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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cos Mar 10. 2021

노르웨이의 노란 거인 엘링 홀란드

계보를 이을 자가 등장했다.

이 선수에 대해 너무 많은 기사와 칼럼이 쏟아져 나온다. 솔직히 말해 식상해서 다루지 않으려 했다. 경기를 보고 나니 생각을 바꾸고 말았다. 최근 좋은 경기력으로 공식경기 9경기에서 1실점만을 허용한 세비야는 지난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홈경기에서 이 ‘노란 거인’을 만났다. 총 세 골, 엘링 홀란드에게 두 골을 실점하며 2:3으로 패배했다. 설욕을 다짐하며 도르트문트의 홈으로 날아간 세비야는, 다시금 괴물 스트라이커에게 두 골을 내어주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 어린 선수는 도르트문트를 챔피언스리그 8강으로 이끌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도르트문트와 세비야의 라인업

도르트문트 전에서 모든 힘을 쏟기 위해 지난 엘체 전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한 세비야였다. 무려 9명이나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주며 역전을 꾀했다. 하지만 2000년생의 홀란드에게 다시 한번 무너져 내렸다. 비록 후반 막판까지 힘을 짜내어 2:2 동점을 만들긴 했으나, 합산 스코어 5:4로 패배했다.


엘링 홀란드의 진짜 무서움은 후반 47분에 보였다. 아자르와 원투 패스를 받고 박스 안으로 진입가로막는 페르난도를 엄청난 속도와 힘으로 밀어내 믿을  없는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비록 VAR 통해 직전 장면 파울로 득점이 취소되긴 했으나, 속도와 , 괴랄한 득점 감각 여지없이 드러낸 장면이었다. 194cm 거구가 31km/h 속도로 달린다. 수비수들이 도저히 어찌하지 못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도르트문트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총 47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25개의 슈팅을 엘링 홀란드 혼자서 기록했다. 역시 팀이 득점한 17골 중 절반 이상인 10골을 홀란드 혼자서 집어넣었다.

챔피언스리그 팀 득점, 유효슈팅 순위표 [자료=UEFA 챔피언스리그 공식 홈페이지]
챔피언스리그 개인 득점, 유효슈팅 순위표 [자료=UEFA 챔피언스리그 공식 홈페이지]

엘링 홀란드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6경기(525분)에서 10득점을 기록하며 득점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총 슈팅 25개 중 유효슈팅은 16개에 달한다. 엄청난 슈팅 감각을 자랑하고 있고 또 엄청난 득점 전환율을 기록 중이다. 홀란드는 오늘 경기까지 챔피언스리그 두 시즌 총 14경기에서 20득점을 기록하며 노르웨이의 전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의 챔피언스리그 득점 기록을 넘어섰다. 이전까지 그 어떤 공격수도 보여주지 못한 말도 안 되는 페이스다.

2000년생의 엘링 홀란드 [사진=연합뉴스]

축구를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은 라울 곤잘레스의 71골이었다. 정말 깨지기 힘든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라는 ‘신’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폼을 유지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라운드에서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도 72번째 골을 넣으며 라울 곤잘레스는 역대 득점자 4위에 랭크 되어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과연 호날두와 메시의 득점 기록이 깨지는 날이 올까. 오늘 도르트문트와 세비야의 경기를 보며 확신했다. 둘의 득점 기록을 깰 선수는 바로 어린아이같이 순수하게 골 세레모니를 하고 있는 엘링 홀란드라고. 어쩌면 이번 시즌 우리는 호날두와 메시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신’의 등장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편 호날두의 유벤투스는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포루투에 3:2로 승리했지만, 합산 스코어 4:4로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사진=연합뉴스

자료=UEFA챔피언스리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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