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다소 뜨거운 시작일지도

12시, 라떼 다섯 잔, 아메리카노 두 잔

by 신지원

이곳에선 좀처럼 단체 손님을 보기가 어렵다. 공간이 작기도 할뿐더러 단체석이라 봐야 4인석 테이블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가끔 혼자서 4인석을 차지하는 운 좋은 손님이 있긴 하지만 사실은 몇 없는 단체 손님들을 위해 비워두는 좌석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날씨 좋은 늦여름에 첫 단체 손님이 찾아왔다. 자전거를 타고 우르르 무리 지어오는 그들은 싸이클복을 맞춰 입은 60대 중반의 남성들이었다. 7명의 무리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흥겨운 대화 소리에 내부가 쩌렁쩌렁 울렸다.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속으로 생각했다. 자칫하면 한 순간에 아수라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메뉴 선정에서부터 제각각이었다.

“아, 여기 좋네. 나는 디카페인으로.”

“나는 아라.”

“나는 아메리카노”

그래도 다들 아메리카노와 라테 중에서 선택했다. 옵션이 다양했기에 한 잔씩 천천히 순서대로 만들었다. 커피 일곱 잔은 한 번에 서빙하기 어려워서 두 번에 걸쳐 나갔다.

“맛있게 드세요.”

“와, 커피에 그림을 멋지게 그리셨네. 전문가이신가 보다.”

따뜻한 라테잔에 올린 하트 그림을 보고 무리 중 한 손님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아, 이 정도는 다들 해요. 하하”

별거 아닌 일에도 크게 기뻐하는 모습이 유난스럽지만 은근히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흥겹고 조금은 시끄러운 대화 소리에 귀가 아프긴 했지만 즐거운 에너지가 옮겨 붙는 느낌이었다. 대화 소리가 바 안에까지 흘러들어왔다. 엿들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이들은 주말마다 정기적으로 모여 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다음엔 어느 코스로 갈지 고르다가 갑자기 한창 유행하는 드라마 얘기를 하기도 하고 건강 관리 이야기로 빠지기도 했다. 이들의 자전거 여행도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게 아닐까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났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가 시끌벅적하게 흘러갔다. 유치한 농담과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빵빵 웃다가 이내 하나 둘 씁쓸한 미소들을 주고받았다. 이 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마음일까?

“이제 슬슬 일어날까요?”

“아휴 그럽시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카페를 나섰다.

“잘 먹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단체 손님이 나간 후에 카페 사장에게 남겨지는 것은 쌓여있는 잔 들이다. 테이블 정리를 부랴부랴 마치고 잔들을 깨끗이 닦아 제자리에 옮겨 놓았다. 이런저런 정리들을 마치고 겨우 의자에 앉아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2시를 향해하고 있었다. 한낮의 태양이 평소의 그 빛과는 좀 달랐다. 끝을 향해가고 있는 여름날의 볕이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