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병훈 Jul 31. 2022

더현대 서울의 제안


저는 시간이  때면 정처 없이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것이 실외이든 실외이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요즈음에는 숨이 막힐 정도로 더운 폭염의 날씨 속에서 거리를 하염없이 걸어 다니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조금만 걷다 보면 얼음이 가득 담긴 시원한 음료를 당장 그늘진 곳에서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니까요.


다행히도 제가 일을 하고 있는 여의도에서는 가볍게 점심을 먹고 산책  돌아다니거나 휴식을 취할 만한 실내 공간들이 꽤나 있습니다. 저에게 소중한 쉼터 같은 공간  하나는 여의도 파크원에 있는 더현대 서울입니다. 더현대 서울은 현대백화점 그룹이 연면적  20 평에 다다르는 복합단지 파크원에 개장한 특급 ‘백화점인데요, 백화점에 따옴표를 붙인 이유는 개인적으로 더현대 서울이 기존 백화점과는 다른 차별점을 가지며 공간 혁신을 이루어  복합문화단지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백화점과는 다른 더현대 서울만의 차별점은 실내조경  휴식 면적의 확대입니다. 더현대 서울의 전체 영업 면적은 89,100( 27,000)이지만 그중 실제 매장이 차지하는 면적은 51%, 현대백화점 15 점포의 평균 매장 면적인 65% 한참 하회합니다. 대신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영업 면적을 매장이 아닌 실내 조경  고객 휴게 공간으로 기획하면서 자연, 힐링, 볼거리 공간으로 채웠습니다. 1층에는 12m 높이의 폭포수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5층에는 30 그루의 나무로 이루어진 하늘 정원 ‘사운즈 포레스트 조성하여 사람들이 편히 걷고   있도록 했습니다.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에는 창문이 보이지 않게 하라라는 기존의 불문율도 깨트렸는데요, 자연채광을 위해 천장을 내고 공간 개방감을 위해 보이드(void) 건축 기법을 사용하여 1층부터 천장까지 건물 전체를 트고 기둥도 없애기도 했습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비용이지요. 백화점 업계에서 서울 백화점의 1  매출이 연간 1 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장 공간=매출이란 기존 원칙을 더현대 서울은 고객이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변주를  것입니다.

(Source: 현대백화점)
(Source: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의  다른 차별점은 MZ세대를 겨냥한 매장의 다양성입니다. 현재 현대백화점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는 김형종 사장이 더현대 서울의 오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입점업체를 선정하는 MD조직에 “내가 모르는 브랜드를 가져와라라고 주문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본부장을 거쳐 패션업체 한섬에서 10 이상 근무해오며 리테일 섹터에서 두터운 업력을 쌓어온 그가 모르는 브랜드를 찾는데 조직이 많은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 있지요.


그래서인지 더현대 서울은 구매력이 높아진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파격적이고 다양한 매장을 들여왔는데요, 한남동에서 유명한 독립 서점인 ‘스틸북스’, 와인과 시가를 판매하는 ‘와인 웍스’, 무인매장 ‘언커먼 스토어’, 한국식 BBQ 플래그쉽 스토어 ‘수티’, 빈티지 시계 전문점 ‘용정콜렉션’, 중고거래  번개장터 오프라인 스토어 ‘BGZT등을 대거 유치했습니다. 오히려 이들 매장들은 더현대 서울이 먼저 입점 제안을 해서 꽤나 당황했다고 인터뷰에 나와 있습니다. 기존 현대백화점의 보수적이고 럭셔리한 이미지를 탈피하는 신선한 제안이었으니까요. 이런 시도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 성공적으로 끌어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더현대 서울의 매출  20-30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50.3% 다른 현대백화점 15 점포의 20-30 매출 비중(24.8%)보다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구매 고객  역시 20대와 30대가 각각 19.3%, 38.9% 30 이하 고객이 58.2%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개개인의 가치관, 취향에 기반한 경험적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무인매장 언커먼 스토어 (Source: Sunfree)
중고품 매장 BGZT랩 (Source: 번개장터)

2021년에 개점을  더현대 서울은 사전 개장일인 2 24일부터 3 21일까지 26 일간  995 원의 매출을  달에 올렸습니다. 여기에서 주요할 점은 매출 비중  패션이 32%,  패션이 68%라는 점이지요. 매출의  이상을 차지하는 패션 상품 위주의 백화점을 탈피한 매출 구조입니다. 지난 2022 2 더현대 서울의  매출이 발표되었는데요, 지난 1년간 8005 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백화점 개점   매출 신기록 달성했습니다. 더현대 서울에는 특급 백화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명품 라인, 흔히 ‘에루샤 불리는 3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 입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매출 목표(6300 ) 크게 상회한 것입니다.


더현대 서울의 내년도 목표 매출은 연간 1 원에 다다르는 9200 원인데요, 전국 70 백화점 가운데 10 안팎의 매장만이  매출 1 원의 성과를   있다고 합니다. 대구 신세계 백화점이 4 9개월 만에 매출 ‘1 클럽가입에 성공하면서 백화점 최단기간 매출 1  달성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요, 더현대 서울의 추세를 보면 매출 1 원을 달성하는 것은 3 이내에 가능하리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코로나로 인해 유동인구가 줄어들고 이커머스가 확대되어 기존 상가  여타 백화점의 매출이 타격을 입은 것을 비추어 보면 매우 성공적인 시작이며, 코로나가 잠식되고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추후 실적이 기대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코로나 및 이커머스의 확대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은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라는 우려 속에서 더현대 서울은 공간 혁신과, 콘텐츠 유치 및 운영, 및 방문객 중심의 가치를 제안하며 당차게 반박했습니다. 아직 성공과 실패의 여부를 따지기에는 이른 시기이지만, 저는 현대백화점 그룹과 같은 대기업이 이런 공간 혁신을 제안했다는 점이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봅니다. 공간 혁신 사례가 부족한 우리나라 부동산 업계에 신선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공간 사용자 입장을 배려하는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기존 ‘백화점’의 사례가 아닌 ‘복합문화단지’로서의 사례로서 말입니다. 그렇기에 현대백화점 그룹도 이번 건축물을 기존의 'Hyundai Department Store'가 아닌 현대백화점 그룹이 제안하고자 하는 가치에 방점을 찍은 'The Hyundai Seoul'로 명명한 것이 아닐까요.



참고자료

- ‘MZ세대 끌어모았다’ 더현대 서울, 연 매출 8000억원 돌파

- 더현대서울 '1조 클럽' 눈앞…'에루샤' 대신 MZ세대 신명품 각광

- [김영진의 유통직설]더현대 서울의 '비움의 미학'

매거진의 이전글 프루이트아이고, 허울뿐인 건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