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 프라하의 명물 중 하나인 댄싱인 '댄싱 하우스(Dancing House)'의 모습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았던 프라하.
사실 프라하에 가면 눈을 가만히 둘 수가 없다. 옛 건축 양식의 건물, 건물의 장식, 거리의 동상, 그리고 곳곳의 노천카페, 화려한 기념품 가게 등 구경하느라 눈과 목이 바빠지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었다. 프라하의 숨은 재미랄까?
우선 관광 첫날부터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바로 과자 가게였다. 이름도 'Candy Miners', 캔디 광산이다.
가게에 들어서니 광산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에서 일곱 난쟁이들이 광산일을 마치고 돌아오며 부르는 노래 'Heigh Ho!(한국어로 피로나 놀람의 '아이고')'가 흘러나왔다.
광산 열차, 박스 위에는 총 천역색 젤리, 초콜릿 등이 가득 쌓여 있었다. 누런 봉투에 먹고 싶은 젤리나 초콜릿을 담아 무게를 재서 계산을 하면 된다. 샵에 들어서자마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했다. 말 그대로 젤리, 초콜릿 천국이었다.
같은 디자인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스템의 캔디 가게를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젤리를 양껏, 먹고 싶은 만큼 퍼서 계산하면 된다. 누런 봉투를 들고 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프라하 시내를 한량처럼 걸어 다니는 기분이란. 왠지 불량 식품을 즐겨 먹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프라하에는 옛날 풍의 건물도 많지만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바로 블타바강 강변에 위치한 댄싱하우스. 중앙역에서 도보로 10~20분 떨어진 곳에 있는 건물로 붙어있는 두 건물 중 한 건물이 마치 격정적인 탱고를 추는 것처럼 뒤틀려져 있는 모습이다. 체코어로는 춤추는 집이라는 의미의 탄치치둠(Tanciti Dum)으로 불리며, 크로아티아계 체코인 건축가 블라도 밀루니치가 캐나다계 미국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와 협력해 1996년에 완공한 건물이다.
프라하에서 현대적인 건물 중에 단연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디자인이어서 한 번은 가서 꼭 봐야 할 건물로 꼽힌다. 댄싱하우스 위에는 고급 식당이 있다는 데 가보진 않았다. 그래도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건축 양식에 눈이 즐거웠다.
5박 6일 일정이었음에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프라하에는 볼거리가 많았다. 그래서 댄싱하우스도 외부에서 보기만 했다.
프라하 역사지구가 옛 모습을 보존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눈에 잘 띄지 않는 명물이 있다. 바로 가스등. 역사지구의 대부분의 등이 가스등이다. 그래서 밤이 되면 가스등이 들어오며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가스등이 일반 가로등보다는 불빛이 어둡고 비추는 반경이 넓지 않다. 여기에 안개라도 끼면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 연출될 것 같다.
그리고 건물과 건물을 줄로 연결해 그 가운데 가스등이 매달려 있어, 가스등이 도로 가가 아닌 도로 중간 위에서 비추고 있다. 또한 거리를 걷다 보면 가스등 줄을 이용한 조형물도 눈에 띈다. 정육식당 '나세마소(Nasemaso)' 근처에 마치 하늘에 떠있는 유령의 형상의 조형물도 있었다. 낮에 봤으니 망정이지, 어두운 밤 희미한 가스등 불빛에 공중에 떠 있는 유령 같은 조형물을 보았다면 혼비백산했을 뻔했다.
프라하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또 하나의 독특한, 명물 조형물이 있다. 바로 매달린 지그문트 프로이트 동상이다. 유명한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하늘 높게 있는 봉을 잡고 매달려 있는 모습니다. 한 손으로 봉을 잡고 대롱대롱 불안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인데, 오히려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편안해 보이기도 한다.
사실 궁금했다. 대체 무슨 생각들로 유령을 연상케 하는, 매달린 지그문트 프로이트 동상을 만들었을까? 이런 것들이 아니더라고 프라하에는 볼거리가 많은데 말이다. 도시 곳곳에 아름다운 조형물이 많아 창작 욕구가 더 샘솟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 기억나는 작품은 조각가 데이비드 체르니가 만든 프란츠 카프카의 회전하는 두상이다. 프란츠 카프카는 프라하 출신의 유명한 독일 작가다.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던 남성이 갑자기 흉측한 벌레로 변신하며 가족들에게 동정에서 멸시당하는 과정을 그린 '변신'으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다. 프라하 출신이어서 그런지 카프카 박물관 등 카프카에 관련된 시설이 종종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카프카의 회전하는 두상이 눈에 띈다. 수많은 금속판이 돌아가면서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얼굴형상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다시 제각각 돌아간다. 회전하는 두상을 보기 시작하면 어느새 멍하니 두상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마디로 나도 모르게 두상멍 지경에 빠진다.
또한 프라하 체코 국립도서관을 지나다가 전시되어 있는 탱크도 볼 수 있었다. 도심 한복판에 탱크라니. 구소련 치하에 대한 경각심을 잃지 않기 위함일까? 문뜩, 도시 곳곳의 조형물이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닌, 여러 의미와 상징을 가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탱크를 도심 한 복판에 전시했을까? 대체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왜 저러고 매달려 있는 것일까? 단순 재미를 위해서? 아니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프라하를 다니다 보면 기념품 가게에서 이색적인 제품을 종종 볼 수 있다. 바로 꼭두각시 인형, 마리오네트 인형이다. 인형의 각 부분을 실로 연결해 손으로 잡아당겨 움직이게 하는 마리오네트 인형극은 오스트리아 지배하에 체코인들의 억압된 울분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마리오네트 인형을 파는 가게를 볼 수 있었다. 구시가 광장에는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마리오네트 인형극이 열리기도 했다.
프라하에서 기념품으로 마리오네트 하나를 사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나 나중에 짐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후 피노키오가 자꾸 어른거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라하에서 꼭 봐야 할 장면이 있다.
프라하의 명물 천문시계탑이다. 구시청사 시계탑은 프라하 구시가지의 남서쪽 모퉁이를 바라보고 있다. 이 시계탑이 특히 유명한 것이 매 시간 작은 문들이 열리면서 움직이는 인물들이 나타나고 조각들도 시계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매 시간이 되면 천문시계탑 앞에 시계 행사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 빼곡하다. 이 천문 시계는 15세기 초에 제작됐다.
프라하의 또 다른 매력은 매 시간을 알리는 시계 종소리다. 곳곳에 시계탑이 있어 매시간 도시 전체에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종소리가 낯설기도 하면서 듣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재미거리가 넘쳐나는 곳이 프라하다.
프라하에 대해 좀 더 알았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상식이 짧은 것이 아쉽기만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