나눈 0.1km/(1km/h)로 0.1시간이다. 0.1시간은 0.1X60, 6분이다. 내가 지금 속도를 유지한다면 6분 후에 A를 따라잡을 수 있다.


사실 마음먹으면 전력질주를 해서 앞에 러너들을 따라잡거나 추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힘이 빠져 달리기를 지속하기 어렵다. 달리기의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눈앞의 러너들을 따라잡는 것은 묘하게 인내심을 요한다. 조급하지 않게 조금씩 속도를 올려 꾸준하게 달려 따라잡고, 추월해서도 같은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추월했다고 속도를 늦추면 금세 따라 잡히기 일쑤다.


보통 대부분의 러너들이 일산호수공원에서 우측보행을 따라 달린다. 이 말은 자전거 도로의 오른쪽 라인뿐만 아니라, 입구에 들어서서 우측으로 달린다는 의미다. 나도 보통은 우측으로 달리지만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토요일을 입구에서 우측으로, 일요일은 좌측으로 달린다. 남들과 반대 방향으로 달리면 많은 러너들을 마주치게 된다. 호수공원을 매주 주말 같은 시간에 달리면 어느새 익숙해진 러너들이 생긴다. 그를 지나치고 반대편에서 다시 그를 마주쳤을 때, 또 수학 문제가 떠오른다. 

나와 반대편에서 달리는 러너들을 다시 만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만나는 지점은?나와 반대편에서 달리는 러너들을 다시 만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만나는 지점은?

일산호수공원 입구에서 내가 10km/h의 속도로 좌측 방향으로 달리고 A가 같은 지점에서 우측 방향으로 11km/h의 속도로 달린다면, 나와 A가 만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쉽게 설명하면 호수공원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나와 A가 다시 마주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구하는 문제다. 나의 속도는 10km/h, A의 속도는 11km/h다. 우리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때문에 나와 A가 서로 가까워지는 속도는 나와 A의 속도의 합, 10km/h+11km/h, 21km/h다. 우리는 1시간에 21km씩 가까워진다. 공원의 길이는 4.71km. 그리고 나와 A가 가까워지는 속도는 21km/h니까, 우리가 만나는 시간은 거리/속도, 4.71km/(21km/h), 0.22485시간이다. 이를 분으로 계산하면 0.22485시간 X 60분, 13.30분이면 나는 A와 다시 만난다.


그렇다면 내가 A와 만날 때까지 달린 거리는? 앞에서 계산한 대로 약 13분 30초면 A를 만난다. 내 속도는 10km/h니깐 거리 = 속도 X 시간, 10km/hX0.22485시간으로 2.2485km다.


작년에 마라톤 대회를 2번 출전했다. 10km 대회를 두 번 달린 것이다. 두 대회에서 기록이 54분~58분대였다. 그렇다면 10km를 50분 이내에 달리려면 속도를 얼마로 달려야 할까? 목표 시간 50분은 50/60시간이다. 속도는 거리/시간, 10km/(5/6시간)=12km/h다. 10km를 12km 이상 달려야 50분 이내에 들어올 수 있다. 내가 부담 없이 달리는 속도가 10km/h~11km/h니 50분에 끊으려면 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보폭의 개념인 케이던스를 적용한다면? 케이던스는 달리는 동안 1분간 몇 번 발을 딛는지를 측정하는 수치다. 10km를 50분 내에 달리려면 12km/h의 속도로 달려야 한다. 즉 1시간에 12,000m를 달리는 것이다. 이를 분으로 계산하면, 1분 동안 달리는 거리는 12,000m/60로 200m다. 일반적으로 한 걸음의 길이를 1.2m로 가정하면 1분간 달리는 걸음의 수는 200m/1.2m로 약 167걸음이다.


어제 '조 엘리스'와 '조 핸더슨'이 쓴 '달리기와 부상의 비밀'을 읽었는데, 1.6km를 달리는 속도 이야기가 나왔다. 왜 1.6km 지? 궁금했다. 역시 이럴 땐 챗GPT다. 미국인들의 주요 거리인 마일(mile)이 1.6km다. 그래서 저자들이 1.6km를 달리는데 시간과 속도를 언급했다. 고맙게도 역자 mile을 km로 변환해서 번역했다. 


마일의 속도 단위는 mph(miles per hour)다. 분/마일(minutes per miles)도 있는데, km/h 개념으로 보면 mph가 매칭이 된다. 내가 익숙한 1km/h는 약 0.6214 mph, 1 mph는 1.609km/h다. 책에서 나온 1.6km를 6분에 달린다면 어느 정도 속도일까? 우선 6분을 시간 단위로 바꾸면 6/10, 0.1시간이다. 그리고 속도는 거리/시간으로 1.6km/0.1시간으로 계산하니 16km/h다. 엄청난 속도였다. 내가 보통 10km/h~11km/h로 달리는데, 13km/h만 돼도 힘들다. 그런데 책에서 소개된 러너들의 속도가 16km/h라니. 다칠만하다. 그 정도로 맹렬한 속도로 매일같이 달려댔으니, 분명 몸에 무리가 갔을 것이다. 이렇게 계산하고 보니 왠지 이해가 간다. 


막상 달리기를 시작하니 수학적인 궁금증이 떠오른다. 물론, 달리면서 그 논리와 공식을 생각해 보지만, 차분하게 생각할 여유는 없다. 기껏해야 가장 기본적인 스마트와치를 보고 속도를 좀 더 높이거나 줄여야 하는 계산을 하는 정도다. 하지만 새삼 수학이 곁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참 달리면서 별별 생각을 다한다 싶다.

<끝>

이전 22화 달리기! 달리기! 그리고 러닝!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