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내 집)이라는 자산의 새로운 해석

깔고 앉은 돈에서, 일하는 돈으로

by 연승

대한민국에서 ‘집’이 갖는 의미는 유별나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집은 평생의 숙원이자, 안전자산의 끝판왕이었다. “내 집 하나는 있어야지”라는 말은 단순히 거주할 곳이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었다. 집값은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불패 신화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내 가족을 지켜줄 최후의 보루라는 심리적 안정이 섞인 복합적인 문장이었다. 내 집마련이라는 이야기는 여전히 나오고 있으며, 돈을 몇 년 모아야 살 수 있는지 계산하는 공식도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서울역 근처의 작은 주택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그것을 그저 오래된 건물 혹은 언젠가 재개발이 되면 돈이 될 부동산 정도로만 여겼다. 세월의 흔적으로 낡아버린 벽지, 삐걱거리는 바닥, 겨울이면 웃풍이 드는 창문. 이 모든 것은 거주자 입장에서 보면 불편함이었고, 집주인 입장에서 보면 수리비가 들어가는 골칫덩이였다. 처음에 그곳을 수리해서 숙박업을 하자고 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웃어넘겼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를 시작하고 수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공간을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본다. 이것은 단순한 집(House)이 아니다. 이것은 매달 현금을 뿜어내는 생산 설비(Factory)이자, 나의 브랜드가 살아 숨 쉬는 사업장이다. 이 관점의 전환이야말로 내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경제적 수확이다. 나는 이 챕터를 통해 모두 깔고 앉아 있는 공간을 자산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정의하려 한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자산과 부채를 아주 명쾌하게 정의했다. “자산은 내 지갑에 돈을 넣어주는 것이고, 부채는 내 지갑에서 돈을 빼가는 것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평생 대출 이자를 갚으며 깔고 앉아 사는 ‘내 집’은 엄밀히 말해 자산이 아니라 부채에 가깝다. 매달 대출 이자가 나가고, 재산세가 나가고, 보일러 같은 설비가 고장 나면 수리비가 나간다. 집값이 오르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내 지갑을 털어가는 존재다.


에어비앤비를 시작하기 전, 어머니가 사놓은 그 작은 주택도 부채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나가는 관리비와 세금, 노후화로 인한 감가상각. 그것은 돈을 먹는 하마였다. 하지만 내가 그곳에 침대를 놓고, 조명을 달고,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에 등록하는 순간, 그 공간의 성격은 180도 바뀌었다. 매달 나가던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빈방이었을 때는 매달 관리비로 10만 원씩 빼가던 공간이, 숙소로 변신하자 매달 400만 원~ 500만 원씩 내 지갑에 돈을 넣어주는 효자가 되었다. 비로소 그 집은 진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기계가 된 것이다. 많은 사람이 부동산 투자를 생각할 때 시세 차익에만 집중한다. “이 아파트 사두면 3년 뒤에 2억 오른대.” 물론 훌륭한 투자다. 하지만 그 2억은 3년 뒤에 팔아야만 내 돈이다. 그전까지는 사이버머니에 불과하다.


반면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간 비즈니스는 현금 흐름(Cash Flow)에 집중한다. 당장 체크인 하루 뒤 내 통장에 꽂히는 현금이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자산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되었다. “얼마짜리 집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를 벌어다 주는 집이냐가 중요하다.”


강남의 30억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삶과, 강북의 5억짜리 주택을 활용해 월 500만 원의 순수익을 올리는 삶. 과연 경제적 자유에 더 가까운 쪽은 어디일까? 나는 주저 없이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업장으로서의 집이 갖는 첫 번째 가치다.


제조업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공장이 멈추는 것이다. 기계가 돌아가지 않는 시간에도 임대료와 인건비는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밤낮없이 기계를 돌린다.


집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출근해서 집을 비운 사이, 혹은 남는 방 하나가 창고로 쓰이는 사이, 그 공간의 가동률은 0%다. 공간은 존재하지만 가치는 생산되지 않는다. 에어비앤비는 이 죽어있는 시간과 노는 공간을 상품화하는 비즈니스다. 앞선 챕터에서 언급했듯, 나는 외국인 대가족이 머물 수 있도록 침대를 최대한 많이 배치했다. 30평 남짓한 공간에 최대 8명이 머물 수 있게 세팅했다.


