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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고관절 Feb 05. 2021

집으로 찾아왔어, 바이러스가

(8) 완전한 이별

브런치 계정을 만들었는지 조차, 잊어버릴 만큼 바쁘고 바쁜 날들이었다. (반성반성)

코로나19 확진자로서 업무에서 자의반 타의반 완전히 물러나있던 12월 말과 1월초의 보름 정도의 기간은 화살처럼 지나가버렸다. 코로나19 확진 받기 며칠 전, 배우자에게 "아 하루에 10시간 내리 잠만 잤으면 좋겠다. 아무도 나 방해하지 않는 곳에서" 라고 투덜거렸던 때문일까. 코로나19 회복을 위해 나는 그 기간, 아주 오랜만에 -거의 대학교 졸업하고 처음인 듯하다- 낮잠도 자고 밤잠도 길게 자고. 무조건 누우면 잤다. 생활치료센터에 테이블이나 의자가 없는 것도 아무데서나 누워 자라는 뜻인가 싶을 정도로. 아주 좋았다.. 집이 아니고 갑갑하다는 점은 고통스러웠지만 '잠'을 되찾아서 행복했다..........



열흘 정도 나무늘보와 같은 삶을 영위하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니 그 시간의 속도는 아프기 전보다 더 빠른 거 같다. 회사는 격리해제로 돌아온 우리를 반기지 않았다. "무조건 음성판정 나올 때까지 오지마, 감염시킬테니까" 라는 보수적 태세. 보건소가 괜찮다고 질병청이 괜찮다 했는데요? 그래도 소용없었다. 우리는 그냥 바이러스 전달체.....정도로 취급받는 느낌이었지만 회사나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니 알겠다고 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당연히 가사나 돌봄 도우미도 부를 수 없었다. 감염내과 전문의도, 격리해제 증명서를 써준 보건소도, "당신들은 이제 타인을 감염시킬 수 없어요. 안전합니다"라고 말한들 회사도 우릴 꺼리는 마당에 누굴 부르겠는가...염치없이. (자가격리 중인 사람이 가전 as 기사님 부른다는 기사를 읽고 진심 식겁했다 인류애 다시금 마이너스)



아파트 엘베에서 이 영상을 보고 대박공감....살려죠...


아무튼 두 부부가 아이 둘을 오롯이 집에서 일하며 돌보는 보름이란 시간이 또 흘러갔다. 나는 세끼를 차려내는 셰프이자 청소머신이 되었고.... 남편은 육아달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식세기가 없어서 설거지 능력자도 되었다. 고단하기가 이루말 할 수 없는 나날들 ㅋㅋㅋㅋㅋㅋ....... 지금에서야 웃으면서 적지만 정말 '왓더쉣'이 절로 나오는 시간들이었다. 그러다 음성이 뜬 둘째부터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서 숨통이 틔였다. 그러고 나머지 가족들도 나, 배우자 순으로 음성판정을 받았다. 


띡- 하고 검사소에서 날라오는 "000님 음성입니다" 이 간단한 문자를 받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기다렸던가. 배우자는 4주 반가까이 걸렸다. 나는 발병과 음성판정까지 딱 3주. 아이는 보름. 사람마다 다르다더니 사실이었다. 아이는 증상이 거의 없었고 회복이 빨랐다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 나는 배우자보다는 빠르지만 초반에 강력하게 아팠으니, 딱히 좋은 거 같진 않다. 배우자는 심각한 두통에 시다렸고 후각도 애매하게 돌아왔다. 진정 무서운 바이러스다...여러분, 자나깨나 로나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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