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에 생명이 있다.
어느날 통제를 벗어난 프로펠러가
지멋대로 자유를 찾았을때
마치 너는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지-
마치 꾹 참아온 오래된 이야기를
고백이라도 하듯이 말이야.
회전의 쌕쌕이는 새소리는 관심을 호소하고
덜컹이는 날개의 항변이 내 눈길을 사로잡고
풍속을 지멋대로 낮추어 애간장을 태우며 약을 올리고
입을 다물고 십분 넘게 아무말도 안하다가 다시 존재를 알려왔을때는 기쁘기까지 했어.
스스로 긴목을 부러뜨리고도
일하고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던
너인데
어째서 너는 이제
너의 네 손가락을 두서없이 눌러대고 만져대는 나의 애닮픈 손길에도 끄덕하지 않는 것인지
너의 얼굴을 매만져도 보고
달래도 보고
어깨를 흔들어도 보지만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은
이처럼 허망하다.
통제할 수 없는
모든 영혼을 가진 것들이 그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