일반 전세로 주었다면 보증금 2억 원에 월세는 거의 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일일 숙박권으로 쪼개서 팔자, 공간의 가치는 폭발했다. 하루 30만 원, 한 달이면 최대 900만 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공간이 된 것이다. 물론 한 달 30일을 꽉 채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는 길 가다 주택을 보며 상상한다. '이 공간이 지금 1시간에 얼마를 벌고 있을까?’ 한정된 자원인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지혜다. 내 집을 사업장으로 바라보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집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며 기도하는 수동적인 투자자가 아니다. 당신은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하여 능동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 경영자가 된다.


자가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스트레스받는 순간은 언제일까? 아마도 큰돈 들어가는 수리를 해야 할 때일 것이다. 누수가 발생하거나, 보일러가 터지거나, 샷시를 교체해야 할 때. 그들에게 이 비용은 생돈이 날아가는 비용이자 엄청난 손실로 느껴진다.


하지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내 입장은 다르다. 나에게 수리비는 비용이 아니라 자본적 지출, 즉 미래의 이익을 위한 투자다. 전에 화장실 냄새로 인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수리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 게스트들이 냄새난다고 할 때마다 방향제를 여려 개 사다 주었다. 처음엔 비용으로 생각해 무척 아까웠다.


한 번은 화장실 냄새가 너무 심하다는 게스트의 불만과 악성 리뷰로 고생한 적이 있다. 업체를 불러 시공을 하려면 당장 100만 원이 들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아, 이번 달 생활비 빵꾸 나겠네”라며 한숨부터 쉬었을 것이다. 가장 싸고 저렴하게 시공하는 업체에 전화를 돌려 찾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주저 없이 가장 수리 잘한다고 알려지고, AS가 확실한 업체를 찾아서 연락했다. 내 머릿속 계산기는 다르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 100만 원을 투자해서 화장실 배관 냄새를 고치면, 앞으로 1년 동안 방문할 약 50팀의 게스트가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 그들이 남길 만족스러운 리뷰는 내년의 예약률을 방어해 줄 것이다. 반대로 100만 원을 아끼려다 게스트가 불만을 제기하게 되면, 환불 요구와 악성 리뷰로 인해 잃게 될 기회비용은 500만 원이 넘는다.’


이 관점을 장착하면 집을 가꾸는 태도가 달라진다. 벽지에 곰팡이가 슬면 단순히 닦아내는 게 아니라, 단열 공사를 다시 하게 된다. 낡은 조명을 보면 “아직 쓸만한데”라고 넘기는 게 아니라, 저걸 바꾸면 사진이 더 잘 받아서 클릭률이 올라갈 텐데라고 생각하게 된다.


집을 소비재로 보면 유지보수는 귀찮은 일이지만, 자본재로 보면 유지보수는 내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투자 활동이다. 실제로 내가 5년간 꾸준히 수익을 재투자하여 관리한 이 낡은 주택은, 5년 전보다 훨씬 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잘 관리된 집은 나중에 매도할 때도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현금 흐름을 위해 투자했는데, 시세 차익까지 덤으로 따라오는 격이다.


프롤로그에서 나는 백혈병 투병 생활을 하며 ‘시간’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내가 사업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돈을 벌어 시간을 사기 위함이라고 했다. ‘사업장으로서의 내 집’은 그 목표를 이루어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직장인은 자신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번다. 출근하지 않으면 월급은 끊긴다. 하지만 잘 세팅된 숙소는 내가 자는 동안에도, 내가 가족과 여행을 떠난 시간에도 나를 위해 돈을 번다.


물론 앞서 말했듯 청소, 고객 응대 등 노동이 투입된다. 하지만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내가 투입하는 시간 대비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어느 날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밤사이 들어온 예약 알람으로 200만 원이 결제된 것을 보았다. 그때 느꼈던 전율은 단순히 돈을 벌었다는 기쁨이 아니었다. “아, 이제 나는 내 시간을 온전히 내 뜻대로 쓸 수 있겠구나.”라는 해방감이었다.


이 집은 나에게 월급을 주는 직장이자, 나를 고용하지 않고도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이 자산이 벌어다 주는 현금 흐름 덕분에 나는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을 자유를 얻었고, 좋아하는 일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관점을 바꾸면 낡은 빌라 반지하도 매력적인 스튜디오가 되고, 시골의 폐가도 요즘 힙한 '촌캉스' 성지가 된다. 중요한 건 벽돌과 시멘트가 아니다. 그 공간을 바라보는 당신의 ‘해석’이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된다는 건, 단순히 방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다. 내 자산을 능동적인 생산 수단으로 탈바꿈시키는 자본가로서의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나는 건물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저 수많은 창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그리고 그 공간이 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당신의 집도 일하게 하라. 그것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능한 직원이다. 그리고 그 유능한 직원은 언젠가 당신에게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선물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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