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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리 Jan 23. 2021

욕망이 괴물이 된다면?
<스위트홈> 리뷰

드라마 리뷰 | Netflix <스위트홈> (2020)

* 지극히 주관적인, 오로지 제 시선에서만 바라본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


    13개국 넷플릭스 차트 1위, 전 세계 2200만 가구에서 시청한 드라마 <스위트홈>. K-좀비에 이어서 K-크리처가 탄생했다. 두개골이 절단되어 뇌의 단면을 보여주는 괴물부터 슬랜더맨을 연상시키는 기괴한 괴물까지. 사실감을 극대화한 CG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욕망의 가시화라는 독특한 설정과 궁금증을 유발하는 엔딩으로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욕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스위트홈>을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괴물로 변하는 원인이 '욕망'이라는 것이다. 좀비물에서는 좀비에게 물려서 좀비가 되고, 전염병을 다루는 재난물에서는 감염이 될 수 있는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 만약 등장인물이 좀비를 피해 도망가거나 전염병 연결고리를 끊는다면 그 인물은 안전하다. 그러나 <스위트홈> 아주 작더라도 욕망을 갖고 있기만 하면 등장인물 누구나 괴물이   있다. 심지어는 주인공인 차현수(송강)마저도 코피를 터뜨리며 괴물이 되어가는 전조증상을 보였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망을 갖고 있다.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간절함의 깊이가 다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등장인물의 욕망이 무엇일까'를 궁금하게 만든다. 돈이 없어 밥을 먹지 못했던 여자는 연신 배고프다고 중얼거리며 라면 봉지를 뜯는 괴물이 되었고, 교통사고로 아기를 잃었던 엄마는 그린홈에 갇힌 아이들을 지키다가 괴물이 된다. 그린홈 주민들이 코피를 쏟을 때마다 저 인물의 욕망이 무엇일지 나름대로 추측하게 된다.


출처 넷플릭스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는 바로 욕망에 따라 괴물의 외관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참신한 괴물들의 모습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좀비물의 경우, 좀비가 된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외양에 똑같은 행동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스위트홈>에서는 괴물마다 특색이 존재하고 능력치도 모두 다르다. 거미처럼 변한 괴물이 있는가 하면 눈이 여러 개인 괴물, 근육이 과도하게 발달한 괴물 등 각양각색이다. 앞서 언급했던 아이 엄마는 태반 속 갓난아이의 모습을 한 괴물로 변했다. 입주자에게 썩은 고등어를 받아 모욕을 느꼈던 그린홈 경비는 온몸에 파리가 꼬인 채로 예초기를 들고 돌아다닌다. 그래서 다른 괴물도 궁금해진다. 그린홈에서 마트를 하던 김석현(우현)은 장발의 괴물이 된다. 혹시 석현이 대머리여서 장발에 대한 욕망이 있었던 걸까?






너무나도 추상적인 욕망의 기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남는다. 먼저, '욕망'의 기준이 너무나도 추상적이다. <스위트홈>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생존을 바란다. 내일 아침에 눈을 뜨길 바라며 잠에 든다. 그렇다면 결국 살아남길 바라는 마음도 욕망이 아닐까? 욕망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쟤도 욕망이 있는데 쟤는 왜 괴물이 안 돼?'라는 생각도 저절로 떠오른다. 본인의 청결을 위해서 그린홈의 남은 물로 아낌없이 샤워를 하는 남자는 살아남고, 그린홈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동생을 지키고자 했던 은혁(이도현)은 코피를 쏟는다. 똑같이 욕망을 갖고 있는데 도대체 왜?


    욕망에 대한 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가 되어야 괴물로 변하는 개연성이 확보될 것이다. 어느 정도로 갈망할 때 욕망이 되는지, 어떤 것을 욕망할 때 괴물이 되는지. 아직 설명되지 않은 규칙이 너무 많다. 더불어 개인 서사가 풀리지 않은 조연의 경우, 왜 괴물이 되었는지 알기 어렵다.






정신없이 진행되는 초반부, 따라가기 힘들다


    작가가 창작해낸 가상의 세계관을 충분히 이해할 때, 시청자는 드라마에 몰입하고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간다. 그러나 <스위트홈>은 세계관을 설명하기도 전에 그린홈의 수많은 주민들부터 나열한다. 이름이 뭐고, 성격이 어떻고, 직업은 뭐고, 어디에 사는지.


    초반부에는 주인공만 알아도 충분하다. 주인공의 행동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물을 익히면 된다. 현수가 그린홈 주민들을 만나기도 전에 그 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설명하고 있으니 루즈해진다. 괴물이 나타나고 현수가 위험에 처하는 숨 막히는 긴장감은 반감된다.


    시청자의 머릿속에 세계관이 제대로 정립되지도 않았는데, 드라마는 공간에 따라서 플롯이 나뉜다. 1층에 모인 그린홈 주민들의 이야기, 아래층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현수의 이야기, 관리실에서 진상을 파악하는 은혁의 이야기, 직접 몸으로 뛰어 조사하는 이경(이시영)의 이야기, 1층으로 내려가려는 편상욱(이진욱)과 이은유(고민시)의 이야기, 위층에 있는 괴물을 함께 물리치는 윤지수(박규영)와 정재헌(김남희)의 이야기. 주인공이 움직이는 메인 플롯을 진득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플롯을 왔다 갔다 하니 정신이 없다. 이 인물에 몰입하려고 할 때, 갑자기 다른 플롯으로 넘어가버린다.






생각보다 많이 약한 괴물


    시청자와 처음 만나는 괴물은 누구보다도 세야 한다. 주인공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만큼 강력해야 한다. 그래야 후킹 포인트가 되고, 주인공이 죽을까 봐 겁나는 동시에 어떻게 괴물을 물리칠지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만난 <스위트홈> 괴물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허술했다.


    배고픔을 호소했던 옆집 여자 괴물은 편상욱의 맨 손에 날아간다. 아무리 편상욱이 싸움을 잘하는 조폭이라고 한들, 일반인의 맨손에 날아가는 괴물이 과연 매력 있을까? 1회 엔딩은 더 심하다. 그린홈 주민들이 괴물과 처음으로 마주하는 장면, 환자복을 입고 입이 찢어져 이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괴물은 외관만 봤을 때는 정말 강해 보인다. 그러나 이 괴물은 총이나 칼, 심지어는 폭탄도 아니고 은혁의 소화기 세례에 나가떨어진다.


    생각보다 약한 모습에 등장인물들이 왜 겁을 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면 충분히 해치우겠다는 생각이 들어 긴장감도 떨어졌다.






    단숨에 모든 회차를 다 볼 만큼 재미는 있었다. 좋아하는 감독님이었고 큰 기대를 하고 본 탓에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아직 시즌 2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끝내기엔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등장인물들이 그린홈을 벗어났고 괴물로서의 현수도 보았으니 시즌 2에서는 확장된 공간에서 더 강력해진 현수가 어떤 갈등을 맞닥뜨릴지 궁금해진다.


Netflix <스위트홈>
2020.12.18 / 10부작
*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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