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이야기
요즘 나의 주 관심사는 달리기의 대체 운동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이 운동 저 운동을 시험 삼아해보고 있다. 운동을 해보고 족저근막염을 앓고 있는 오른발 뒤꿈치가 아프지 않으면 계속하는 것이다.
흔히들 족저근막염의 증상을 물어보는데, 족저근막은 발바닥 앞쪽 뼈와 뒤꿈치 뼈를 연결하는 근육이다. 이 근육에 염증이 온 것인데, 많이 걷거나 뛰거나 발 뒤꿈치에 충격이 많이 가는 운동을 하고 나면 (나 같은 경우) 발 뒤꿈치에 통증이 생긴다. 유리 같이 뾰족한 물체를 발 뒤꿈치로 밟는 느낌처럼 발을 디딜 때마다 발 뒤꿈치가 아프다. 심한 경우에는 아예 오른발 뒤꿈치를 바닥에 딛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작년 10월 10km 마라톤 대회를 달리고 그다음 날 하루 종일 걷지 못했다.
결론은 발 뒤꿈치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체중을 감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몸무게가 가벼워질수록 발에 가해지는 충격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 뒤꿈치에 충격이 적은 자전거나 수영도 좋은 대안 운동이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즐겨했던 맨몸운동은 어떨까 싶었다. 우선 마운틴 클라이머. 엎드려뻗친 자세에서 마치 높은 오르막을 오르듯이 오른 무릎을 가슴까지 댕겼다가 뒤로 쭉 내딛는 동시에 왼 무릎을 가슴까지 당겼다 쭉 내딛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 동작은 발 앞쪽으로 바닥을 딛게 되어 있어 발 뒤꿈치에 충격이 없다.
그다음 버피 테스트. 서 있다가 쪼그려 앉으며 플랭크 자세(엎드려뻗쳐 자세)를 하고 푸시업을 한다. 그리고 양 무릎을 당겨 상체를 세우면서 양손으로 만세 자세를 하며 점프 동작을 하는 것이 한 동작이다. 동작 설명에서 보면 알겠지만 여러 동작이 합쳐져 한 동작을 만들기 때문에, 악마의 운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힘들다. 동작을 빠르게 하면 달리기 전력질주를 하고 난 기분이다.
점프 동작이 있긴 하지만 발 뒤꿈치에 충격이 갈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점프 자체를 발 앞쪽으로 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고 나도 발이 괜찮았다. 그래서 당분간 마운틴 클라이머와 버피 테스트를 병행하고 있다.
모임 필라테스의 LS 원장님에게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운동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었다. '무조건 빠르고 강하게'해야 운동이 되는 줄 알았다. 그랬는데 LS 원장님은 천천히 하는 대신 근육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연습도 시켰다. 예를 들면 스쿼트 자세를 하며 보통은 아무 생각 없이 무릎을 굽히며 하체를 내렸다. 하지만 하강 자세를 단순하게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중력의 힘에 의지하지 말고, 내려가는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하체 근육의 버티는 힘도 강화할 수 있었다.
달리기 역시 처음에 없는 체력으로 달리면 거리나 속도가 나질 않는다. 대신 빠르게 걷는 속도로 천천히 달리면서 체력과 지구력을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을 배웠다.
문뜩, 버피 테스트도 천천히 많이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동작을 빠르게 하기보다는 동작을 쪼개서 한 동작 한 동작 제대로 해서 버피 자세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사실 피트니스에서 하면 동작을 빨리해도 상관없지만, 주말에 달리기 대신 집에서 하자니 아랫집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천천히 하는 대신 횟수를 늘려보고자 했다.
버피 테스트. 몇 가지 동작으로 이뤄졌을까? 버피 테스트를 쪼개니 4 동작으로 나눌 수 있었다. 우선 스쿼트 다운 자세, 플랭크 자세, 푸시업, 플랭크 자세, 스쿼트 업 자세, 점프로 이뤄져 있다. 집에서 이 동작들을 하나씩 제대로 만들면서 버피 테스트를 해봤다.
우선 서서 시작한다.
스쿼트 자세로 골반을 뒤로 빼면서 무릎을 굽혀 스쿼트 자세로 내려가서 멈춘다.
상체를 기울여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두 다리를 뒤로 쭉 뻗으며 플랭크 자세를 취한다.
푸시업 한다. 나는 상체 힘이 없어서 무릎을 바닥에 대고 하는 니 푸시업으로 대체했다. 엎드린 상태에서 천천히 두 무릎을 바닥에 댄다. 중력에 맡겨 두 무릎을 바닥에 찍듯이 내리면 무릎이 나갈 수 있다.
양 무릎을 바닥에 대고 푸시업을 한다.
양 무릎을 들어 플랭크 자세를 만든다.
왼 무릎을 접어 골반 옆으로 당긴 후 오른 무릎을 접어 골반 옆으로 당겨 와 쪼그려 앉는 자세를 취한다.
상체를 살짝 들어 무게 중심을 골반으로 이동시킨다.
스쿼트로 일어서듯 두 발로 바닥을 누르며 일어선다. 동시에 양손을 하늘 위로 뻗는다.
그리고 일어 선 후 카프레이즈 자세로 양발 뒤꿈치를 들었다가 천천히 내린다.
(만약 매트리스가 있는 피트니스에서 했다면 카프레이즈 대신 가벼운 점프를 한다.)
처음에는 한 동작, 한 동작 나눠서 하는 것이 잘 안 된다. 빠르게 하면 격렬한 대신 대충대충 자세를 만들어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빠르게 동작을 하는 것에 익숙해진 몸이 움직였다. 게다가 운동을 하다가 지치니 생각은 멈추고 몸이 알아서 움직였다.
특히 동작에서 스쿼트 자세를 정확히 만들기가 어려웠다. 서 있다가 내려가는 자세가 습관처럼 대충 내려가서 땅을 짚고 두 다리를 쭉 펴는 자세로 이어졌다. 올라오는 자세는 하체보다는 대충 상체를 세워 일어서는 느낌이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동작을 하나하나 제대로 만들어야 했다. 자칫 딴생각하다가 동작이 망가지기 쉬웠다.
그렇게 10회씩 10세트를 했다. 할만했다. 동작을 쪼개서 한 동작 한 동작 제대로 만들어가면서 하니 내심 힘들고 땀도 많이 났다. 즉, 내가 원하는 운동 효과가 났다. 그리고 동작 하나하나를 신경 쓰니 지루할 새가 없었다.
빠르고 강한 것만이 운동이 아니다. 천천히 올바른 자세로 오래 해도 운동이 된다.
새로운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역시 운동의 세계는 심오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