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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향 Apr 14. 2024

휙, 왔다 가버린 사랑

(서울에서 깜짝 왔다간 놈)

  4월 14일 일요일 제주살이 14일 차, 멍하니 창문 바깥을 바라보니 숙소를 둘러싼 아름드리 큰 나무들과 시커먼 화산흙으로 이루어진 무밭이 보인다. 아침 7시부터 운전하여 서울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  외손주와 딸내미를 제주공항에 내려놓고 와서는 갑자기 가슴이 허허로와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퍼주어도 퍼주어도 모자라는 부모사랑이라더니 숙소 가득  외손주 냄새가 가득하다. 그놈은 오늘이 여덟 번째 생일인데 사위가 한 달간  외국 출장이라 딸은 우리가 있는 제주에 그저께 금요일, 수업 마친 1학년 짜리를 데리고 내려온 것이다. 당연히 생일 축하 파티를 여기서 하기로 무언의 약속이 된 것이다. 우리 부부는 미리 풍선을 불고 카드에 축하 문구를 써서 숙소 거실 벽에다 장식을 해놓았었다. 이런 모습이 사람 사는 모습이지 싶었다. 신이 났다. 우리도 신이 나고 손주도 주인공이 되어 2박 3일을 머물다 가면서 흥분된 제주도 시간이었단다. 남편이 근처를 수색하여 펄펄 힘이 넘치는 사내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찾아 초대형 아쿠아리움을 방문하여 신기하고 다양한 물고기를 탐색하고 돌고래쇼에다가 산정상에서 말도 타고 소인국에 들러 고카트도 타고 돌과 숲으로 이루어진 미로 찾기에 도전하는 등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갖게 하였더니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준의 최상 표현으로 바로 흥분된 시간이었단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다 간 그놈은 그렇게 우리 부부 마음에 또 활력을 불어놓고는 가버렸다. 그런데 지금 둘만 오도카니 남아있으면서 점심밥도 안 당긴다며 건너뛰고 있다. 그놈이 제주 오는 금요일부 터 서울 가는 오늘 아침까지 우리 부부는 온다는 기대감으로 그리고 간다는 서운함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놈은 휙 왔다가 가버린 우리네 짝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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