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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cos Feb 08. 2021

돌아온 그리즈만

쿠만 감독은 그리즈만과 메시의 공존에 성공했다.

라리가 22라운드 경기에서 바르셀로나가 홈팀 레알 베티스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바르셀로나는 초반 안 좋은 흐름을 완전히 털어내고 리그 6경기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리그 11경기 무패 기록을 이뤄냈다. 전반전 38분 이글레시아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았으나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라리가 22라운드 레알 베티스와 바르셀로나의 라인업

최근 바르셀로나의 상승세는 그리즈만의 폼과 큰 관련이 있다. 쿠만 감독은 이번 시즌 부임 후 그리즈만에게 다양한 역할을 맡기며 계속해서 메시와의 공존을 연구했다. 4-3-3 / 4-2-3-1 포메이션에 우측, 중앙, 왼쪽에 그리즈만을 배치하며 실험을 시작했지만, 세티엔 감독 때 그러했던 것처럼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우측 측면 공격수로 기용했을 경우 메시와의 동선,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여 움직임이 겹치는 문제가 발생했다. 네이마르가 파리로 떠난 이후 적임자가 없었던 왼쪽 측면 자원으로도 출전 시켜 보았다. 세컨드 톱, 우측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그리즈만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수아레스가 떠나고 메시와의 원투를 주고받으며 공격 작업을 만들어 갈 중앙 공격수 자리에도 그리즈만을 세워 보았지만, 힘 좋은 스트라이커와 함께 활약해왔던 그에게는 부담스러운 역할이었다.


네이마르의 대체자로 영입한 우스만 뎀벨레의 부상 기간이 길어지면서 바르셀로나 축구의 필수 요소였던 측면 파괴력이 사라졌다. 쿠티뉴, 그리즈만, 메시 모두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선수들이었고, 상대 팀이 중앙 지역에 수적 우위를 가져가며 걸어 잠그는 순간 바르셀로나의 공격은 답답해졌다.

돌아온 앙토니 그리즈만 [사진=연합뉴스]

쿠만 감독은 그리즈만의 활용법을 찾아냈다. 작년 말부터 부상에서 복귀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우스만 뎀벨레는 그리즈만과 메시의 공존에 있어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다. 좌우 가리지 않고 측면에서 직선적인 드리블을 자주 시도하는 뎀벨레를 막기 위해 상대 수비수들은 측면으로 벌어졌다. 자연스럽게 중앙에서 공간이 열렸고, 쿠만 감독은 그리즈만에게 ‘자유’를 부여했다. 특정 자리에 제한받지 않고 상대 지역에서 자유롭게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특유의 유연한 연계로 메시 근처에서 겹치지 않고 조화를 만들어냈다.


최근 들어 더용의 공격 포인트 또한 증가했는데, 이는 그리즈만의 공격 포인트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용은 주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하여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역할을 부여받았다. 센터백과 함께 공을 주고받으며 낮은 지역에서부터 공을 직접 몰고 올라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좌우 가리지 않으며 풀백처럼 깊은 측면 지역까지 오버래핑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경기장 전 지역을 누비는 더용에게 전담 마크를 붙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더용은 종종 상대 팀의 골문 바로 앞까지 침투를 시도하는데, 이때 무심코 끌려 들어가는 수비수들에 의해 그리즈만에게 공간이 생긴다.

그리즈만 부활의 1등 공신, 뎀벨레와 더용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뎀벨레의 측면 플레이, 더용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 덕분에 그리즈만은 최근 10경기에서 7개의 득점과 6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더용 역시 라리가 미드필더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측면 공간 창출 역할을 다른 선수들에게 부여하며 그리즈만에게 자유를 부여하자 메시의 부담을 나눠 가지며 함께 공격을 설계하고, 마무리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라리가 순위표와 득점 기록 [자료=라리가 공식 홈페이지]

바르셀로나는 그리즈만의 부활과 함께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순위도 어느덧 2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남아있다. 줄어들긴 했으나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메시 의존증’과 고질적인 수비 불안 문제다.


메시는 벤치에서 시작하며 베티스와의 경기에서 어느 정도 휴식을 부여받았다. 브레스웨이트, 그리즈만, 뎀벨레가 공격을 이끌었지만 유효한 공격 시도가 부족했다. 메시가 후반 57분 피아니치와 교체되어 들어오고 나서야 유의미한 공격 작업이 만들어졌다. 메시의 돌파, 키패스, 득점에 힘입어 2:3 역전승을 만들어냈지만, 투입 전후 바르셀로나의 날카로움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전반 11분, 아라우호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며 부상 명단에 추가가 되었다. 바르셀로나는 피케, 로베르토, 데스트를 부상으로 잃으며 밍게사, 움티티, 아라우호 등 다소 불안한 선수들로 수비진을 꾸리고 있었다. 그중에서 렁글레와 함께 제 역할을 잘 수행해주던 아라우호마저 잃으며 또 다시 센터백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다.


오늘 베티스 전에서는 26경기째 득점이 없던 트린캉이 골을 넣으며 역전승에 성공했다. 최근 선제 실점을 당하고도 어려운 역전승을 만들어 내는 바르셀로나는 ‘위닝 멘탈리티’가 돌아온 듯 보인다. 되찾은 위닝 멘탈리티를 통해 코파 델 레이와 리그,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포함된 2월을 무난히 넘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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