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파도다, 휩쓸릴 것인가 올라탈 것인가
에어비앤비 호스트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오는 단골 질문이 있다. “오피스텔에서 몰래 해도 될까요?”
그 질문들 밑에는 불안과 초조함이 깔려 있다. 인테리어를 예쁘게 하고 사진을 잘 찍는 건 ‘기술’의 영역이지만, 법과 규제를 지키는 건 ‘생존’의 영역이다. 많은 예비 창업자가 화려한 수익 인증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구청 단속반 소리에 가슴을 졸이며 밤잠을 설친다.
나 역시 그랬다. 처음엔 “남들도 다 하는데 뭐 어때”라는 안일한 생각도 했다. 하지만 떳떳하게 허가받고 시작하고 싶었다.
“불법이라는 모래 위에 지은 성은 파도 한 번이면 무너진다.”
진정한 자유는 ‘단속을 피하는 요령’에서 오는 게 아니라, ‘법 테두리 안에서 당당하게 영업하는 권리’에서 온다. 그래서 나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이하 외도 민)’허가에 집착했고, 더 나아가 내국인 합법 숙박의 길을 찾기 위해 국회까지 넘나들었다.
대한민국 도심에서 주택을 이용해 에어비앤비를 하려면 반드시 ‘외도 민’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조건이 참으로 까다롭다. 가장 큰 장벽은 ‘실거주 요건’이다. 호스트가 해당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면서 남는 방을 외국인에게 빌려주라는 취지다. 즉, 내가 살지 않는 빈집을 통째로 빌려주는 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더 큰 난관은 ‘이웃의 동의’다.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에서 민박업을 하려면 입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낯선 외국인들이 캐리어를 끌고 우리 빌라를 들락거린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이 과정을 견뎌내고 구청에서 ‘관광사업자 등록증’을 받아 들었을 때의 그 묵직한 안도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그 종이 한 장은 단순한 허가증이 아니었다. 내 공간이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정식 사업장이라는 인증서이자, 경쟁자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진입 장벽이었다.
2025년 10월은 공유숙박 시장의 운명을 가를 거대한 분기점이다. 에어비앤비 측에서 칼을 빼 들었다. 이때부터 정식 허가 번호를 등록하지 않은 미신고 숙소는 플랫폼에서 완전히 퇴출되며, 신규 리스팅 등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 소식에 수많은 불법 호스트들은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나는 내심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에게는 재앙이지만, 정식 허가를 받은 나에게는 엄청난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허가받지 않은 수많은 불법 숙소들이 낮은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교란해 왔다. 그들과의 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그 경쟁자들이 강제로 사라진다. 수천 개의 불법 숙소가 사라진 자리에, 살아남은 소수의 합법 숙소들만 남게 된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그대로인 시장. 그 과실은 고스란히 ‘준비된 자’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그제야 나는 지난날 까다로운 구청 실사를 견뎌냈던 그 고생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그 고생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경쟁자들을 따돌리기 위한 가장 강력한 진입 장벽을 쌓는 과정이었다.
외도 민 허가를 받아도 문제는 남는다. 현행법상 외국인만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내국인 게스트를 받는 건 불법이다. 하지만 나는 불안한 매출 100만 원보다, 떳떳한 매출 50만 원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합법적인 길을 찾았다. 바로 ‘위홈’과 ‘삼삼엠투’였다.
첫 번째 돌파구는 ICT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공유숙박 플랫폼, 위홈(Wehome)이었다. 정부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공세와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맞춰, 한시적으로 규제를 유예해 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 유일한 통로가 ‘위홈’이다. 위홈에 특례 신청을 하고 등록된 숙소는 합법적으로 내국인 손님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가 있다. 바로 삼삼엠투(33m2)와 같은 단기임대 플랫폼이다. 많은 사람이 혼동하지만, 숙박업과 임대업은 엄연히 다르다. 에어비앤비가 하루 단위로 방을 빌려주고 어메니티(수건, 칫솔 등)를 제공하는 ‘숙박업’이라면, 삼삼엠투는 최소 1주 이상의 기간 동안 공간을 빌려주는 ‘임대 계약’의 형태를 띤다. 그래서 보증금도 존재한다. 임대업은 내국인을 받아도 합법이다. 나는 현재 2호점을 내국인 전용 숙소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에어비앤비가 아닌 삼삼엠투를 주력으로 돌린다. 타겟층도 다르다. 여행객보다는 장기 출장자, 인테리어 공사 기간 동안 머물 곳이 필요한 가족, 한 달 살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주 고객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확실하다. 첫째, 공실률이 낮다. 한 번 예약이 들어오면 최소 1주일에서 한 달 이상 머물기 때문에, 매일매일 체크인/체크아웃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둘째, 운영 피로도가 적다. 매일 청소하고 침구를 갈아야 하는 숙박업과 달리, 입주할 때 한 번만 세팅해 주면 된다. 청소나 소모품 관리의 부담이 확 줄어든다. 셋째, 합법적이다. 내국인을 당당하게 받을 수 있으니 신고의 불안함에서 해방된다. 물론 수익률이 에어비앤비보다 낮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남들이 “내국인 받다가 걸리면 어떡하지” 하고 떨 때, 나는 위홈과 삼삼엠투라는 합법적 우산을 양손에 들고 당당하게 운영한다. 규제를 피하는 게 아니라, 규제 안에 마련된 제도와 틈새를 영리하게 이용하는 것. 그것이 나의 생존 전략이었다.
2025년 9월, 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섰다. 공유숙박 관련 법안에 대해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호스트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음지에서 불법으로 운영되는 숙소들을 양지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합리적인 안전 기준을 만들고 세금을 걷되,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는 완화해야 합니다.”
그 자리에서 확인한 건 시장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K문화가 확산하면서 외국인관광객이 늘어나는 현시점에 규제를 늘려선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확신을 얻었다. 규제는 고정된 콘크리트벽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여러 규제가 완화되기엔 많이 부족해 보였다.
앞으로도 규제는 계속 바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무언가 변화할 것을 기대하긴 이르다. 오히려 규제가 강화될수록 기회는 커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진입 장벽이 높아져 경쟁자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불법 숙소들이 사라진 깨끗해진 시장에서, 나의 합법적인 숙소는 더욱 빛을 발할 테니까. 이것이 내가 고생해서 외도 민 허가를 받은 진짜 이유이자 보람이다.