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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cos Mar 27. 2021

우리 동네 '풀뿌리 축구' 고양 시민 축구단

A매치로 인해 휴식기를 맞은 K리그, FA컵은 어떨까?

일본과의 A대표팀 친선 경기로 인해 한 주 쉬어갔던 K리그, 하지만 FA컵 경기는 예정대로 치러졌다. K리그 2에서 7위를 기록 중인 충남 아산과 K4 리그 6위 고양 시민 축구단과의 경기를 시청했다. 2부리그와 4부리그 팀의 경기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고양 시민 축구단의 큰 점수 차 패배가 예상되었다.

하나은행 FA컵 2라운드 충남 아산FC전 고양 시민 축구단의 선발 라인업

전반전 내내 충남 아산이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고양의 골대를 위협했다. 유의미한 슈팅이 자주 나왔지만, 이희선 골키퍼와 골대의 선방에 힘입어 전반전 45분을 무실점으로 버텨내는 듯했다. 전반 종료 직전인 44분, 아산의 신입생 알렉산드로의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실점을 허용했지만, 고양은 틈날 때마다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고양의 박재현 감독은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했다. 아산의 골문을 위협했던 날카로운 슈팅도 자주 나왔다.


후반 52분, 알렉산드로의 패스를 받은 김원석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며 두 팀의 점수 차는 2골로 벌어졌다. 잠시 후 72분, 고양 선수들의 집중력이 잠시 흔들린 틈을 타 포항의 임대생 김찬이 팀의 3번째 득점을 터뜨렸다.     


고양은 포기하지 않았다. 실점을 허용한 직후 74분, 아산의 공을 가로챈 왼쪽 풀백 남승현이 빠른 전진 패스를 시도했다. 교체 투입된 조예찬은 공을 받아 침착하게 상대 수비를 제친 뒤 가까운 거리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따라가는 득점을 만들어냈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두 팀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더 이상의 득점 없이 3-1로 경기는 마무리되었다. 상투적인 표현으로 졌지만, 잘 싸웠던 고양 시민 축구단이다.

고양 시민 축구단의 박재현 감독 [사진=고양시민축구단 공식 홈페이지]

고양 시민 축구단은 2008년 창단된 팀이다. 고양 KB국민은행이라는 팀으로 시작했으나 2008년 은행법 등 여러 사유로 K리그 승격을 거부하자 시민들이 직접 나서 재창단했다. 2014년에는 시 지원금이 삭감되었다. 2017년 고양 종합 운동장으로 홈구장을 이전하며 커다란 홈 경기장을 갖게 되었지만, 시의 지원이 끊겼다. 더 이상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속되는 지역 밀착 마케팅, 청춘FC 남하늘 선수를 영입하는 등 구단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여러 해가 지나며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버텨온 구단이다. 이번 시즌 첫 성인 팀 지도자를 맡은 박재현 감독은 시사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고양의 팀 목표는 K3리그 승격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선수들이 상위리그에 많이 진출하는 것이다. 고양 시민 축구단이라는 팀과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감독이 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고양시민축구단의 홈구장인 고양종합운동장 [사진=고양도시관리공사 홈페이지]

K리그와 유럽 리그의 여러 팀을 서포팅하며 가깝게는 다른 도시의 선수, 멀게는 다른 대륙에서 뛰는 최고의 선수들을 응원해왔다. 내가 사는 나의 동네에서 훈련하고 경기를 뛰는 진정한 ‘우리’ 팀을 응원하며 본 첫 경기였다. 경기력, 수준과는 별개로 굉장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하는 고양 시민 축구단의 경기를 보며 지금까지 축구를 보며 느꼈던 감정과는 사뭇 다른, 친근함이 느껴졌다. 경기가 막판에 다다르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섞인 목소리로 응원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3월 28일 일요일에도 여러 FA컵 경기가 예정되어있다. K리그와 유럽 리그가 쉬어가는 이번 주말, 진정한 ‘우리 동네 팀’의 경기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주변에는 어떤 팀이 있는지, 그 팀의 엠블럼은 어떤 모양인지, 유니폼의 디자인은 어떠한지, 어떠한 전술을 구사하는 팀인지 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축구의 꽃은 상위 리그 프로팀과 A대표팀이다. 하지만 그들의 뿌리가 되는 것은 지역 사회 축구팀, 풀뿌리 축구팀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해 보자.


사진=고양시민축구단 공식 홈페이지

사진=고양도시관리공사 홈페이지

인터뷰=시사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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