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다소 뜨거운 시작일지도

마감 30분 전, 아이스 아메리카노

by 신지원

원칙적으로 마감 30분 전에는 주문 마감을 한다. 그리고 커피 머신 청소를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에스프레소가 들어가는 모든 커피 음료는 제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야박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 가끔 커피 외에 음료 주문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이 시간에 들어오는 손님은 꼭 다른 게 아닌 커피를 주문하고 싶어 한다. 어떤 남자 손님은 저번주에도 3번이나 이 시간에 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그래서 요즘은 마감청소를 10분 정도 늦추고 기다리곤 했다. 언제나처럼 마감 30분 전 이 남자는 생글생글 웃으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처음엔 좀 성가셨지만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해서 오늘은 용기 내서 말을 걸어보았다.

“항상 이 시간에 오시네요? 퇴근길이세요?”

“아! 제가 여기 근처 작업실에서 작업을 해서요. 회사 퇴근하고 바로 오면 이 시간이에요.”

“오, 그러세요?”

“제가 이런 거 만들거든요.“

신이 나서 본인 핸드폰으로 이런저런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아트토이라고 하는 건데요, 디자인 피규어 같은 거에요. 제가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어요.”

“우와 대단한데요. 저 이런 거 처음 봤어요.”

커피를 건네며 덧붙여 말했다.

“대단하시네요. 일도 하시고 본인 작업도 하시고. “

이 남자 손님은 칭찬에 쑥스러운 듯 싱긋 웃으며 감사하다고 또 오겠다고 하면서 카페를 나섰다. 누군가에게는 끝나가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되는 시간이라니. 퇴근 시간만 바라보고 있던 나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마지막 손님을 보내고 남은 마감 정리를 시작했다. 홀의 조명을 반쯤 끄고 매장 음악을 바꾸고 볼륨을 높인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적막한 카페 안에는 달그락 거리는 설거지 소리, 첨벙첨벙 물소리, 분주한 내 발소리 그리고 음악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모든 정리를 마치고 불을 끈다. 평소보다 조금은 어두운 하늘. 카페 문을 여니 미지근하게 식은 저녁 바람이 슬며시 불어온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