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4. 목. 오늘은 이스탄불에서 여러 곳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호텔식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다. 오늘 과일 중에서 한국자두처럼 생긴 것이 나왔는데 싱싱하지는 않았지만 맛이 좋았다. 수프로 배를 채우고 남편과 나는 선물로 뭘 살 것인가? 호텔 방에서 궁리를 했다.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을 생각했다. 아, 오늘은 그랜드 바자르(시장)에 들린다고 했으니 가서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버스에 오르니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이스탄불고고학 박물관이라고 한다. 알랙산더대왕 석관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세계 5대 박물관 중 하나라고 하였다. 튀르키예산 타일, 도자기전시관과 이집트를 중심으로 지역 유물을 전시한 고대 동양박물관 등 세 개의 박물관이 함께 있었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영향을 받고 지리적 특성으로 그리스, 로마, 오스만 제국까지 역사적, 문화적 교차로였다고 하는 튀르키예의 문화재 전시관이었다. 구석구석 둘러보면서 사진도 찍었는데 갑자기 남편이 뭐라고 설명을 하는데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공부하기는 싫고 그냥 눈으로 보기만 하는 거지 싶었다.
톱카프 궁전은 술탄(권위 있는 자들, 혹은 통치자)들의 거주지라고 하였다. 보스포러스해협의 높고 평평한 곳에 위치한 70만 평이 넘는 어마어마한 넓이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1453년, 오토만 제국의 술탄인 메흐멧이 이스탄불을 차지하게 되면서 처음 건설되어 그 후 4세기 동안 꾸준히 규모를 확장시켜 나갔다고 하였다. 엄청난 양의 보석, 장식품, 시계, 도자기들을 전시해 놓았던 소규모 박물관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화려하였다. 넓디넓은 정원은 그 옛날부터 가꾸어진 나무들은 세월을 말해주는 듯 엄청나게 컸고 정원 앞뒤로는 지금 순간에도 뽑기도 하고 다시 심기도 하면서 화초와 나무들을 정원사들이 정비하고 있었다. 안쪽 언덕배기로 들어가니 유럽과 아시아를 갈라놓았다는 보스포러스해협이 보이고 이스탄불 시내 전경이 보였다. 다시 우리는 발걸음을 빨리하였다.
그랜드바자르에 도착하였다. 지붕이 있는 시장이란 뜻이라고 한다. 튀르키예 오기 전부터 지인들로부터 많이 듣던 이름이라서 빨리 가보고 싶었다. 실제로 가보니 비잔틴시대부터 현재 그랜드바자르가 있는 장소는 무역의 중심지라고 한다. 튀르키예가 이스탄불을 장악하게 되면서 도시의 경제생활을 부강하게 만들 목적으로 두 개의 아케이드가 만들어졌고 활발한 상업활동을 위해 아케이드의 바깥 부분까지 영역을 확대시켜 나갔다고 한다. 오토만 시대를 거치면서 지진, 화재 등으로 여러 차례 소실되었다고 하지만 몇 번의 복구를 거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하는데 18개의 출입구와 4천 개가 넘는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고 한다. 세계의 가장 큰 바자르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남편과 나는 하나하나 눈여겨보면서 구석구석을 뒤지다가 지인들에게 줄 선물로 튀르키예의 각종 보석들을 가지고 손으로 만들었다는 손거울을 10개 샀다. 그리고 터키석을 판매한다는 가게에 들어섰지만 보석에 별로 관심이 없는 지라 둘러보다가 그냥 나왔다.
튀르키예의 젤리를 사서 외손주에게 주고 싶었으나 엄청나게 달아서 아이에게 해롭다는 남편의 말에 그만두었다. 석류 주스를 직접 맛을 보고 싶었으나 신맛 나는 음료만 들어가면 위가 아픈 나의 위가 신경 쓰여서 그만두었다. 그 외에는 그야말로 온갖 갖가지 종류가 다 있는 별천지였으나 세상을 오래 산 우리 부부의 쇼핑 욕구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동안 해외여행에서 산 물건들이 기념품으로만 전시되었고 우리집에서는 그렇게 실용화되지 못한 점이 인정되어 아이쇼핑만 실컷하고 가이드와 약속한 올리브 나무 아래로 갔다.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 사이에 위치하여 멀리 보스포러스해협의 탁 트인 전경이 눈에 들어온 이스탄불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현지식의 점심을 먹었다. 이곳은 이스탄불에서도 전망이 가장 좋다고 한다. 양갈비가 나왔고 특별한 날에 특별한 손님을 위하여 준다는 특별한 디저트로 바클라바가 나왔다. 얇은 반죽에다가 고소한 호두를 넣고 설탕을 넣었는지 아주 달달하였다. 달콤한 것을 먹으면 입에서 달콤한 말이 나온다는 튀르키예의 옛말이있는데 이 바클라바를 지칭할 정도라고 한다.
보스포러스해협의 유람선(전세선)을 탔다. 배에 오르니 우리들에게 한잔의 따뜻한 홍차를 대접해 주었다. 약간 쌀쌀한 바닷바람에 온도가 적당한 홍차는 향도 깔끔하고 약간은 구수한 맛이 감돌아 특히 나의 취향에 맞았다.
보스포러스해협은 아시아와 유렵사이에 위치한 해협으로 유람선을 타고 양쪽을 바라보니 한쪽은 아시아이고 다른 한쪽은 유럽이라고 하니 아이러니하였다. 흑해와 마르마리해를 연결한다고 한다. 양측 해안 쪽으로 다가가니 고대유적지를 비롯하여 그림같이 아름다운 튀르키예 전통마을의 모습, 올리브숲으로 우거진 곳곳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고대, 중세만 해도 지중해와 흑해 간의 거의 모든 상거래는 이 해협을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오늘날도 중요하여 38,000여 척의 배들이 이곳을 오고 간다고 한다.
다시 우리는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이스탄불 시내 투어를 하기 위해 나섰다. 날씨가 쌀쌀하여 따뜻한 차림으로 나섰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붐비는 시내 중심가에서 내려, 다시 우리는 시내를 오고 가는 전차를 탔다. 그리고 걸으면서 이스탄불의 밤을 살폈다. 시민들과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질서 있는 밤의 모습이었다. 맥주 한잔하려고 우리 팀이 들어간 술집에서는 조용하게 사람들이 앉아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경찰차들이 군데군데 서 있었고 소란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저녁 10시쯤, 우리는 내일을 위하여 숙소에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나는, 우리 가이드가 가는 곳마다 너무 자세하게 설명을 잘하고 친절하기도 하여서 은근 옆에 일행에게 팁을 안주냐고 하니 우리가 지불한 금액에 팁이 다 포함되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솔직하게 나는 조금이라도 수고비를 주고 싶었다.
물론 회사에서 월급을 받겠지만 조금은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많이 걸어서인지 조금은 피곤한 하루다. 벌써 내일이면 우리는 오전에 돌마바흐체궁전과 성소피아성당, 블루모스크, 히포드럼, 피에르 로티 언덕에 들렀다가 공항으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벌써 가야 할 시간이다.
(잠깐, 가이드가 숙소로 들어오기 전에 버스에서 튀르키예산 탈모비누와 올리브오일 화장품이 좋다고 하면서 주문을 받았다. 한국에 가서 반품도 된다고 아주 자신감 있게 말하길래 우리 부부는 믿고 탈모비누와, 오일화장품을 각각 3개씩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