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튀르키예] 이스탄불 도착
(첫날의 짐을 풀다, 2024. 10. 18.)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P시에서 10월 17일 저녁 11시 20분 공항행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 1 터미널에 도착하니 18일 새벽 4시 5분 전이었다. 인솔자와 약속한 7시 20분까지는 시간적으로 많은 여유가 있었다. 걱정 많고 소심한 내가 셀프 체크인을 하니 남편 것은 수화물 테이프와 비행기 발권까지 완벽했는데 내 거는 발권에 자꾸 에러가 생겼다. 나중에 알아보니 동명이인이 있어서 그렇단다. 어찌어찌하여 완벽하게 준비를 다하고 나니 우리가 속한 H여행사 인솔자가 나타났다. 멀리서 보니 단발머리에 키가 엄청 큰(나중에 물어보니 1미터 87센티) 여자로 보였으나 가까이 가보니 남자였다. 키가 커서 단체여행객을 모으는 신호 깃발 같은 것은 준비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요즘은 셀프시대라고 했다. 예약하고 좌석을 미리 체크하고 기타 등등 내가 다할 때까지 눈도 깜짝 안 하던 남편이 공항에서 갑자기 신경질을 내기 시작하였다. 너무 일찍 왔다느니, 가만있으면 여행사 인솔자가 알아서 다 해준다느니 하면서 말이다. 꾹 참았다. 여기까지 와서 궁시렁되는 모습에 속이 확 뒤집어졌지만 나이 많은 우리가 오히려 스스로 알아서 척척 해주는 모습을 보여야 팀에서 왕따가 안 되는 것이므로 못 들은 척하고 준비 끝.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가이드 얼굴만 믿고 9시 55분에 이스탄불로 향하는 A비행기에 올랐다. 아,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그래도 자식들이 부모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싶어서 서울 사는 아들, 딸과 함께 나누는 단톡방에 "우리 튀르키예 갔다 오마." 하고 카톡을 날렸다. 둘 다 동시에 "오메? 갑자기 뭔 소리예요?" 했지만 우리는 '갑자기가 아니라 너희들처럼 우리도 해외를 들락거린다. 이것들아.' 싶었다. 행여나 용돈 좀 입금해주나 싶었는데 소식이 없다. 이놈들 선물 사가나 봐라 싶었지만 솔직히 부담주기 싫어서 말 안 하려다 알린 것이므로 괜찮다. 혹시나 먼 길에 멀미를 할까 싶어 키미테를 붙였더니 효과 만점이었다. 쌈밥과 치킨밥 등 기내에서 식사와 간식을 주는 대로 다 먹었다. 애써 눈 감고 잠도 청하였다. 여태껏 타 본 비행기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내부 시설이 구식이었던 A비행기였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 내려서 호텔로 오는 차 안에서 인솔자도 그렇게 말했다. 온몸을 구겨서 11시간을 비행기 타고 온 탓인지 호텔에 도착하니 긴장감과 더불어 피로감이 더해져서 몸이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다. 호텔은 완전 5성급이다. 귀 얇은 내가 지인들에게서 주워듣고 집에서 준비해 온 휴대용 최신형 접는 커피포트, 정말 가벼운 드라이기, 샤워기필터 등은 캐리어 무게만 늘게 할 뿐이었단 사실을 알았다. 스팀다리미까지 쏴악 다 갖추어지고 있었다. 또 남편이 그랬다. "거봐라. 다 있는데 왜 굳이 무겁게 준비해 가지고 왔니?" 난 입을 꾹 다물었다. 가장 최근에 직접 튀르키예 여행한 지인에게 들은 정보이건만 지금, 현재 여기 눈에 보이는 정보는 다르기에 할 말이 없다. 생각해 보면 패키지 금액에 따라 숙소가 다를 것이다. 우리 부부는 나이를 생각하여 가능하면 편리하고 쇼핑을 자주 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였다. 오늘 하루의 숙소는 마음에 들었다. 벌써 코 골고 자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손바닥만 한 휴대폰으로 글을 쓰려니 눈이 침침해진다. 한국 시간보다 정확히 6시간 느린 이스탄불에서의 첫잠을 청해 본다. 아, 내일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대감과 더불어 설렘으로 잠이 안 온다. 대강 일행을 주욱 훑어보니 우리 부부가 제일 나이가 많은 것 같았는데 혹시나 나잇값을 못할까 봐 걱정도 된다. 그나저나 내일 아침은 여기 시간으로 새벽 4시 30분, 호텔에서 출발하여 카이세리공항으로 가서 7시 30분 비행기로 카파도키아로 간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