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 예테보리 여행
스웨덴에서 맞은 첫 번째 아침. 여덟 시 반 정도에 내려갔는데 바깥은 새벽 같았다.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이것저것 취향대로 가져다 만들어 먹었다. 이를 테면 햄과 치즈만 넣은 샌드위치라든가 누텔라와 생크림을 펴 바른 크레페 같은 거.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거리에 잔존하는 크리스마스.
이 거리를 내려다보며, 내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이 스웨덴 스톡홀름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인지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늦은 일출 덕분에 나의 생활패턴으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나는 한참 동안 찍어댔다. 어떤 아름다움은 미처 다 담아낼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욕심을 내어 담아보려고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해가 그러했다.
신기했던 엘리베이터. 문을 직접 열어야 한다. 그 안에는 위아래로 움직이는 바닥 부분만 존재한다. 이렇게 서술하지만, 사실은 조금 무서웠다.
역사와 플랫폼이 이어져 있는 독특한 구조. 코앞으로 열차가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물론, 이 역이 처음 또는 마지막인 열차들만 들어올 수 있는 제한된 트랙들이겠지만 말이다.
플랫폼으로 들이치는 눈부신 햇살.
세 시간의 이동. 캐리어와 유모차와 보행보조기가 한 칸에 전부 편하게 올라타고 움직일 수 있는 배리어 프리한 열차. 서로 다른 사연들을 안은 채 같은 곳을 향하는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목적지까지의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타고 내릴 때 인사를 주고받았던, 서로의 좋은 여행을 바라주던 옆자리 청년은 복실복실한 털로 뜨개질을 하다 잠들다를 반복했고, 뒷자리에 앉은 어느 엄마는 아기를 품에 꼭 안은 채 가고 있었으며, 건너편의 두 여성은 초면인 듯했으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갔다. 나는 타기 전 편의점에 들려 샀던 초콜릿들을 까먹으며, 열차가 가는 소리와 같은 칸 사람들의 소리를 배경음악 삼으며, 미처 다 짜지 못했던 여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가이드북을 보며, 그렇게 갔다.
통로 쪽에 앉았던 터라 창을 찍을 때면 왼쪽으로 돌려진 고개가 옆자리 청년을 향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마다 그는 배시시 웃어줬다. 여행 중반 무렵에서야, 그럴 때면 몇 마디 붙이며 이야기 나눠볼 수도 있는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쉽지만 이때의 나는 따라 웃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었다. 어찌 되었든, 함께 웃으며 찍었던 사진 두 장.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3일 동안 머물게 될 예테보리(Göt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