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뇌는 오늘도 안녕한가? (퇴행성뇌질환과 운동)
오늘, 충분히 움직였는가?
서는 것보다 앉아있는 것을, 앉는 것보다 눕는 것을 좋아한다면 당신은‘건강 위험군’이다. 사람은 꾸준히 움직이지 않을 때 누구보다 빨리 죽음을 맞이한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어떻게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일까? 2,000명의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최대산소섭취량을 측정하고 체력 수준을 평가했다. 22년을 관찰한 결과, 체력이 약한 사람은 좋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또한 최대산소섭취량(VO2 max, 운동강도가 최대에 이르렀을 때 단위시간당 산소섭취량)이 안정 시 산소섭취량(3.5ml/kg/min)의 두 배 정도 증가할 때마다 치매 발병률은 20%씩 감소했다. 지구력 운동을 통해 심장과 폐가 최적의 상태로 기능해야 뇌를 비롯한 신체의 나머지 부분도 원활하게 작동한다. 운동은 건강한 삶의 핵심 키워드다.
최근 인간의 평균 연령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령화 속도는 가파르게 상승하여 기대수명은 85세, 최대수명은 125세에 이르렀다. (통계청「생명표」 2022년) 전문가들은 의학의 발전 속도로 보아 수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나이 듦과 노화는 우리 사회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60세 정년 이후에도 길게는 6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기대수명만 늘어나는 생명부지 인생을 살 것인가? 꾸준한 건강관리를 통해 남은 생을 건강하게 살 것인가?
202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고령인구는 우리나라 전체인구 중 16.7%를 차지하였다. 2025년 25%, 2035년 34%, 2050년 40%를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은 이미 2017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하였고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2025년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지금의 60대는 불과 10년 전의 60대와 다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정년 이후에도 사회적 활동과 활발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령인구의 증가로 이어진다.
세계 최고의 고령화로 인해 떠오르는 문제는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 가장 비중이 높은 국내 치매환자 수는 2015년 65만 명에서 2050년 약 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인지기능과 운동능력, 생활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점진적으로 진행해 말기로 갈수록 증상이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또 치매 초기에는 건망증과 유사한 정도의 경미한 기억장애만을 보이므로 진단이 어렵다. 노인성 치매는 개인적, 사회적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평소에 뇌건강을 관리하며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있는 병이다. 치매에는 알츠하이머인 노인성 치매, 중풍 등으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있다. 2021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대비 치매로 치료를 받는 환자수(892,002명)는 65세 이상 노인인구(8,577,830명)의 10.4 % 이다. 여성이 61.7%, 남성이 38.3%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연령 분포는 60~64세 2.7%에서 75~79세 20.72%, 80~84세 26.73%, 85세 이상 36.66%로 높은 폭으로 점차 증가한다. (자료출처,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 2021)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고, 80세가 넘으면 4명 중 1명이다. 그러나 치매는 더 이상 노인의 병만도 아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40대 치매환자가 2001년 563명에서 2008년 862명, 50대가 1,901명에서 4,369명으로 늘었다. 2010년 65세 미만 중년 치매 환자가 7년 전보다 3배 늘었다. 스트레스, 가족력, 중금속 노출을 비롯한 유해 환경 노출과 나쁜 생활습관이 중년기 치매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초로기(45~65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치매가 걸리면 노년기 발병하는 치매보다 빨리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전체 치매의 50~6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두뇌의 수많은 신경세포가 서서히 쇠퇴하면서 뇌 조직이 소실되고 뇌가 위축되는 질환이다.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유전적 이상이 없는 상태에서 80% 이상 발병률을 차지하고 있다.
건망증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잊어버렸던 내용을 곧 기억해 내는 건망증과는 다르다. 치매는 기억력 감퇴뿐 아니라 언어능력, 시공간의 파악 능력 등 지적 기능에 관련해 다양한 장애를 겪는다.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다.
