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예술에 관심이 많아 박물관은 종종 오는 터라 새롭게 뭔가를 보기 보단 원래 좋아했던 유물들을 한번 더 보자 하는 느낌으로 둘러보았다.
그런데 기존에 여러차례 봤던 유물들을 보는데 예전과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되어 남겨보고자 한다.
달항아리 : 순백의 미에서 느껴지는 고독함
나는 달항아리를 정말 좋아한다.
뽀얀 백자를 보면 나까지 순수해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이런 민무늬 백자를 꼭 집에 두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했다.
원래 좋아하는 작품이라 계속 보고 있었는데 문득 달항아리가 고독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스스로 빛난 나머지 어딘가에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동떨어진 느낌이랄까? 관람객들이 자신을 보고 감탄을 내뱉고 다른 전시물로 눈을 옮기면 달항아리는 자기를 찾지 않는 그 순간 고독함을 느끼면서 울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매번 달항아리를 보며 경이롭다, 아름답다 따위의 긍정적인 감정만 느끼다 고독하다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처음 떠올린 순간이었다.
반가사유상 : 둘이 어깨넓이 차이가 있었군
다음는 국립중앙박물관 대표 전시물인 반가사유상의 '사유의방' 에 들어갔다. 항상 이 방을 들어오면 현실의 고뇌들을 조용히 반가사유상에게 읊조리고 반가사유상의 말없이 인자하게 웃는 그 미소를 보면서 힐링하곤 했다. 오늘도 역시 반가사유상의 말없는 미소를 보며 마음의 치유를 하면서 반가사유상을 중심으로 한바퀴를 도는데...
문득 뒤에서 반가사유상을 보니 둘의 어깨넓이가 차이가 나는 걸 발견했다. 나는 지금껏 이 둘은 똑같은 크기라고 생각했는데 체격차이(?)가 나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우연히 나를 알게된 기회였던 순간
문득 왜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오늘 갑자기 새롭게 느꼈을까 생각해봤다.
바로 내 상황이 이전과 달라져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먼저,
고독함의 정서를 내가 요즘 느끼고 있으니 달항아리를 보면서 고독함을 떠올린 것 같다.
작년부터 문득 인간존재 자체가 고독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렇게 살아 가는게 맞는지 확인해주는 사람도 없고, 각자 선택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며, 힘든일이 있어도 결국 본인이 극복해야한다.
물론 가족, 연인, 친구 등등 조력자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아봤자 100% 전달이 안될뿐더러 100%의 공감을 받기도 어렵다. 혹여나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 나의 약점을 스스로 드러내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 결국 내 고민은 나만 알고 내가 해결해야 한다.
문득 이러한 사실을 알게되니 우리 존재자체가 참 고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 마음이 달항아리에 투영되어 달항아리도 고독하다고 느낀게 아닐까 싶다.
또한
반가사유상의 체격차이를 느낀 것도 나의 현재 관심사와 연결된다.
마른 체형을 극복해보려고 몇년전부터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나는 체격의 변화에 참 관심이 많아졌다. 어떻게 하면 더 체중을 늘릴 수 있을지, 운동은 뭘 더 하면 좋을지 생각하며 주변에 체격이 큰 사람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졌던거 같다. 그랬기 때문에 반가사유상도 체격이라는 관점에서 보게 된거 같다.
마치며..
가벼운 마음으로 박물관에 갔지만 우연찮게 나의 현재 상태를 발견했다.
"나는 지금 고독함을 느끼는 벌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구나 ㅎㅎ"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깨달음이지만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뭔가를 얻은 거 같아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고독함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될만큼 점점 성숙해지고 있고,
마른 체형에서 오는 이전의 컴플렉스를 극복하려고 하는 나에게 장하고 고생많다고 응원해주고 싶다.
스스로에 대해 알고 싶을 때
혼자 끙끙 앓으며 답도 안나오는 고민을 하며 좌절하기 보다 이렇게 색다른 자극을 스스로에게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