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30분,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
부아앙- 이 골목엔 유독 오토바이가 많이 지나간다. 2차선 차도가 바로 앞에 있긴 하지만 워낙 안 쪽 골목이고 사이사이 좁은 골목들에 집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배달기사님들이 항상 지나가는 길이다. 우리 카페는 배달을 하고 있지는 않아서 얼굴을 튼 배달기사님은 없지만 단골로 자주 방문하시는 기사님이 생겼다.
”부아앙- 끼익 “
익숙한 엔진 소리가 카페 앞에서 멈춘다. 항상 이 시간쯤 오셔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사가는 손님이다. 주문은 늘 같다. 나는 주문서를 확인할 필요 없이 포장용 얼음잔 2개에 얼음과 물을 차례로 담는다.
유추해 보건대 아마 퇴근길에 사서 집 냉장고에 넣어두고 마시는 게 아닐까 싶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아메리카노를 여러 잔 사서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먹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커피 용량이 다른 카페들에 적은 편이라 한 잔으로 모자란 손님도 더러 있을 것이다.
아무튼 오늘도 커피 두 잔을 사가시면서 “많이 파세요!”라고 했다.
늘 저렇게 인사한다. 처음엔 저 말이 좀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들을 때마다 힘이 난다. ‘그래! 오늘도 많이 팔아야지.’
이렇게 힘이 되는 인사말을 하루 걸러 하루 건네는 사이인데도 아직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 진정한 익명의 손님이랄까? 얼굴을 왜 모르는고 하면 늘 헬멧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잠깐 들러서 커피를 사가는데 헬멧을 썼다 벗었다 하는 것도 번거로울 테고. 그래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유일한 손님이다.
가끔 궁금할 때도 있다. 언젠가 헬멧을 벗은 얼굴을 볼 수 있게 될까? 아님 이대로 끝까지 모르는 채로 남게 될까? 어쨌든 나는 이 손님을 기억할 수 있으니 그걸로 됐다. 우렁찬 인사말과 헬멧 사이로 보이는 웃는 눈으로 말이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기를, 도로가 미끄럽지 않기를 바라며 나도 인사말을 건넨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