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드세요.”, “공간만 있으면 누구나 월 300만 원을 벌 수 있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흔히 말하는 ‘경제적 자유’, ‘N잡’, ‘파이프라인’이라는 단어가 적힌 책들이 매데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유튜브와 SNS를 보면 30대 초반의 젊은 부자가 슈퍼카 앞에서 “단군 이래 돈 벌기 가장 쉬운 시대”라며 소리친다. 그들이 말하는 부의 추월 차선 중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에어비앤비’, 즉 공유숙박업이다.
공유경제란 이름만 들으면 참 낭만적이다. 내가 가진 남는 공간을 타인과 공유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얻으며, 덤으로 전 세계 친구들까지 사귈 수 있다니, 심지어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해변에서 노트북 하나로 일하며 통장에 돈이 꽂히는 상상까지 더해지면, 이건 거부할 수 없는 마법의 주문처럼 들린다. 나 역시 그들처럼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환상에 취해있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시도와 도전이 있었다. 5년 넘게 이 바닥에서 구르고 깨지며 내가 목격한 것은, 화려한 환상 뒤에 숨겨진 차가운 현실이었다. 이제 막 이 세계에 발을 들이려는 사람들에게, 혹은 이미 들어와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진짜 공유경제’의 민낯을 이야기하려 한다.
첫째, ‘불로소득’이라는 달콤한 거짓말이다. 많은 사람이 에어비앤비 사업을 ‘부동산 임대업’ 정도로 생각한다. 세입자를 구해놓으면 자동으로 들어오는 월세처럼, 숙소 세팅만 끝내 놓으면 플랫폼이 알아서 손님을 보내주고 돈을 벌어다 줄 것이라 믿는다.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 수동적 소득)’의 대표 주자로 여긴다. 하지만 단언컨대, 에어비앤비 사업은 ‘불로소득’이 아니라 ‘고강도 노동소득’이다.
초창기 내가 만난 어떤 예비 호스트는 부부가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으로 숙소를 운영하겠다며 꿈에 부풀어 있었다. “청소는 사람 쓰고, 체크인을 도어록 비밀번호만 알려주면 되니까 저는 관리만 하면 되잖아요?” 그의 마음은 이미 하와이 해변에 가 있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서 카톡이 울렸다. “청소 업체가 당일 펑크를 냈어요.” “보일러가 고장 났는데 당장 고쳐내라고 환불 요구를 하네요.”
현실의 호스트는 ‘5분 대기조’다. 호텔은 프런트 직원, 청소팀, 시설 관리팀, 보안 팀이 따로 있지만, 공유숙박은 호스트 혼자서 이 모든 역할을 해내야 한다. 새벽에 변기를 뚫으러 가본 적이 있는가? 말통 하지 않는 외국인과 흥정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내가 잠든 사이에도 돈이 들어오려면, 깨어있는 시간에 뼈를 깎는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스템조차 결국 사람손을 타기 때문에 완벽할 수 없다. 공유경제는 기본적으로 ‘노동 없는 소득’을 약속하지 않는다. 단지, 그 형태를 바꿨을 뿐이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지 않을 뿐, 항상 24시간 대기 상태인 셈이다. 이걸 생각하지 않고 쉽게 돈 벌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시간과 돈, 멘탈까지 모두 잃게 된다.
둘째, 공유경제는 내가 사장이라는 착각이다. 내 집을 빌려주고, 사업자 등록증을 걸면 당연히 사업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린 플랫폼이란 거대한 땅에 작은 곳을 구해 농사짓는 소작농에 가깝다.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아고다 같은 플랫폼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다. 환불규정, 슈퍼호스트 정책, 리뷰와 같은 모든 것을 게스트에게 유리하게 뜯어고칠 수 있다. 이전에 살펴보았듯이 나는 한 게스트로부터 악의적인 리뷰가 달렸고, 별점테러까지 받았지만 플랫폼 측에선 외면했다. 매출이 떨어지고 책임지는 건 온전히 호스트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몇 년 간 아무리 성실하게 운영했어도, 시스템이 정한 규칙을 한 번 어기면 가차 없이 페널티가 주어진다. 앞서 언급했던 슈퍼호스트 강등 사던 때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매출이 반토막 나는 공포, 이것이 플랫폼 비즈니스의 숙명이다.
간혹 어떤 호스트들은 억울함을 토로한다. “게스트가 파티를 열어 집을 엉망으로 만들었는데, 플랫폼은 게스트 편만 들어요!” 당연하다. 플랫폼 입장에서 돈을 쓰는 사람은 호스트가 아니라 게스트이기 때문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늘 플랫폼을 원망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플랫폼을 ‘이용’해야지, ‘의존’해서는 안 된다. 에어비앤비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되, 나만의 작은 연못을 따로 파두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단골 고객 관리이고, 나만의 브랜딩이다. 플랫폼이 망해도 나를 찾아올 이유를 만들지 못하면, 우리는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소작농 신세를 면치 못한다.
셋째, 시장은 고도화되었고, 눈높이는 상향 평준화 되었다. 이제 게스트들은 ‘현지인의 따뜻한 정’보다 ‘호텔급 청결도와 어메니티’를 요구한다. “호스트님, 수건이 너무 작아요 호텔처럼 큰 수건을 가져다주세요.” “침대 매트리스가 호텔보다 불편해요.” 예전처럼 “집에 남는 방이 있어서 싸게 내놨어요”라는 마인드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공유’라는 단어 뒤에 숨어 아마추어처럼 굴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강의팔이’들이 배출한 수천 명의 수강생들이 똑같은 이케아 가구, 똑같은 조명, 똑같은 구도의 사진을 들고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이 ‘레드오션’에서 살아남으려면 역설적이게도 ‘공유경제’의 환상을 버리고 철저한 ‘프로 비즈니스맨’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기획하고 ‘가치’를 제안해야 한다. 우리 집만의 킬러 콘텐츠는 무엇인가? 다른 100개의 숙소가 아닌 우리 집에 와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가격 경쟁이라는 진흙탕 싸움에 빠져 허우적대다 사라질 뿐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아마 에어비앤비 창업을 주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고강도 노동에, 플랫폼의 눈치를 봐야 하고, 치열한 경쟁까지 해야 한다니.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매력적이라고, 여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단, ‘환상’을 걷어낸 사람에게만 유효한 가치다.
공유경제의 진짜 매력은 돈을 쉽게 버는 것에 있지 않다. 앞선 장에서 이야기한 5살 아이의 생일 파티, 비 오는 날 건넨 짜장면 한 그릇, BTS 앨범을 받고 기뻐하던 게스트의 눈빛. 이 모든 순간은 단순한 ‘숙박업’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호텔 직원은 매뉴얼에 따라 친절하지만, 호스트는 진심에 따라 친구가 된다.
나는 이 일을 통해 단순히 돈만 번 것이 아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고,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익혔으며, 작은 디테일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지를 깨달았다. 이것은 경영학 교과서가 아닌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얻은 ‘진짜 지식’이다.
나는 이제 예비 창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월 300만 원을 쉽게 벌고 싶다면 이 일을 하지 마세요. 그 정도 노력으로 벌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습니다. 하지만 내 공간을 통해 누군가의 인생에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하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비즈니스 근육을 키우고 싶다면 도전하세요.
현실은 차갑다. 청소는 힘들고, 진상 손님은 멘탈을 흔들며, 통장은 생각보다 늦게 불어난다. 하지만 그 차가운 현실을 뜨거운 열정으로 데울 준비가 된 사람에게, 공유경제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