- 기억력 저하
- 언어장애
- 시공간 파악 능력 저하
- 계산능력 저하
- 성격과 감정의 변화: 우울증이나 수면장애가 동반될 수도 있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성인의 뇌는 성장이 멈추고 평생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미국 소크 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 박사팀은 쳇바퀴를 지속적으로 달리게 한 쥐의 뇌 해마 부위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추가 연구에서 운동을 통한 신경세포 형성이 설치류의 기억력 향상과 관련 있다는 것을 밝혔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특징 중 하나는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기억력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게이지 박사팀의 발견은 운동이 해마가 위축되는 것, 즉, 알츠하이머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제공한다. 운동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해마는 감정적으로 관련된 데이터를 기억으로 저장하기 위한 핵심 기관이다. 알츠하이머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단백질인 신경영양인자 BDNF(Brain Derived Neurotrophic Factor)는 뇌신경세포 보호 및 생성, 분화, 생존을 돕는 중요한 단백질이다. 해마에서 생성되고 신경세포의 분화와 기억력을 증진시킨다. BDNF는 노화가 진행될수록 산화스트레스에 의해 손상되고 생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운동을 할 때 근육과 지방세포, 간에서 각종 물질이 분비되고 혈액과 섞여 온몸을 순환하다가 두뇌로 간다. 미국 UCLA 대학의 생리학자 페르난도 고메즈-피니아 교수는 "운동이 두뇌 기능에 도움을 준다면 그 핵심에 BDNF가 있다. 운동에 의해 생성되는 BDNF는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여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밝혔다. 신경영양인자(BDNF)는 두뇌 성장호르몬으로 신경계의 발달과 유지뿐만 아니라 훼손된 뉴런의 복구와 재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뇌의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는 것을 돕는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해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두뇌성장은 물론 노령에도 새로운 신경세포를 생성해 손상된 신경조직을 활성화시킨다. 운동과 두뇌 건강에 대한 다양한 연구에서 규칙적인 운동을 한 사람들의 혈액 내 BDNF가 증가하고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낮은 것을 발견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른 신체 기관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성장을 멈추고 노화가 진행되지만 뇌는 노력에 따라 평생을 성장하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뇌신경 가소성’이라 한다.
뇌신경 가소성은 뇌의 신경회로가 외부의 자극, 경험, 학습에 의해 구조적, 기능적으로 변화하고 재조직화되는 현상이다. 뇌신경세포는 주위의 세포들과 끊임없이 전기신호를 주고받는다.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으면 신속하고 강하게 반응하면서 특정 영역과 구조가 변화된다.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에서 더 많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고 기능이 활성화된다. 뇌손상 후에도 반복학습을 통해 자극을 주면 손상된 뇌 영역 주변의 뇌가 기능을 대체하거나 주위 피질이 활성화되어 기능적 회복이 일어나고 재조직화된다. 결과적으로 뇌는 사용할수록 좋아진다는 것이‘뇌신경 가소성’의 원리다.
두뇌 건강을 지키고 노화를 늦추는 방법의 핵심적인 요소는 활발하고 규칙적인 신체활동이다. 신체의 건강은 뇌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치매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오래 앉아있는 생활습관은 몸이 동면상태에서 대사가 억제되어 혈압, 혈당, 체중을 증가시킨다. 고혈압은 심장과 심혈관을 파괴한다. 그로 인해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작은 혈관이 막힌다. 혈액이 적절히 공급되지 않으면 뇌의 백질이 죽 고 뇌 영역들을 이어주는 통신망 역할을 하는 백질이 손상됨으로써 뇌의 커뮤니케이션은 중단된다. 손 상된 백질은 MRI 촬영을 하면 밝게 빛난다. 이런 상태에도 아무런 증상이 없다. 광범위한 백질의 손상 은 인지력을 빠르게 저하시켜 치매, 뇌졸중, 심지어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뇌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이 증가한다. 실제로 치매에 걸린 노인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보낸다. 지금 당장 일어서서 움직이는 일이 뇌건강과 치매 예방의 첫걸음이다.
우선 좋아하는 운동을 선택한다. 움직이면서 대화가 가능한 느린 속도부터 대화가 어려운 빠른 속도로 걸으면서 자신의 운동 강도를 실험한다. 뇌에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려면 편안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태가 일정 시간 지속되어야 한다. 뇌로 이동하는 혈류가 10년에 10 씩 줄어드는 중년에 운동을 통해 혈관의 생성을 촉진해 혈류를 늘린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해마에서는 뇌세포의 성장을 돕는 뇌유래 BDNF가 줄어드는데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해마로 이동해 BDNF를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자. 하루도 운동을 쉬어서는 안 된다.
운동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하루 10분 걷기를 제안한다. 첫째 편안한 걸음으로 천천히 5분 동안 걷는다. 둘째 3분 동안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걷거나 경사가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둘째 과정을 5회 반복한다. 셋째
5분 동안 천천히 걸으며 마무리한다. 이 운동이 쉽게 느껴진다면 둘째 과정 횟수를 매주 1회씩 늘린다. 횟수를 늘리고 속도를 빠르게 하며 강도를 조절한다. 어떤 운동이든 숙달되면 쉽게 느껴질 것이다. 다음 단계로 조금씩 올리며 운동하는 것이 심장과 폐기능 강화의 핵심이다.
우리는 어제의 몸으로 오늘을 산다. 오늘의 몸으로 내일을 살 것이다. 꾸준히 운동하고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함이다. 지금의 나를 가꾸는 일은 미래의 나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고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그중 뇌 건강을 관리하는 노력은 우리의 삶을 바꿀 만큼 중요하 다. 당신이 지금 다리에서 일어나 숨차게 달리고 있다면 건강한 노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